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수여 성악과 최연소 음악박사로 유명한 소프라노 고미현 (36·서울종합예술학교 성악과·사진) 교수가 삶과 죽음의 문제로 고통 받는 이들을 음악으로 위무하고자 나섰다. ‘삶과 죽음의 음악들’을 주제로 독창회를 여는 것.
각각 내밀한 스토리를 담고 있는 무소륵스키, 바흐, 라흐마니노프의 곡들로 구성된 독창회는 마치 한 편의 잘 쓰인 오페라처럼 흥미로운 플롯을 가지게 됐다. 인생과 사랑을 노래하는 1부는 구원과 호소의 노래인 바흐의 ‘주여 나를 불쌍히 여기소서’로 시작해 어린아이의 눈으로 바라본 어른의 세계를 노래한 ‘아이의 방’으로 끝난다. 살며 사랑하는 사람들의 삶에 대한 찬양이다. 죽음과 사후세계를 노래하는 2부는 신의 위대함을 노래하는 바흐의 ‘요한수난곡’으로 시작해 죽음에 대한 다각적인 해석이 돋보이는 무소륵스키의 ‘죽음의 노래와 춤’과 천국에서 현실 속 고통을 위로하는 라흐마니노프의 ‘how far this spot’으로 이어진다.
이런 짜임새 있는 레퍼토리는 ‘연구하는 음악가’로도 유명한 고미현씨가 작곡가와 곡에 대해 치밀한 학술적인 연구 과정을 거쳤기에 가능했다. 특히 러시아의 유명 작곡가 무소륵스키의 가장 대표적인 연가곡인 ‘어린이방’과 ‘how far this spot’이 한 무대에서 연주되는 것은 국내 최초이기에 이번 독창회는 학술적으로도 큰 의미를 지닌다.
그는 “무소륵스키는 사실주의의 대표적 작곡가답게 거침없는 자기 표현으로 적나라할 정도로 현실을 세밀하게 묘사한다”며 “유럽을 비롯한 전 세계에서 무소륵스키의 희귀 작품으로 철학을 중시하는 음악 애호가들의 사랑을 받고 있지만, 우리나라에서는 크게 조명받지 못했던 두 연가곡의 음악적 가치를 알리고 싶다”고 전했다.
마지막 곡인 라흐마니노프의 ‘how far this spot’은 작곡가가 아내에게 선사한 사랑 노래로 세계적인 소프라노 안나 네트렙코가 불러 유명해진 곡이다. 고씨는 “살다가 너무너무 힘든 순간 그 곡을 들으면 위안이 되더라”며 “안나 네트렙코는 가사에 충실하며 연인 간 사랑의 마음을 전달했는데, 나는 사랑의 대상을 더 확장하고 싶다. 앞이 안 보이는 절망의 순간 발견한 한 줄기 빛을 노래하는 심정으로 부를 생각”이라고 밝혔다.
연주회의 반주는 한국반주협회 회장직을 맡고 있는 피아니스트 임헌원씨가 맡는다. 고미현씨는 “내가 음악에 대해 신선하고 도발적인 해석을 하면, 임 선생님은 풍부한 연륜으로 표현해주신다”며 “연습 중에도 죽음을 앞둔 사람의 초연한 마음을 피아노 선율로 표현해내시는 것을 보면 항상 감동을 하지 않을 수 없다”고 말했다.
고미현씨는 이번 독창회를 마치면 3월(카발레니아 루스티카나, 과천시향)과 5월(대한민국 오페라페스티벌 중 피가로의 결혼, 뉴서울오페라단)에 연이어 오페라 주역으로 무대에 오르고, 하반기에는 마찬가지로 서울 예술의전당(12월 31일)에서 대규모 독창회를 한 번 더 열 계획이다.
소프라노 고미현씨의 독창회는 예술의전당 IBK챔버홀에서 2월 27일 열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