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동작을
이수역 근처 남성시장에서 상가를 운영하고 있는 김모씨는 “다른 지역은 어떤 정치인이 후보로 나오는지도 모른다는데, 우리는 관심이 높은 편이다. 결과가 어찌될지 우리도 궁금하다. 스포츠 경기를 지켜보는 느낌”이라고 말했다.
“열심히 하겠습니다, 정몽준 의원 인사드리고 있습니다!”
서너 명의 수행원들이 선창하는 곳을 지나치니 파란 점퍼를 걸친 정몽준 의원이 주민들에게 “얼마나 고생이 많으십니까” 하는 말과 함께 허리를 숙이고 악수를 건넨다. 곁을 지키던 또 다른 3명의 수행원은 명함을 건넨다. 26일 오전 7시 이수역 8번 출구에서 원룸촌 입구 방면으로 들어가는 골목의 풍경이다.
공중파 방송 등을 통해 이미 정 의원을 친숙하게 여기고 있는 지역주민들은 “평소 팬이었다. 사진 같이 찍어달라”며 카메라를 내밀기도 하고, 승용차를 타고 골목을 지나다 가던 길을 멈추고 차에서 내려 정 의원과 악수를 하는 중년 남성도 볼 수 있었다.
이에 비해 이계안 후보 쪽은 인원이 단출한 편이다. 같은 날 오전 11시께 상도종합사회복지관을 찾은 이 후보는 3명의 수행원만을 대동했다. 노래교실에서 레크리에이션 활동을 하고 있던 지역 어르신 100여 명께 인사의 말을 전한 이 후보는 곧 식당으로 걸음을 옮겨 식사 봉사를 했다.
이 후보는 “정 의원 쪽은 일개 사단이 움직이고, 우리는 각개전투를 벌이니 보병전만 치른다면 그런 물량 공세를 이길 수 없을 것이다. 유명 스포츠 감독들을 대동하거나, TV나 신문에 기업 광고를 넣는 식으로 간접 홍보를 할 수도 없다”고 토로하면서도 “그러나 이런 상황이 오히려 동정론을 형성하고 있어서 희망적이다. 투표만 제대로 해주시면 된다”고 밝혔다.
실제로 두 후보의 선거사무소만 봐도 작지만 재미있는 차이가 있었다. 깨끗한 빌딩의 2개 층을 사용하는 정 후보의 선거사무소에는 쌍화차, 김밥, 빵, 각종 캔디류 등 비치된 다과의 종류도 다양했다. 다소 노후한 건물의 1개 층만을 사용하는 이 후보의 선거사무소에는 믹스커피와 과자류만 비치돼 있었다.
두 후보 간 표심 잡기 전략도 서로 다르다. 현역 의원으로서의 의정활동과 전국구 의원으로서 행보를 병행하는 바쁜 일정으로 때때로 지역구를 비우기도 하는 정 후보의 공백은 온 가족이 메운다. 출퇴근길 인사는 장남이 함께하고, 사회복지시설에서의 봉사활동은 부인 김영명씨와 둘째·셋째 딸이 함께한다. 정 후보 캠프의 박호진 실장은 “청소가 대부분인 봉사활동은 사실 많은 사람의 눈에 띄지 않기 때문에 그리 효율적인 선거운동 방식은 아니지만, 진정성을 보여주는 것이 더 중요하다는 후보의 소신 때문에 이런 방법을 선택했다”고 설명했다.
이계안 후보는 3월 10일까지 당내 경선을 치르느라 상대보다 한 달여 늦게 시작했다. 그래서 그는 새벽부터 늦은 밤까지 한 사람의 지역주민이라도 더 만나기 위해 부지런히 움직인다. 오전 5시 새벽예배를 시작으로 출근길 인사, 오전 지역단체 방문, 오후 지역 상가 및 시장 방문, 퇴근길 인사, 저녁식사 모임 등으로 바삐 옮겨 다니느라 식사 때를 놓치는 일도 허다하다.
선거 열기는 뜨겁지만 두 후보 간 네거티브 전략은 보기 힘든 것도 인상적이다. 타 지역 출신의 정 의원과 지역구를 한 번 떠난 경험이 있는 이 의원이 서로의 약점을 비방하는 제 살 깎아먹기 식의 전략은 지양하고 있는 것. 여기에는 기업 경영인으로서의 동지의식도 한 몫 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동작을 국회의원을 한 차례씩 거치는 동안의 공적이나 현재의 공약에 대한 서로의 평가에 있어서는 치열한 싸움이 진행 중이다. 이 의원은 “또 속으시렵니까” 하고 강조한다. 2008년 뉴타운 공약이 허위 사실 유포로 알려져 정 후보가 80만원의 벌금을 받은 것을 두고 “100만원 벌금이면 의원 배지를 내려놓아야 했으니 레드카드에 가까운 옐로카드를 받은 셈”이라고 강도 높은 비판을 하며 정 후보가 새로 내놓은 ‘종합개발계획’ 등도 현실성이 없는 주장이라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그러면서 “밀어붙이기식 재개발 대신 전통시장과 자영업자 지원을 통한 마을경제 활성화를 하겠다”고 전했다.
정 의원은 이에 대해 “울산에서 20년 국회의원을 하며 지역경제를 살린 경험이 있다. 이번에 자비 2억원을 들여 동작구 개발계획을 마련한 것처럼 장기적인 지역 개발을 구상하고 있다”고 반박한다. 또한 상대편의 ‘재벌 개혁’ 주장에 대해서도 적극적으로 대응하는 모습이다. 정 후보는 “현대 CEO 출신의 이 후보가 이런 태도를 보이는 것은 자가당착”이라며 “나는 서민이 중산층이 되도록 돕는 정치인이 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