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 문제 터져야만 수면 위로…주변 관심이 치유에 절대적
‘접속’만 하면 시공간 제약 없이 ‘카지노’
심심풀이로 하다 돈·가정·인생 ‘올인’

 

sumatriptan patch sumatriptan patch sumatriptan patch
sumatriptan patch sumatriptan patch sumatriptan patch
ⓒ홍효식 / 여성신문 사진기자 yesphoto@womennews.co.kr
“처음엔 1만원씩 충전했고, 그 다음엔 5만원, 또 10만원씩 충전했어요. 두 달 만에 카드빚 250만원을 졌어요. 그만두고 싶어도 그동안 잃은 돈 메우려다보니 빚이 늘어났죠. 신랑이 힘들게 일해서 벌어온 피 같은 돈인데 어쩌죠.”

자신을 전업주부라고 밝힌 이 여성은 자신의 사연을 인터넷 고민 게시판에 올렸다. 처음 스팸메일을 통해 불법 도박 사이트를 접하게 됐다는 그는 호기심에 무료 코인을 받아 ‘맞고’를 시작했다. 1만원으로 시작한 게임머니 충전은 금세 5만원, 10만원으로 늘어갔다. 돈을 따는 건 어려워도 잃는 건 금방이었다. 그는 그만두고 싶었지만 본전을 만회하기 위해 남편 모르게 게임에 더욱 몰두하게 됐다. 결국 250만원의 카드빚을 진 그는 불법 도박 사이트에 입금한 사실이 적발돼 도박 사실이 들통 났다.

국내 도박 중독자 350만 명 시대(사행산업통합감독위원회, 2008). 직접 찾아가야 하는 ‘하우스형’ 도박과 달리 컴퓨터만 있으면 언제, 어디서나 ‘접속’ 가능한 인터넷 도박에 여성들이 빠지고 있다. 시공간 제약이 없어 중독되기 쉽고, 게임머니로 무제한으로 베팅할 수 있다 보니 문제의 심각성을 인식하는 데 시간이 걸린다. 인터넷 도박은 누구나 한번쯤 받았을 법한 ‘바둑이, 고스톱, 바카라’ 등으로 시작하는 스팸 문자와 이메일로 접하는 경우가 많다. 모두 불법이지만 많은 사람들이 이를 통해 사이트에 접속한다. 현재 여성 도박중독자는 남성에 비해 그 수는 적다. ‘2010 사행산업통계’에 따르면 사행산업통합감독위원회 상담을 받거나 치유 프로그램 참가자 중 여성은 7.9%에 불과하다. 여성들 대부분 자신의 증상을 중독으로 보지 않거나 중독이어도 사실을 숨기기 때문이다. 도박중독을 ‘노름을 즐긴다’는 식으로 관대히 넘기는 사회인식도 남성에게만 해당된다. 그러나 최근 실태조사를 살펴보면 여성 인터넷도박 중독이 증가 추세라는 점을 짐작할 수 있다.

지난해 행정안전부가 발표한 2010년 인터넷 중독 실태조사에 따르면, 성인의 인터넷 중독률은 5.8%로 나타났다. 여기서 눈여겨보아야 할 점은 전체 여성 인터넷 중독률이 꾸준히 늘고 있다는 점이다. 남성의 인터넷 중독률은 8.9%로 2009년 대비 1.2%p 하락한 반면, 여성은 6.9%로 전년에 비해 오히려 0.2%p 상승했다.

여성들이 인터넷도박에 빠지는 원인도 남성들과 차이를 보인다. 박은경 중독예방치유센터 전문상담원은 “남성 도박중독자들은 쾌락이나 자극 추구적인 성향이 큰 반면, 여성들은 스트레스를 받거나 정서적으로 충족되지 않아 도박에 빠지는 경우가 많다”며 “상담을 받은 여성들 대다수가 주부들로 아무 데도 알리지 않다가 빚이 드러나면서 가족이 알게 된다”고 설명한다.

속으로 곪아 터져야만 문제가 드러나기 때문에 여성 도박중독자는 재정적인 문제뿐만 아니라 심리적인 문제도 함께 발생한다. 남편과 대화가 없다거나, 고부 갈등, 양육 스트레스 등에서 벗어나기 위해 재미삼아 시작한 도박으로 돈을 많이 잃으면서 가정도 흔들리고 이로 인한 정서적인 변화로 인해 성격도 변한다. 잃은 돈을 찾기 위해 주변에 거짓으로 돈을 빌리고 공금을 유용하는 등 범죄까지 저지르는 경우도 있다.

이런 변화는 자녀들에게도 큰 영향을 미친다. 한 여성 중독자는 “남편이 없을 때 게임을 하다 보니 아이에게 신경을 못 쓸 때가 많은데 한번은 돈을 모두 잃어 안절부절못했더니 아이가 ‘아저씨(머니상)한테 돈 빌려달라고 해’ 하는 말까지 해 깜짝 놀랐다”고 털어놨다.

최근에는 불법 도박 사이트뿐만 아니라 합법적인 도박 게임도 즐비하다. 게임포털 ‘한게임’이 제공하는 포커게임은 이미 여러 번 사행성 논란에 휩싸였고, 복불복 방식으로 아이템을 판매하고 중개업체를 통해 아이템을 사고팔 수 있는 넥슨의 ‘메이플스토리’ 등 다중 접속게임(MMORPG)도 ‘도박게임’으로 불린다.

이처럼 인터넷도박 중독은 쉽게 접할 수 있는 만큼 한번 빠지면 웬만해선 헤어나오기 힘들다. 주변에서 심리적 지지를 해주면 회복되는 일반 게임중독과 달리 재정적인 문제가 포함돼 있기 때문이다. 박은경 전문상담원은 “인터넷도박 중독은 돈이 연결돼 있기 때문에 심리상담뿐만 아니라 채무 관련 컨설팅을 지원하고 특히 본인 스스로 책임지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단순히 도박만 끊는 것이 아니라 본인 스스로 솔직해지고 가족관계도 회복하면서 지인들에게 진심으로 사과를 구하는 등 전인적인 변화가 수반돼야 한다”고 조언한다. 또한 “도박중독을 병으로 바라보고 도덕적인 비난을 하기보다는 치료와 상담을 받을 수 있도록 가족이 옆에서 지지해줘야 한다”고 덧붙였다.

저작권자 © 여성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