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전사태 대책 마련 및 후속 조치 준비로 바쁘던 지난해 10월 말쯤 몇몇 분들과 전기절약 운동을 페이스북을 통해 해보자는 데 의기투합하게 되어 나는 공동 발기인 수준으로 참여하게 됐다. 처음 출발할 때는 포럼 멤버의 수가 다소 느리게 늘어났으나 여성신문과 뉴스한국을 통해 서서히 모임이 알려지면서 이제는 1000명 수준의 가입자가 확보되고 멤버 한분 한분의 아이디어 제시와 에너지 절약 실천을 통해 시민운동 차원으로 발전할 수 있는 가능성도 엿보이고 있다. 포럼이 발전해가는 모습을 보면서 뿌듯한 생각을 가지고 있었는데 얼마 전 김규민 뉴스한국 대표로부터 포럼의 오프라인 모임 연락을 받았다. 일본 영화인 ‘대정전’을 멤버들과 같이 보고 친목도 도모해보자는 것이었다.
페이스북에서만 보던 멤버들에 대한 호기심도 발동했지만 많은 분들이 모일 수 있을까 걱정도 됐다. 1월 19일 행사 당일은 유난히 차가 막혀 몇 사람이나 올까 의구심이 들었지만 행사장에는 70여 명이나 모였다. 광주에서 온 분, 부산에서 온 분까지. 아마도 SNS포럼의 오프라인 미팅치고는 가장 큰 규모로 가장 의미 있는 모임이 아니었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영화는 대정전이 모티프가 되었지만 정전을 계기로 다양한 사람들이 자신을 돌아보고 행복을 찾아가는 로맨틱 휴먼드라마였다.
근처 횟집에서 열린 뒤풀이 모임에서는 에너지 절약 아이디어부터 최근 자신들이 겪은 근황과 무용담이 오가면서 소주잔을 돌리는 속도가 점점 빨라졌다. 조용경 포스코엔지니어링 대표이사 부회장의 구수한 건배사로 시작된 뒤풀이 행사는 에너지관리공단 허증수 이사장, 한양대 문태은 교수, 고려대 엄창섭 교수, 중앙공무원교육원 정용진 교수 등 다양한 분야에서 활동하는 전문가들의 이야기가 이어지면서 열기가 더해졌다. 나중에는 장태평 마사회장도 참석해 당나귀 고기의 맛과 농가 소득원 가능성에 대해 열변을 토하기도 했다. 모임을 끝내고 집에 돌아오는 길에 정말 이런 분들이 있어서 에너지 절약은 물론 우리가 사는 공동체에 나눔과 배려의 정신이 살아 있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에너지 절약문제는 현안 해결이라는 대증요법도 중요하지만 결국 우리나라를 이끌어나갈 젊은이들과 미래의 후손들을 위해서도 반드시 풀어야 할 과제다. 우리 사회 전체를 놓고 볼 때 삶의 질 개선과 안전하고 편안한 생활을 위해서도 새로운 세대의 관심이 높은 SNS가 에너지 절약 실천 포럼 같은 자발적 시민운동의 출발점이 되기를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