내년에 배우인생 50년… 복잡한 가족사에 남편 채무 등 시련 딛고 오직 한 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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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효식 / 여성신문 사진기자 yesphoto@womennews.co.kr
연극인 손숙(68·사진)만큼 연극 같은 인생을 산 배우도 드물 것이다. 최근 한 TV 토크쇼에서 그가 털어놓은 가족사와 역경엔 가슴을 치는 아픈 울림이 있었지만, 직접 만난 그에게선 고희를 목전에 둔 나이임에도 불구하고 천진난만한 소녀의 분위기가 물씬했다. 그러나 내년이면 배우 인생 50주년을 맞는 그에게 소회를 묻자 그가 한 말, “영화는 이 나이까지 현역으로 뛰는 선배가 거의 없는데 연극은 다르죠. 돈이 지배를 안 하는 세상이니 그게 가능해요”란 말은 충격을 넘어 경외심을 일으켰다.

학교폭력 다룬 작품 매진… “연극은 민주주의의 좋은 교육”

그는 요즘 6월 24일 막을 올리는 ‘니 부모 얼굴이 보고 싶다’(연출 김광보, 제작 신시컴퍼니)를 향해 줄달음치고 있다.

“굉장히 충격적인 내용이에요. 난 가해자 할머니 역인데, 손주가 다칠까봐 알면서도 진실을 말하지 못하죠. 요즘의 이기적 부모들의 대변자라고나 할까. 작가인 하타사와 세이고가 교사 출신이라 그런지 상당히 실감나는 얘기예요. 학교폭력이 나날이 심각해져만 가는 상황에서 아이들과 학부모, 교사 모두 나란히 앉아 봤으면 하는 마음 간절합니다.”

그는 오래전부터 학교폭력 문제는 문화로 풀어가야 한다는 신념이 있었다. 노태우 정부 때부터 연극을 정식 교과과목으로 채택해야 한다는 주장을 펴왔다는 것.

“종합예술인 연극은 민주주의의 기본 훈련이죠. 서로 기다려주고 배려하고 이해하며 조화를 이루지 않으면 할 수 없는 장르거든요. 여기에 우리말 순화교육까지 겸할 수 있어요. 요즘 아이들은 초등학생 때부터 욕을 하기 시작해 대화의 3분의 2가 욕이라는데, 이게 먹히는 세상이라면 너무 끔찍하지 않겠어요?”

이에 앞서 그는 ‘아내들의 외출’(극작 박춘근, 연출 박혜선) 공연을 막 끝낸 참이었다. 요청이 들어오면 이해관계보다는 ‘정’에 못 이겨 거절을 못해 요즘도 1년에 평균 4회 이상 무대에 서곤 한다. 그는 ‘아내들의 외출’에서 남편의 외도로 평생 상처를 안고 살아온 엄마 역을 맡았다. 어찌 보면 자신의 엄마의 자화상이다. 그의 연극 인생은 이 엄마의 아픔에서 출발한다.

“우리 어머니는 내 고향 밀양에선 일종의 투사 같으신 분이에요. 밀양은 일제강점기 유림들이 들고 일어나 기차역이 못 들어왔을 정도로 가부장적인 곳이죠. 그중에서도 우리 집은 1 년에 큰 제사만 13번 치르는 종가였어요. 16세에 동갑내기인 아버지와 결혼한 어머니는 아버지가 일본 유학을 가 딴살림을 차리는 꼴을 보면서(그에겐 배다른 형제만 10명이다. 그는 사춘기 시절 이런 부모의 결혼 생활에 대한 반발로 기생이 될 것을 생각하기도 했다고 한다) ‘내가 신식교육을 못 받아 이런 일이 생긴다’는 한이 박혔어요. 그래서 내 아이들은 무조건 교육시켜 좋은 데로 시집보내 현모양처로 행복하게 살게 하겠다는 그 일념 하나로 나와 언니, 남동생 손을 잡고 무작정 상경해 우리를 대학까지 보내셨어요. 딸들을 공부시키려 서울로 갔다? 밀양이 발칵 뒤집혔죠(웃음).”

