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는 무엇보다 여성 의무공천제를 비롯한 모든 여성 사안들이 처음부터 끝까지 챙겨주는 사람이 있어야 비로소 결실을 볼 수 있다는 체험에 근거한 책무감 그리고 진정한 여성정치 세력화를 위해 정치에 뛰어들게 됐다고 말한다. 지난해 1월 17년간 몸담았던 여성연합을 떠나 조국 서울대 교수(법학), 김기식 전 시민사회단체연대회의 운영위원장 등과 함께 ‘내가 꿈꾸는 나라’라는 시민단체를 설립하고 새로운 정치운동을 모색해왔고, 이후 민주당과 시민통합당, 한국노총, 시민단체 등이 참여하는 야권 통합정당 과정에 참여했다. 24일부터 당 최고위원 회의에 참석하며 여성·소외계층 사안을 꼼꼼히 챙기려 노력 중이라는 그와의 일문일답을 싣는다.
-본격적으로 정치에 뛰어들었다.
“아직은 내부 사정을 충분히 파악 못 한 ‘신입생’이지만, 가장 크게 느낀 것은 당내 주요 자리에 여성이 거의 없다는 점이다. 민주통합당이 당 대표도 여성이고, 최고위원 중 3명이 여성이어서 여성이 전면에 나선 것 같지만, 실제론 아직도 여성이 채울 자리가 많다. 당 조직이 위아래로 여성이 골고루 함께 가는 체제가 됐으면 한다.”
-그동안 최고위원 회의를 몇 차례 참석했을 텐데, 어떤 발언을 했는지 궁금하다.
“1월 말까지 서너 차례 참석했는데, 득표순 발언이 관행이어서 늘 꼴찌로 발언한다(웃음). 1500여 일에 이른 재능교육 사태를 통한 특수교육직의 문제 등 별 관심을 가져주지 않는 여성·소외계층 문제를 얘기하고 있다. 그밖에 이번 설 때 장을 보면서 체감한 서민물가 문제 등 생활문제를 주로 얘기하게 된다.”
-최근 청년 비례대표 모집을 총괄한 것으로 안다. 어떤 상황인가.
“400여 명 정도 응모했는데, 그중 여성은 70명에도 못 미친다. 이 같은 여성들의 저조한 참여가 여성 지역구 공천 30% 할당 요구에 반박할 빌미를 주지 않을까 걱정이다. 늘 느끼는 바지만, 남성들은 권력 지향적인 데 반해 여성들에겐 정치가 별로 매력적인 직업이 아닌 것 같다. 오히려 여성운동 자체도 권력 해체적 성향을 가지고 있지 않은가. 그러나 지금은 기존 부조리한 권력을 해체하고 새롭게 판을 재구성하는 파워와 전략을 여성들이 가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정치 입문을 하기까진 고민이 많았을 것 같다.
“‘왜 꼭 내가 해야 하는가’가 가장 고민이었다. 직접적 계기가 된 것은 지난 연말 당 통합과정에서 누군가 챙기지 않으면 ‘여성’이 순식간에 배제될 수 있다는 사실을 목도한 때부터다. 민주당과 통합하기 전 민주당에선 지역구 여성 의무공천을 15%로, 내가 속한 시민통합당 차원에선 이보다 조금 높은 20%로 할당률을 정하고 당헌에 넣었는데, 일 주일간의 수임위원회 회의에서 이 의제가 감쪽같이 사라졌다. 그래서 통합 과정에서 여성할당 문제를 관철시키지 못할 경우 여성·시민운동계가 다 철수하자는 각오로 ‘난리’를 치기 시작했다. 당시 한명숙 상임고문에게도 이 문제를 즉시 보고하고 당 내외 여성들이 모두 지켜보는 가운데 열린 임시 지도부 회의에서 끝장 토론을 하면서 결국 지역구 여성 15% 의무공천을 관철시켰다. 이를 통해 성 주류화 의식을 가진 사람들이 집단적으로 참여해 새로운 패러다임을 만들 필요가 있다고 절감했다.”
-그동안 여성연합 대표 출신들이 여러 명 국회에 진출했다. 이를 두고 여성연합이 너무 정치지향적 아니냐는 비판도 있을 것 같다.
“일단 현직 대표 자리에서 국회에 갔다면 문제인데, 모두 퇴임한 상태에서 국회에 진출했다는 점이 중요하다. 개인적으론 여성연합은 정책 이슈화 운동단체이기에 그 안에서 늘 정세를 판단하고 분석하는 특유의 리더십이 길러지고, 이런 연장선상에서 이 리더십이 정치 현장에 적용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어떻게 생각하면 정치적 리더십을 길러내는 하나의 인력풀로도 볼 수 있다.”
-19대 국회에 진출하면 어떤 일을 하고 싶은가.
“아직까지 여성 정치인들이 정치세력화돼 있기보다는 개개인의 생존에 더 다급한 것이 사실이다. 19대 국회에선 좀 더 진전된 여성정치 세력화를 이루고 싶고, 미래 정치를 위해 다양한 경로를 통해 여성정치 리더십을 길러내고 인력풀을 채우는 전략을 기획해 적극 추진하고 싶다. 특히 여성 비정규직과 돌봄노동 문제의 돌파구를 모색하는 데 집중하고 싶다. 개인적으론 끊임없이 현장과의 소통을 기반으로 메시지를 전하는 대중적인 정치인을 꿈꾸고 있다. 여성 대표 시대라며 모두 주목하는데, 이는 곧 정치권에서 권력 집착에서 벗어나 ‘평등’과 ‘평화’의 틀로 사회를 재구성할 담론의 장이 펼쳐질 수 있는 계기라 생각한다. 이젠 소수자 입장에서 소리만 칠 것이 아니라 기존 주류의 흐름을 바꿀 때라고 생각하며, 이를 위해 다양한 전문가들과 이를 고민하고 모색하는 모임도 만들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