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월 26일 필자는 공적개발원조(ODA) 국가별 전략 수립을 위해 중남미의 파라과이를 방문했다. 파라과이는 1인당 국내총생산(GDP)이 2800달러 수준의 하위 중소국이다. 또한 전통적인 농업 기반 국가로서 빈곤 인구의 절반 정도가 농촌에 거주하고 있다. 파라과이는 대외무상원조 사업기관인 한국국제협력단(KOICA)의 중남미 최대 수원국이다. 지금까지 코이카는 기초보건 개선과 취약 아동 및 청소년 직업훈련원, 재활훈련원 설립 등 교육사업에 지원했다. 이러한 ODA 지원은 파라과이의 빈곤 감소, 소외 계층의 기회 확대, 의료 서비스 접근성 강화 등 개별 사업의 효과성 측면에서 우수한 것으로 평가받았다. 그러나 그동안 중장기적인 원조 효과 제고와 파라과이에 대한 ODA 정책 방향이 결여돼 왔다는 비판도 있었다. 이에 따라 이번 방문은 파라과이의 개발환경 분석과 파라과이를 지원하고 있는 다른 공여국과의 협력 기반을 구축하고 국가협력전략(Country Partnership Strategy)을 수립하기 위해 이뤄졌다.

이처럼 ODA사업에 대한 기본 인식과 접근 방식이 전환되고 있다. 공여국 중심이 아닌 수원국의 수요를 좀 더 효과적으로 반영하며 이들 국가의 지속적인 발전을 위한 환경과 사회적 여건을 조성하는 방식으로 변화하는 것이다. 중남미의 국가별 다양성을 인식하고 특정 개발과제를 분석해 수립하고 있는 국가협력전략은 ODA의 효과적인 지침으로 활용될 수 있으리라는 기대가 모아지고 있다.

한국은 ‘선택과 집중’의 원칙하에 기존 ODA 지원 국가를 중점 협력국과 일반 협력국으로 구분해 국가별 상이한 정치, 경제, 사회상황 및 개발 과제를 분석하고 있으며 이를 토대로 국가협력전략이라는 중장기 정책을 수립하는 과정에 있다. 아직은 과도기이나 이러한 흐름은 국가 차원에서 원조 효과성을 달성하기 위한 기본 틀과 지침으로 마련되고 있다는 측면에서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

2010년 개발원조위원회(DAC) 가입 이후, 한국은 ODA 규모를 지속적으로 확대해 나가고 있으며 중남미 지역에 대한 지원도 예외는 아니다. 실례로 코이카의 2010년 대 중남미 ODA 지원 규모는 전체 사업비의 약 11%에 해당하는 558억원이었고, 이는 전년 대비 54%가 증가한 규모다.

이제까지 한국은 중남미 지역에 대해 상대적으로 적은 관심을 보여 온 만큼 이 지역에 대한 ODA 지원은 주로 소액으로 30개국 이상의 국가를 포괄하는 광범위한 접근 형태로 실시됐다. 이외에도 수원국의 개발 과제에 대한 직접적인 분석보다는 특정 행사나 외교적인 결정과 관련된 일회성 지원도 이뤄지면서 중장기적인 ODA 정책 방향성과 정책 일관성이 결여돼 왔다는 비판에 직면해 왔다.

2000년대 들어 중남미 대륙에 대한 국제사회의 ODA 지원은 감소했다. 이는 국제사회가 일반적으로 중소득국(Middle Income Countries)에 대한 지원 비중을 줄이는 대신 최빈국(Least Developed Countries), 자연재해 발생국, 분쟁 이후 재건국 등을 중심으로 지원을 확대하면서 나타난 결과다. 개발원조위원회가 발표하는 수원국 리스트에 따르면 총 33개의 독립국으로 이뤄져 있는 중남미 대륙의 경우, 아이티를 제외한 30여 개국은 중소득 국가의 범주에 속하고 있다.

그러나 중남미 지역의 전체 인구 중 32%(1억8000만 명)는 여전히 빈곤 계층이며, 특히 이 지역의 계층 간 심각한 경제사회 불균형 상황은 자주 언급되는 개발 과제 중 하나다. 국제사회가 이 지역에 대한 지원을 줄여가고 있을 때, 한국의 역할은 더욱 중요하다. 한국은 작년 1개국 수립 이후 올해에는 중남미 3개국에 대한 국가협력 전략을 마련할 예정이다. ODA 분야에서 나타나고 있는 새로운 변화가 향후 한국이 이 지역 국가와의 광범위한 협력관계를 구축할 수 있는 긍정적인 요인으로 작용하길 기대한다.

abortion pill abortion pill abortion pill
저작권자 © 여성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