그와 엄마는 늘 일정한 애증의 거리를 유지했다. 저녁 6시가 통금 시간이고, 스케이트를 사달라고 하면 “계집애가 무슨 스케이트냐?”며 타박을 주기 일쑤였다. 후에 연극을 하겠다고 할 때, 또 연극인과 결혼하겠다고 할 때 치마끈으로 같이 목 매 죽자고 사정하던 어머니였다. 그는 늘 엄마에 대해 “왜 저렇게 사나” 답답해하며 “우리 때문에 엄마 인생 포기하고 살았다 하지 마라”고 소리치곤 했지만 어머니가 작고한 지 15년 세월이 흐른 지금, 어머니의 포기가 없었더라면 자신이 연극과 만날 수 있었을까 생각하곤 한다. 반면 그의 삶 역시 평생을 인내했던 어머니의 고단한 삶과 어떤 면에선 닮은꼴이란 사실을 부인 못한다. 연극을 하다 만난 아홉 살 연상의 학교 선배(고려대 사학과) 김성옥씨와 21세 때 결혼한 그는 전남편인 김씨가 사업을 시작하게 된 동기가 “다 결혼을 잘못해서 그렇게 된 거”라고 자조한다. 촉망받던 연극인이었던 김씨는 자존심도 유난히 세 처가에 가서 돈 많은 큰사위와 은연중 비교되는 것을 못 참아했고 그런 것이 쌓여 사업으로 방향을 돌렸다는 것. 남편의 사업은 큰 실패로 끝났고, 그는 이후 수십억의 빚에 시달리며 아파트 8층에서 아래를 내려다보고 하루에도 수없이 자살을 생각하곤 했다.

“연극이 없었더라면 아마 난 지금 세상에 없었을 거예요…. 경제적 고난에 시달리던 30, 40대 때는 연극이 현실인지, 현실이 연극인지 분간하기 힘들었어요. 집에 돌아오면 빚쟁이에 시달렸지만 연습장과 무대에서만은 안정을 되찾고 위로를 받곤 했죠. 그후 라디오 프로(MBC 여성시대)를 10년 가까이 진행하면서 많은 이들의 편지를 읽으며 ‘나만 힘든 게 아니다’라는 사실을 깨달았어요. 치유의 정수라고나 할까. 점차 안정되면서 사회에 새로운 눈을 뜨게 됐죠. 그 전엔 내 집, 내 가정, 내 남편이란 틀에 갇혀 있었는데 여성문제, 환경문제, 빈부격차 등 사회 부조리에 관심을 갖고 공부하며 내 나름의 목소리도 내게 됐어요.”

 

6월 막을 올릴 학교폭력 연극 ‘니 부모 얼굴이 보고 싶다’에서 가해 학생의 할머니 역을 맡아 연습 중인 손숙(맨 앞줄 오른쪽)씨.gabapentin withdrawal message board gabapentin withdrawal message board gabapentin withdrawal message boardsumatriptan 100 mg sumatriptan 100 mg sumatriptan 100 mgwhat is the generic for bystolic   bystolic coupon 2013
6월 막을 올릴 학교폭력 연극 ‘니 부모 얼굴이 보고 싶다’에서 가해 학생의 할머니 역을 맡아 연습 중인 손숙(맨 앞줄 오른쪽)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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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시컴퍼니 제공

환경부 장관 낙마… “다시 배우로 되돌아갈 수 있어 감사해” 

이런 연유로 그는 현재 아름다운가게 이사장을 맡아 즐겁게 활동하고 있다. 그전엔 환경운동연합 공동대표, 국가인권위 정책자문위원도 역임했다. 여기에 김대중 정부 시절 40일간의 환경부 장관 이력도 빼놓을 수 없다. 당시 그는 1999년 모스크바에서의 ‘어머니’ 공연 때 김 대통령을 수행했던 경제계 인사 20여 명이 기립박수 환호에 고무돼 십시일반으로 모은 격려금 2만 달러 때문에 언론에 시달려야 했다. 그로선 공연 후 무대 위에서 모든 관객이 지켜보는 가운데 떳떳이 받은 격려금이었고, 봉투째 실무자에게로 넘겨져 30여 명 단원들의 경비로 사용됐기에 ‘뇌물’ 비난이 너무나 황당했다. 그에 앞서 김대중 대통령이 비례대표 8번 당선권으로 국회의원직을 권유했을 때도 (남편의) 빚을 갚아야 해서 못 한다”고 거절해 김 대통령을 황당하게 만들었던 그였다.

