겉과 속을 따뜻하게, 혈액순환을 활발하게

그럭저럭 추운 겨울을 버티게 했던 ‘삼한사온(三寒四溫)’ 현상도 사라지고 종종 맹추위가 기승을 부리고 있습니다. ‘한반도에 찾아온 55년만의 2월 추위’이며 유럽에서는 한파로 인해 600명이 넘는 사람들이 목숨을 잃었다고 하는 이번 추위는 북극권의 온난화와 관련이 있다고 합니다. 북극해가 더워지면서 대륙의 한랭화가 진행되는 것이라는데요. 그저 편리하게만 살려 했던 인간의 욕심이 지구온난화를 일으키면서 먹이를 구하지 못하는 북극곰뿐 아니라 인간도 눈물을 흘리게 하는구나 하는 생각에 위기의식이 느껴집니다. 겨울철 심해지는 수족냉증, 열의 여덟은 여성 “우리가 태어나서 한번도 겪어본 적 없는 추위래.” 하며 아이들도 꽁꽁 동여매 내보내고 장롱 속 깊숙이 넣어놓았던 내복을 꺼내 입습니다. 그런데 여전히 길에는 짧은 스커트 차림의 여성들이 거리를 활보하고 있습니다. 그들의 용기가 놀랍기도 하고 젊음과 열정이 부럽기도 하지만 그보다는 직업의식이 발동해 냉기에 상하기 쉬운 여성들의 건강이 걱정스럽기부터 합니다. 이 추운 날씨에도 짧은 교복치마 차림으로 학교를 가야 하는 여학생들을 보면 그 걱정은 분노로 바뀝니다. 꼭 이 추운 날, 짧은 치마를 입혀야 하느냐고요. 겨울철이 되면 유독 심해지는 ‘수족냉증’은 추운 날씨에 말초혈관이 수축되고 혈액순환이 잘 안되면서 나타나는 증상입니다. 그런데 수족냉증을 호소하는 환자들 열 명 중 여덟이 여성이라는 사실! 한의학적으로 여성은 음양(陰陽) 중 음(陰)에 속하면서 차가운 기운에 손상되기 쉽습니다. 또한 월경, 출산을 주관하는 호르몬의 변동이 자율신경계에 영향을 미치면서 말초혈액순환장애를 쉽게 유발합니다. 늘 손발이 차다면 소화기능 이상 살펴야 그런데 수족냉증은 단지 손발이 차가워서 불편한 것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우리 몸이 건강하지 않아 나타나는 결과이기 때문에 건강의 지표로서 중요한 의미가 있습니다. 먼저 만성적으로 손발이 찬 경우에는 소화기의 건강상태를 살펴야 합니다. 한의학에서는 ‘비주사말(脾主四末)’이라고 하여 소화기가 팔, 다리 네 부분의 말초를 지배한다고 봅니다. 소화기는 단지 음식을 소화시키는 역할뿐 아니라 이를 통해 우리 몸을 운용하는 에너지를 만들어내고 노폐물을 제거하는 작용을 합니다. 그런데 소화기능이 약하게 되면 에너지가 부족해지면서 습담(濕痰)이라고 하는 노폐물들이 쌓이고 이로 인해 말초혈액순환이 방해를 받게 됩니다. 스트레스 또한 수족냉증과 밀접한 관련이 있습니다. 스트레스를 받게 되면 기(氣)가 울체되는데, 기운이 꽉 막히게 되면 말초까지 피를 밀어주지 못하면서 말초혈액순환에 이상이 생기게 됩니다. 착상환경 방해, 심한 월경통, 질염 등을 일으키는 하복냉증과 관련 여성의 수족냉증은 무엇보다도 하복냉증과 밀접한 관련이 있습니다. “손이 따뜻해야 임신이 잘된다던데…….”하며 불임에 대한 걱정을 하는 것도 손발이 찬 여성의 경우 하복부가 냉한 경우가 많고, 이는 생식건강을 해치는 중요한 요인이 되기 때문입니다. 하복부의 냉증은 꼭 만져서 차다는 의미만이 아니라 복강 내 혈액순환 장애를 뜻합니다. 자궁, 난소로 가는 혈류공급이 원활하지 않으면 난소에서 질 좋은 난자를 배란하지 못하고, 자궁의 착상환경에 방해가 될 수 있습니다. 또한 하복냉증은 어혈(瘀血)을 유발하면서 심한 월경통의 주범이 되기도 합니다. 흔히 ‘질염’이라고 진단받는 반복되는 냉대하에서도 하복부 냉증이 중요한 환경적 요인으로 작용합니다. 특히 추운 날씨에 몸을 노출시키고 바깥 활동을 많이 하는 여성의 경우 질 분비물이 물처럼 쏟아지는 수양성 대하로 고생하는 경우가 많은데 이 또한 몸이 허약하고 냉하여 발생하는 ‘양기부족(陽氣不足)’과 관련이 있습니다. 안팎을 따뜻하게, 족욕, 반신욕으로 수족냉증과 하복냉증 예방 수족냉증, 하복냉증을 예방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몸을 따뜻하게 해주는 보온이 중요합니다. 특히 찬바람이 들어가지 않도록 배와 다리를 따뜻하게 해줘야 합니다. 한참 성장기에 있는 여학생들에게 ‘바지교복을 허(許)하라’고 외치고 싶은 이유입니다. 이때 꽉 끼는 옷은 오히려 혈액순환을 방해할 수 있으니 넉넉한 옷으로 여러 겹 껴 입는 것이 건강에 좋습니다. 하지만 겉만 따뜻하게 해주는 보온만으로 냉증이 풀리는 것은 아닙니다. 속도 따뜻하게 해줘야 합니다. 찬 음료의 섭취를 피하고 비위기능이 약한 경우에는 따뜻한 생강차를, 자궁순환이 잘 안 되는 경우에는 당귀차를 꾸준히 마시는 것도 냉증예방의 한 방법입니다. 족욕이나 반신욕도 혈액순환을 활발하게 하는데 도움이 됩니다. 평소 스트레스가 심한 경우라면 긴장을 풀어주는 라벤더 오일 한 방울 떨어뜨려주면 금상첨화일 테고요. 더불어 지구가 성내지 않게 조금 불편해도 환경을 지키는 일에 조금씩 마음을 내었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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