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숙 한국여성단체협의회장은 ‘남녀 동수 19대 국회 만들기를 위한 여성 정치 세력화 방안’을 주제로 발제했다. 김 회장은 “주요 정당 대표를 여성이 맡다 보니 놀라서 난리가 났지만 여기에 꼼수가 있다. 아시아권 정치 후진국에선 여성이 남편이나 오빠의 덕을 입어 부상했으나 성공하지 못했다. 여성 정치세력이 여성 지위와 권익을 향상시킬 수 있도록 우리가 만들어가야 한다”며 “여성들이 용기를 내지 못하고 주저해 지역구 후보가 절대적으로 모자란다. 여성 후보를 적극 찾아내 정계에 진출시켜야 한다”고 말했다. 김 회장은 지역구 여성 할당을 이뤄내려면 여야 지도자들의 의지가 필수라고 강조했다. 특히 경선제나 가산점만 줘봐야 여성 신진 정치인은 게임이 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김 회장은 “중앙당 공천도 여성과 남성을 분리해 심사해야 한다. 결과적으로 지역구 여성 당선자가 30%가 나와야 한다. 지역에서 여성 할당이 안 되면 비례로 채우도록 여성단체들이 결집해 정당을 압박해야 할 때”라고 말했다. ◆양성평등의식 가진 ‘괜찮은 여성’을 의회로=토론자로 나선 이승진 새누리당 여성국장, 정춘생 민주통합당 여성국장, 장경화 자유선진당 여성국장, 김애화 통합진보당 진보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지역구 여성 할당이 현실화되기까지의 정당 내 ‘전투’ 과정과 여성 인재 부족 현상에 대해 어려움을 토로했다. 장 국장은 “능력 없는 남자들은 막 나서는데 능력 있는 여자들은 욕심을 내지 않는다”며 “남녀 동수 국회가 되기 위해선 정치자금법을 고쳐 국가가 여성 후보자의 선거비용을 부담하는 제도를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김 연구위원은 통합진보당의 남녀 동수제 실현을 위한 로드맵 공약을 설명하며 여성 후보자들이 이 공약을 4·11 총선에 내세우도록 하자고 제안했다. 김 연구위원은 특히 “여성 정치 세력화를 위해 성평등 헌법으로 개정해야 한다. 독일 기본법과 같이 성평등 조항을, 프랑스 헌법 같이 남녀동수제를 명문화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김경희 한국여성단체연합 공동대표는 정당 안에서 여성 정치인을 길러내는 시스템을 만들지 않고 왜 자꾸 바깥에서 여성 인재를 영입하려고만 하느냐”며 “북유럽 등 정치 선진국처럼 지역 밀착형 정당 활동이 이뤄지도록 정당 내 여성 조직이 구성돼 지역 활동이 진행돼야 하고, 여성 당직자 비율을 높여야 한다”고 주문했다. 김 대표는 “지역 활동을 통해 여성 정치의식이 성장하는 ‘플랜’을 작동시켜야 한다”며 “준정당 차원의 정치 NGO를 지역에서 많이 활발하게 만들자. NGO와 연계된 일상 속 정치운동을 해야 한다. 일상적인 지역 활동을 통해 성장한 사람들이 정치권에 진입하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은주 한국여성정치연구소장은 여성신문사와 공동으로 지난해 조사한 18대 여성 국회의원들의 성인지성 평가 결과를 소개하며 “남녀 동수 국회는 생물학적 여성을 채우는 게 목표가 아니다. 양성평등 시각을 가진 여성이 국회에 진출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날 토론회에는 김은희 여성정치세력민주연대 상임대표, 황유정 한국여성유권자연맹 중앙이사, 박성민 정치컨설팅그룹 MIN 대표, 김원홍 한국여성정책연구원 연구위원도 토론자로 참석해 격론을 벌였다.
박길자 / 여성신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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