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리해진 세상이다. 우리 몸을 움직여 하던 일들을 대신해 주는 발명품들이 도처에 널려 있다. 편리함에 취해 있다 보니 사용되지 못한 우리 몸의 에너지는 고스란히 몸 안에 쌓인다. 현대인이 하루에 먹는 열량을 전기로 바꾸면 3킬로와트(㎾)나 된다는데, 쓰지 않으니 군살이 되고 몸은 허약해진다. 건강을 위해, 살을 빼기 위해 억지로라도 운동을 해야 한다.

춥지도, 덥지도 않아 야외활동 하기 좋은 계절이지만, 운동은 헬스클럽에서만 하는 현대인들이 많다. 자동차를 몰고 헬스클럽에 가서 전기모터로 작동하는 러닝머신 위에서 달린다. 전기 계기판이 달린 자전거 페달을 밟는다. 전자파에 노출된 채 말이다.

러닝머신은 시간당 1.3킬로와트아워(㎾h)의 전력을 사용한다. 헬스장은 늘 밝고 쾌적한 온도를 유지하기 위해 조명과 냉난방 에너지도 많이 소모한다. 운동하는 사람들의 지루함을 달래기 위해 음악을 들려주고, TV도 볼 수 있게 한다. 그러다 보니 헬스클럽에서 1시간 운동을 하면 1인당 평균 2㎾h의 전기를 사용하게 된다고 한다.

화석연료를 사용해 생산된 식품들을 과다하게 섭취하고, 몸을 움직여 해야 하는 일들을 전기제품들에 맡겨 편하게 지내고 있는 우리는 몸에 쌓인 지방을 빼기 위해 또다시 많은 에너지를 사용하고 있는 것이다.

복부지방 1㎏을 전기로 바꾸면, 9㎾h나 된다고 한다. 한국인이 하루 평균 사용하는 전력량이 9㎾h 정도다. 이는 소형차 9대를 324m 에펠탑 꼭대기까지 끌어올릴 수 있는 어마어마한 양의 에너지다.

몸의 지방을 태워 운동하면서 전기를 만들어 활용할 수 있다면, 발전소를 짓는 것과 마찬가지일 것이다. 헬스클럽의 기기들이 운동하는 사람들의 움직임을 전기로 만들어준다면, 헬스클럽은 곧 발전소가 되는 셈이다.

해외에는 밟으면 전기가 생산되는 시설을 설치한 나이트클럽이 있다. 춤추는 사람들의 발바닥에서 전기를 만들어 조명을 밝힌다고 한다. 인간동력 발전기구를 설치해 조명과 TV를 켜는 헬스클럽도 있다. 서울에도 그런 헬스클럽이 곧 생겨날 예정이다.

서울시는 시립 헬스장 33곳에 우선적으로 인간동력 발전 시스템을 도입하고 이를 확대해 나가겠다고 한다. 자전거와 걷기운동 기구에 발전기를 달아 전기를 생산해 휴대전화도 충전하고 TV도 볼 수 있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모든 헬스클럽이 발전소로 바뀌었으면 좋겠다. 그렇게 되기 전까지는 낮은 층수는 엘리베이터 대신 계단을 이용하는 습관을 들이고, 가까운 거리는 걷기로 하자. 헬스클럽을 찾기보다 야외에서 운동을 하자. 우리 몸을 더 많이 움직여 건강해지자. 에너지를 아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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