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마추어 여성 복싱, 뜨거운 '나'와 조우하다
아마추어 여성 복싱, 뜨거운 '나'와 조우하다
  • 이지원 / 여성신문 기자
  • 승인 2012.02.18 01:55
  • 수정 2012-02-18 01:5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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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싱으로 자신 안의 강인함을 발견해
거칠고 남성적이라는 선입견이 있는 운동에 도전하는 여성들이 늘고 있다. 다이어트, 체력 증진 등 시작 이유는 다양하다. 하지만 아직도 '공격적인 운동과 여성'이 과연 맞는 결합인지 의문을 갖는 사람들이 의외로 많다. 여성들은 거친 운동을 통해 무엇을 얻을까? 3회에 걸쳐 ‘복싱’, ‘특공무술’, ‘킥복싱과 무에타이’에 도전하는 여성들의 이야기를 들어본다. <편집자 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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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권투위원회 홍수환 회장은 '이제 권투는 소수가 아닌 많은 사람들이 즐기는 운동이 되었다'며 최근 변화에 대해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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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효식 / 여성신문 사진기자 yesphoto@womennews.co.kr
2월 13일, 서울 장충동 ‘한국권투위원회(KBC)’사무실에서 홍수환(62) 권투위원회 회장을 만났다. “복싱의 인기는 바닥입니다. 한때 복싱은 최고의 스포츠였죠. 하지만 최고 자리에 있을 때, 자라나는 선수들에게 투자를 못했습니다”며 홍 회장은 한국 복싱의 문제점을 지적했다. “지금은 복싱이 생활체육으로 저변을 확대하고 있습니다. 또 탤런트 이시영씨가 아마추어 복싱 선수로 우승해서 다이어트 복싱이 인기를 끌고 있습니다. 이런 이유로 복싱장 문턱은 낮아졌고 여성 복싱인들은 증가했습니다”라며 한국 복싱의 최근 변화를 설명했다. 프로 선수 중심이었던 과거와 달리, 복싱은 일반인들에게 많이 친근해졌다. 어렵지 않게 복싱장을 집 주변에서 찾을 수 있게 되었다. 동시에 ‘다이어트 복싱’이 인기를 끌면서 복싱에 대한 여성들의 관심도 높아졌다. 자연스럽게 여성 아마추어 복싱 선수, 복싱장을 다니는 여성 직장인·대학생이 늘어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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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효식 / 여성신문 사진기자 yesphoto@womennews.co.kr
2011년 5월 28일, 서울 중구 구민회관에서 전국생활복싱대회(KBI) 여성부 65kg급 대회가 있었다. 이수진(18)양은 예선에서 RSC(Referee Stop Contest), 결승에서는 마지막 라운드까지 가는 접전끝에 우승을 거머졌다. “거울 보고 매일 새도우 복싱(Shadow boxing)을 했어요. 하지만 막상 링에 오르니 엄청 긴장되더라고요. 여유롭게 시합을 치르고 싶은데 흥분해서 막 휘두르다보니 많이 맞았어요”라며 겸연쩍게 웃었다. 수진양은 2011년 1월부터 다이어트에 좋다는 소문을 듣고 복싱을 시작했다. 복싱을 시작하고 1년만에 아마추어 선수로 성장했다. 학기 중에는 하교 후 매일 3시간씩 연습을 하고 방학 중에는 아침부터 밤까지 복싱의 매력을 즐겼다. 그 결과, ‘전국생활복싱대회’와 ‘동두천시장배대회’, ‘서울시 아마추어 신인선수권대회’ 등 일 년 동안 8경기를 나가서 8승을 올렸다. 포기하고 싶은 순간도 있었다. ‘전국생활복싱대회’가 끝난 지 3일 후, ‘서울시 아마추어 신인선수권대회’가 곧바로 있었을 때이다. “쉬고 싶어서 매일 울었어요. ‘이번 대회만 나가고 그만 두어야지’라고 생각했죠. 엄마도 다이어트하라고 보냈는데 매일 우니까 그만 두라고 하셨구요. 하지만 관장님은 ‘약한 소리 하지 마. 너를 죽이지 못하는 시련은 너를 더 강하게 만들어’라며 다시 일어서게 만들어주셨죠”라고 말했다. 수진양의 꿈은 복싱으로 대학을 가서 프로선수가 되는 것이다. 요즘은 방학이지만 밤 12시를 넘긴 시각까지 연습에 매진한다. “방학이니까 친구들과 맛있는 것도 먹고 놀고 싶어요. 하지만 시합이 끝나면 다시 훈련을 하러 체육관으로 향해요. 체육관이 너무 좋아요” 매일 자신과의 싸움을 해야 하는 수진양에게 복싱을 하는 이유를 물었다. “예전에는 산만했지만 지금은 집중력이 생겼어요. 