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의절차 없이 명단 작성했다” 항의 빗발쳐

지난 2월 12일 국회 정론관에서 열린 “‘지역구 15% 여성 의무 추천제’는 위헌”이라는 민주통합당 40여 명의 남성 예비후보 기자회견 보도(여성신문 1173호) 후 명단에 오른 남성 후보들 중 일부가 자신들은 전혀 동참한 적이 없다며 유권자들의 빗발치는 항의에 억울함을 호소하고 있다. 이로 인해 여성 의무공천을 반대하는 남성 후보들의 주장과 절차의 정당성이 크게 의심받고 있다.

여세현 예비후보(서울 영등포 갑) 측은 “‘지역구 15% 여성 의무추천제’ 반대 기자회견에 참여한 적도, 명단에 이름을 올린 적도 없다”며 “남성 예비후보 모임에 참석한 적은 있는데, 이것이 와전된 것 같다”는 입장을 전해왔고, 오영식 예비후보(서울 강북갑) 측은 “그런 모임에 간 적도 없는데 도대체 왜 명단에 이름이 올라갔는지 모르겠다”고 의문을 표했다. 오 후보 측 관계자는 이어서 “오 후보는 (여성 정치참여 확대에 반대하는) 그런 낡은 사고관을 가진 사람이 아니”라고 강조했다. 한편 춘천에 출사표를 던진 허영 후보 측에선 명단에 오른 또 다른 허영 예비후보(인천 남동을)와 동명이인이라며 “그렇게 중요한 명단에 왜 지역구를 표시하지 않느냐”고 유감의 뜻을 전해왔다. 이들 후보들은 “기본적으로 여성 정치참여 확대에 동의하고, 당의 정책에 충실히 따르겠다”는 입장을 재차 강조했다. 또한 이들은 이런 중대 사안이면 공식적인 서명 절차를 거쳐 발표하는 것이 상식인데, 이런 절차 자체가 없었던 것 같다며 “너무나 개별적이고 파편적인 움직임이었다”고 비판했다.

문제는 이처럼 중앙당 언론 담당 부서나 조직국, 여성국 등 이번 사안과 밀접한 부서에서도 기사를 통해서만 이들 남성 후보들의 기자회견 사실을 파악했을 뿐 관련 자료 자체를 갖고 있지 않았다는 점이다. 한 여성국 관계자는 “이런 중대 사안이면 보통은 공보실을 통해 언론 배포 협조를 요청하는데, 그런 절차가 하나도 없었다는 것이 이들의 판단이 오판임을 자인한 것 아니겠느냐”고 일갈했다. 

이에 대해 이들 남성 예비후보 모임의 간사로 명단 작성 실무를 담당했던 정재호 예비후보(경기 고양시 일산 동구)는 “캠프에 지역별 담당자를 두고 이메일 답변이나 전화통화를 통해 피라미드식으로 명단을 작성했지만 일이 급히 진행되다 보니 일부 오류가 났을 수도 있다”고 시인했다. 기자회견을 주도한 김두수 예비후보(경기 고양시 일산 서구)는 “기자회견 후 입장을 바꿀 수도 있지 않으냐”고 추론하면서도 “여성 15% 의무공천제는 충분한 의견 수렴 없이 지도부의 의지로 일방적으로 진행됐는데, 이 15%에 고통 받는 또 다른 피해자는 왜 생각하지 않느냐”고 항변했다. 그는 이어서 “이미 지나간 사안”이라고 애써 의미를 축소했다. 여성 15% 의무공천 특혜 논란에 불을 지폈던 정청래 예비후보(서울 마포을)는 기자와의 전화통화에서 “여성 의무공천 15%에 반대 입장을 표명한 것은 이 조치가 여성 정치 신인의 진입을 돕기보다는 전·현직 여성 국회의원에게 더 유리한 이중 특혜이기 때문”이라며 “여성 의무공천제가 당규로 확정되기 이미 1년 전 민주당 개혁특위 활동을 할 때부터 이 부분을 중점 피력해왔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서 “지역 주민들도 여성 의무공천 할 거면 왜 군가산점제는 안 되느냐고 항변한다. 이것이 민심”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지난 12일 기자회견에 대한 정치적 논란은 이미 끝났다. 푸닥거리 한 번 한 꼴”이라는 말로써 향후 기자회견문에서 ‘공표’했던 헌법소원,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 공심위원 등에 대한 손해배상 청구 등의 후속 조치는 없을 것임을 시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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