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슴 울리는 아날로그 발라드입니다”
프로듀서·작가로 참여하며 심혈 기울인 앨범 ‘그 사람’
‘요즘 젊은이들이 ‘너를 사랑하고도’를 조성모나 소냐 같은 후배들의 노래로 생각하는 것에 섭섭하지 않으냐’는 질문에, 지난 세월 만큼이나 성숙해진 모습의 가수 전유나(43·사진)가 한 답이다.
1980년대 말 대학가요제를 통해 말 그대로 혜성같이 등장했던 당대의 스타 전유나. 그가 1994년 ‘혼자서’ 이후 17년 만에 새 앨범 ‘그 사람’을 들고 우리 곁을 찾아왔다. 전유나는 이번 앨범에서 프로듀서와 작사가로도 참여했다.
그는 “그동안에도 크고 작은 무대 어딘가에서 계속 노래는 하고 있었다”며 “앨범을 통해 더 많은 분들과 대화를 나누고 소통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이번 앨범은 음악적인 것 못지않게 개인적인 인생에 있어서도 큰 의미를 지닌다”고 설명했다.
“겉멋 들고 싶지 않았다”는 설명처럼 앨범은 전유나 특유의 꾸밈없고 아날로그적인 감성의 노래들로 채워져 있다. 눈과 귀를 자극하기보다는 먼저 가슴을 울리게 하는 감성 짙은 목소리가 백미다.
20년 넘는 세월 무대에서 잔뼈가 굵은 베테랑에게도 신곡을 녹음하기 위해 부스에 들어가던 순간엔 설레고 흥분되는 마음을 감출 수 없었다고 한다. 전유나는 “생각해보니 녹음부스에 들어가는 것이 10년 만이더라. 신인 때보다 더 떨렸다”며 “그러나 첫 녹음곡의 작곡자가 다행히도 개인적으로 아주 친한 유리상자 박승화씨의 곡 ‘사랑은 언제나 이별보다 느리다’였고, 승화씨가 너무 편하게 디렉팅을 해줘서 기분 좋게 녹음을 시작할 수 있었다”고 전했다. 작곡가로도 유명한 박승화는 전유나가 앨범을 기획하고 있다는 소식을 전해 듣고 가수가 곡을 청탁하기도 전에 먼저 곡을 선물했다는 후문이다.
빅마마, 휘성, 김건모 등과 작업하며 수많은 히트곡을 만든 곽영준이 작곡한 팝 발라드곡 ‘여기까지죠’에는 전유나가 직접 가사를 붙였다. 진솔하면서도 애절한 가사가 감성적인 멜로디와 잘 어우러져 들을수록 깊은 감동을 전달한다.
그는 “장조 노래인데도 그 어떤 단조보다 더 슬픈 감수성을 담고 있더라. 듣자마자 영감이 떠올라 거의 한 번에 써내려갔다”며 “이별 후 다시 돌아오고 싶어 하는 남자를, 다시 사랑해봐야 똑같이 끝이 날 것을 알고 돌려보내는 내용이다. 듣는 분들이 ‘내 이야기 같다’고 공감해주신다면 좋겠다”고 말했다.
1990년대 초 전유나와 함께 전성기를 누린 신승훈과 윤상, 이승환 등의 동료는 최근 모두 오디션 프로그램에서 심사위원으로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신효범 등 음악적 지기들은 ‘나는 가수다’를 통해 제2의 전성기를 맞이하기도 했다. 전유나의 행보가 더욱 기대를 모으는 이유다.
그는 “‘나는 가수다’에서 출연 제의가 들어오면 어떡하겠냐는 이야기를 많이 듣긴 했지만, 담백하고 감성적인 대신 화려하지는 않은 노래 스타일이기에 어울리지 않을 수 있겠다는 생각을 했다”면서도 “다만 최근 ‘노래 잘한다’는 평가의 기준이 너무 한정적인 점이 아쉬운데, ‘전유나식 노래’로 대중가요의 다양성을 보여주는 정도의 역할을 할 수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은 한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