또 시합을 준비할 때는 힘들지만 평상시에는 링 위에서 친구들과 즐기면서 복싱을 해요”라며 “복싱에서 중요한 것은 근성이예요. 가장 힘든 마지막 라운드까지 버티는 힘 말이예요. 저는 이제까지 무엇이든 쉽게 싫증내고 한두 달이면 금방 포기했어요. 1년을 버틴 것은 이번이 처음이예요. 할 수 있는 한 계속 하고 싶어요”라고 말했다. 8전8승의 비결을 물으니 ‘복싱은 노력한 만큼 나오는 것’이라는 겸손한 대답이 돌아왔다. “원래 겁도 많고 눈물도 많아요. 하지만 그만 안 둘 거예요. 힘들 때 돌아보고 ‘옛날에 복싱도 했는데 이것 못 하겠나’라는 생각을 할 수 있으면 좋겠어요”라며 복싱에 대한 굳은 의지를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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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효식 / 여성신문 사진기자 yesphoto@womennews.co.kr
서울 도봉구에 사는 유수연(29), 김한나(29)씨는 고등학교 때부터 알고 지낸 친구 사이이다. 집 주위 복싱장을 눈여겨보다가 4개월 전부터 함께 복싱을 배우기 시작했다. 은성 복싱 체육관 정완구 관장은 “한나씨는 빠른 몸놀림과 강한 파워를 갖고 있죠. 반면 수연씨는 복싱에 대한 열정이 남달라요. 서로 능력을 인정하고 부족한 만큼 노력하죠. ‘저 친구만 세고 강한 것이 아니다. 나도 해내겠다’라는 투지가 있어요. 알게 모르게 서로에게 자극을 주고 있죠”라며 두 사람의 복싱에 대한 열정을 칭찬했다. 수연씨와 한나씨도 여느 초보 복싱인처럼 처음에는 링에 올라가기를 주저했다. 하지만 지금은 체육관에서 무서운 스파링 상대가 되었다. “재미있는 것은 저희와 스파링을 한 분들은 다음날 꼭 안 나온다는 거예요. 뒤에서 연습하는 저 남학생도 함께 스파링을 뛰고 나서 한동안 복싱장에 나오지 않았어요”라며 한나씨는 링 위에서 연습하는 중학교 3학년 남학생을 가르켰다. 수연씨는 2년째 약국에서 건강기능식품을 상담하고 있고 한나씨는 프랑스 화장품 매장에서 3년째 근무하고 있다. 사람을 상대하는 서비스업에 종사하다보니 스트레스가 쌓일 때가 많았다. 수연씨는 “이렇게 합법적으로 펀치를 날릴 수 있는 것은 복싱밖에 없어요. 그래서인지 펀치를 날릴 때 가장 기분이 좋아요. 요즘은 몸에 근육이 붙는 것도 느껴요”라며 복싱의 매력을 말했다. 한나씨는 “편치 치는 것이 너무 재미있어서 습관이 들었어요. 한번은 자동차를 탔는데, 앞좌석 등받이에 펀치를 날렸는데 그대로 등받이가 넘어갔어요”라며 복싱의 매력을 말했다. 정 관장은 ”두 사람은 소질과 노력으로 큰 발전을 했다. 지금처럼만 연습하면 내년 서울시 아마추어 신인선수권대회에서 우승도 할 수 있다“며 새로운 여성 복싱인의 탄생을 기대했다. 서울 필동. 대학생 김주리(22)씨는 작년 7월부터 수업중 남는 짜투리 시간을 이용해 복싱장을 찾았다. 줄넘기, 복싱·근력 훈련 등 한 시간 반 동안 쉴 틈 없이 움직인다. 응용 동작이 많아서 지루할 겨를도 없다. “남자친구가 ‘너는 운동하면 밝아진다. 운동 꼭 해라’라고 말해요. 요즘 취업 시즌이라서 스트레스 쌓일 때가 많아요. 그럴 때는 샌드백을 쳐요. 그러면 언제 그랬냐는 듯이 쌓인 게 해소되요”라고 말했다. 처음에는 복싱장하면 낙후된 환경과 우락부락한 사람들을 떠올랐다고 한다. 하지만 직접 와서 보니, 시설도 쾌적하고 다양한 사람들을 만날 수 있어서 체육관 가는 것이 즐겁다고 한다. 무엇보다 육체적, 정신적 만족감이 큰 것이 장점이라는 말도 덧붙인다. “복싱시작한 지 2달만에 체지방이 10%이하로 떨어졌어요. 또 예전보다 더 적극적이고 열정적으로 변했어요. 면접에 가서도 ‘4년 동안 무엇을 했냐?’라고 물으면 ‘복싱을 하며 자기 관리를 철저히 했다’라고 자신 있게 말할 수 있을 것 같아요”라고 복싱으로 생긴 변화를 말했다. 같은 체육관에 다니는 윤지원(20)씨는 복싱이 끝나고 나서도 동네 공원에서 동작을 연습한다. "복싱이라고 하면 ‘과격하다’고 생각해요. 하지만 간편하게 단기간에 큰 효과를 얻을 수 있는 운동이예요. 무엇보다 여성들에게 맞게 많이 변화되었어요. 덤으로 스스로에게 엄해지는 강한 정신력도 기를 수 있어요”라며 복싱의 장점을 설명했다. 다이어트, 호기심, 체력 등 여성들이 ‘복싱’을 시작한 이유는 다양했다. 하지만 집념을 가지고 복싱으로 자신을 단련했다는 공통점이 있었다. 낯선 분야로의 도전은 언제나 두렵다. 하지만 이런 도전을 통해 자신도 모르던 ‘자신’, 즉 내 안의 강인함과 끈기를 만날 수 있다. 취재를 마치고 돌아오면서, 새로운 세상을 만나는 기쁨은 오직 '도전한 사람'만이 누릴 수 있는 특권이라는 생각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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