“어떻게 (일생 돈에 시달렸던) 나를 터무니없이 돈으로 엮을 수 있을까, 분노했죠. 보수언론들의 밑바닥엔 배우 나부랭이가 무슨 장관이냐는 편견이 있었죠. 여기에 더해 국민의정부를 흠집내기 위한 만만한 도구로 나를 이용했던 거죠. 당시는 옷 로비로도 떠들썩하던 때였어요. 언론이 난리가 나자 청와대 관계자가 내게 전화해 그 돈을 돌려주면 안 되겠느냐는 말도 안 되는 소리를 해 입장이 그렇다면 내가 사표를 내겠다 했죠. 사퇴 기자회견 중 앞자리 모 신문사 기자가 눈에 들어오자 그냥 물잔을 들어 물을 뿌려버리고 싶은 충동이 일었죠. 청사를 나오는데 김 대통령께서 전화해 ‘너무 미안합니다’ 하셨어요. 난 ‘아닙니다, 좋은 경험했습니다’라고 답했죠. 그러나 막상 집에 와 밤이 되니 가슴이 벌렁벌렁하고 너무 분해 한 시간을 벽을 치며 목메어 울었어요…. 그 후 일주일간 죽었다 살아났죠.”

이 일이 있고난 후 그가 깨달은 것은 장관과 배우 중 한 가지를 선택하라 하면 자신은 단연코 배우를 선택하겠다는 분명한 의지였다. 오히려 권력에 맛들이기 전에, 권력이 좀 어색하고 불편할 때 낙마한 것이 약이 됐다고 가슴을 쓸어내렸다. 그렇지 않았다면 그는 영원히 무대로 돌아오지 못했을 것이다.

“새벽에 중학교 1학년 때부터 친구였던 미국에 사는 오랜 지기가 전화를 해 거두절미하고 비행기 표를 보내줄 테니 당장 미국으로 오라고 재촉했어요. 한동안 그 친구와 영화 ‘델마와 루이스’처럼 신나게 캘리포니아 곳곳을 누볐죠. 그러고 열흘이 지나고 보름이 지나니 그 해프닝이 옛날 일이 됐죠(웃음). ‘그까짓 것, 다 웃긴 일이다’라며 자연스럽게 치유가 된 거죠. 돌아오니 연출가 임영웅 선생께서 ‘넌 그때도 연극배우고 지금도 연극배우야. 빨리 연극배우로 돌아가는 게 네가 안정 찾고 네 자리로 돌아오는 거야’라고 재촉했어요. 그래서 차범석 선생님의 ‘그 여자의 작은 행복론’을 공연했고, 연극이 성황을 이루면서 새롭게 연극과 다시 만나게 됐죠.”

‘어머니’ 정동극장 상설공연 흐지부지 안타까워…“악역 해보는 게 소원”

연극으로의 극적 회귀를 생각하면, 그는 천생 배우의 운명을 타고난 사람이다. 고3 때 전국고교연극경연대회에서 ‘춘향전’(이때 풍문여고에 함께 다녔던 김을동 국회의원이 방자 역을 맡아 열연했다)의 조연출로 연극에 우연히 발을 들여놓은 이후 일사천리로 연극은 그를 선택해왔다. 대학 연극반 선배들에 스카우트 돼 신입생이던 그가 1963년 고 여운계씨를 제치고 ‘삼각모자’의 주역으로 발탁된 파격이 그렇다. 당시 이화여대 김갑순 교수(영문과)는 드라마센터에서의 그의 공연을 보고 “여배우가 하나 탄생했다”는 극찬의 글을 언론에 기고했고, 그의 말에 따르면 “신인 여배우에 대한 이 과분한 극찬”이 그가 일생 배우로 살게 된 직접적 계기가 됐다. 그가 가장 대표작으로 꼽는 작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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