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명 게임회사 박차고 나와 “제일 즐거운 일”에 도전
국물떡볶이, 머리까지 바삭한 새우튀김으로 월 매출 1억
젓가락이 아닌 숟가락으로 떠먹는 국물 떡볶이와 새우머리까지 바삭한 새우튀김으로 인기몰이 중인 분식점이 있다. ‘미미네’라는 친근한 이름의 이곳을 이끄는 정은아(39) 대표는 “미미네는 평범한 동네 분식점이 아닌 분식을 파는 요릿집이 될 것”이라고 자신 있게 말한다. 그의 자신감은 어디에서 나온 것일까.
최근 3~4년 사이 길거리 포장마차나 학교 앞에서 팔던 떡볶이가 프랜차이즈화되면서 떡볶이 분식점 창업은 그야말로 전성기를 맞고 있다. 정 대표의 미미네는 떡볶이 붐이 일기 직전인 2009년 인천 구월동 골목에서 약 13㎡(4평)의 공간에서 시작됐다. 잘나가는 게임회사 홍보 담당자로 활약하던 그는 “아무리 대기업이라도 위에서 만들어 놓은 틀에서 일하는 것보다 힘들어도 내 일을 하고 싶었다”고 창업을 선택한 이유를 털어놨다. 10년간의 직장생활을 접고 창업을 결심한 그에게 주변 사람들은 “미쳤다”고까지 했지만 정 대표는 포기하지 않았다.
“30대라는 젊은 나이에 새로운 도전은 아름다운 것이라고 생각하고 결정을 내린 거죠. 그렇다고 전 재산을 올인하는 건 무모하다고 생각했고, ‘1000만원·1년’이라는 돈과 시간에 대한 기준을 정하고 시작했어요.”
손에 쥔 1000만원으로는 목 좋은 번화가는 엄두도 낼 수 없었다. 홍보를 할 수 있는 비용도 없었다. 그래서 선택한 방법은 음식의 맛과 인심이었다고. 연구를 거듭해 태어난 떡볶이는 그대로 동네 사람들과 아이들에게 퍼주기 일쑤였다. 그는 가게 문을 열고 3개월간은 제대로 돈을 만져보지도 못했다. 그렇게 딱 석 달이 지나자 손님들이 하나둘 늘기 시작했다. 맛을 본 사람들이 다시 가게를 찾기 시작한 것이다. 지역에서 맛집으로 유명해지고 TV 프로그램에도 출연하게 되면서 미미네는 그야말로 전국구 맛집이 됐다. 정 대표는 자신을 “운이 좋은 사람”이라고 겸손해했다. 그러나 노력하고 준비한 사람만이 기회를 잡을 수 있다.
“입소문이 참 대단하더라고요. 저희 떡볶이를 드시겠다고 30분 넘게 줄서서 기다리시고, 인천뿐만 아니라 전국에서 찾아오시기 시작했어요. 그런 분들을 실망시켜드리기 싫었고, 더 맛있는 음식을 대접하고 싶은 마음에 버는 돈은 다시 제품 개발에 쏟을 수밖에 없었어요.”
특히 몸통만 튀기는 일반 새우튀김과는 달리 맛이 좋은 머리까지 그대로 튀겨 낸 미미네의 새우튀김은 우리나라와 일본에서 특허를 받기도 했다. 튀김을 찍어 먹는 것도 일반 간장이 아닌 카레소금, 파래소금 등 질 좋은 소금이다. 국물 떡볶이도 튀김을 떡볶이에 찍어 먹는 손님들의 모습에 아예 국물을 넉넉히 넣고 떡과 어묵의 크기를 줄여 만들었단다. 또 떡볶이와 튀김을 쌓아놓고 파는 것이 아니라 주문이 들어오면 바로 만드는 방식도 연구 개발의 힘이다.
그렇게 미미네는 가게를 홍대 근처로 옮기고 창업 3년 만에 330여㎡(100평) 규모의 식당으로 성장했다. 지난해에는 신도림의 한 백화점에도 입점했다. 매출도 월 1억원에 달한다. 그러나 그는 “돈을 많이 버는 것도 좋지만 그것만이 목표는 아니다”라고 말했다. 그보다는 “우리의 분식도 이탈리아의 파스타나 일본의 라멘처럼 하나의 요리로 대접받을 수 있는 문화를 만들고 싶다”는 것이다.
“아직도 분식은 제대로 된 요리로 대접받지 못하고 있잖아요. 저는 단돈 3000원이라도 우리 분식을 드시는 손님들께 비용의 최대한의 가치를 드리면서 분식에 대한 인식을 바꿔보고 싶어요.”
정 대표는 후배 창업자들을 위한 조언도 잊지 않았다. 그는 “가령 치킨집을 차릴 생각이라면 동네 치킨집에서 3개월만이라도 일해 보면 그 업종이 자신과 잘 맞는지, 체력에는 문제가 없는지 판단할 수 있다”며 “경험이 중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