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스컴이 만든 외모지상주의가 원인
교정수술 빈도 높아 신중한 결정 필요

# 올해 고등학교에 진학하는 김보람(가명·16·경기 성남시)양은 겨울방학이 오기만을 학수고대했다. 성형수술을 하기 위해 한 달 전 병원에 예약을 했기 때문이다. 김양은 “우리 반만 해도 3명이 이전에 성형수술을 했고, 2명은 이번 겨울에 쌍꺼풀 수술을 한다고 들었다”며 “다들 예뻐지는데 나만 안 하면 손해라고 생각해서 엄마를 졸랐다”고 말했다.

대한성형외과의사회 조성필 회장(성형외과전문의)은 “10여 년 전만 해도 대학입시를 마친 고3 여학생들이 주로 병원을 찾았는데, 최근에는 중학생과 남학생들도 많이 찾고 시술 영역도 성인과 크게 다르지 않다”고 설명했다. 개별 병원마다 차이는 있지만 청소년의 상담 건수는 “방학 때는 학기 중에 비해 60~80%가량 크게 증가한다”고 귀띔했다.

과거에는 주위 시선을 의식해 방학을 이용해 몰래 성형을 하고 아닌 척 숨기기도 했다. 그러나 최근에는 성형 후의 모습을 싸이월드나 트위터에 자랑스레 올리는 등 수술 사실을 공공연히 ‘자랑’하는 분위기다. “성형도 미용”이라는 말까지 나온다.

서울 양천고 1학년에 재학 중인 정문택(17)군은 “성형수술은 어릴 때 할수록 사진이 안 남으니까 좋은 것 같다”며 “자기 만족이니까 나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전했다. 

황상민 연세대 심리학과 교수는 “요즘 세대에 성형은 미용실에 가서 파마를 하거나 쇼핑을 하는 것만큼 친숙한 일”이라며 “TV만 틀면 나오는 인형 같은 연예인들의 외모를 찬양하는 매스컴의 보도 행태는 특히 유행에 민감한 청소년 사이에 외모지상주의를 만드는 데 일조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각종 통계자료도 성형수술을 바라보는 청소년의 시선이 갈수록 긍정적으로 변하고 있다는 사실을 입증한다. 서울시가 발표하는 ‘서울 서베이’(2009) 분석 결과에 따르면 서울 중·고교생 중 여학생 54%, 남학생 42.5%가 외모를 가꾸기 위해 성형수술을 할 수 있다고 응답했다. 이는 2007년보다 각 6.1%p, 9.6%p 크게 증가한 수치다.

청소년기의 성형은 부작용과 불만족으로 인한 교정수술의 빈도가 높아 시술 결정에 신중해야 한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일반적인 견해다. 만 14세 이전 아동의 미용성형을 금지하거나, 미성년자의 경우 성형수술 시 부모의 동의서를 필수로 첨부하게 한 법적 조치도 그래서 존재한다. 보통 눈 성형은 만 16세 이후, 코 성형은 만 19세가 지난 후에 수술 받기를 권장한다. 특히 뼈를 깎거나 다듬어야 하는 성형은 성장 과정을 거치며 뼈도 자라기 때문에, 자극을 줄 경우 뼈의 성장을 더디게 하거나 모양이 변형될 수 있으니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

조 회장은 “성형외과 수술은 비급여 항목이고 수술 한 건에 의료비가 가장 높다. 더구나 수요가 많다 보니 최근 성형외과 전문의가 아닌 의사까지 너도나도 개원하고 있다”며 “과열 경쟁 상황에서 충분한 설명을 듣지 못한 청소년들이 일시적 감정으로 수술을 시도하면 성인이 되고난 후 후회할 수 있으니 주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수술비 문제가 가정불화의 원인이 되기도 한다. 자녀의 성형 요구에 고민하는 부모들도 많다. 고등학교 2학년 딸을 둔 주부 강화정(45·경기 이천시)씨는 “아이가 쌍꺼풀 수술을 해달라고 2년여를 졸랐다. 대학을 가기 전에는 안 된다고 했더니 얼마전에는 기어코 학원을 나가지 않고 그 시간에 빵집 아르바이트를 하더라”며 “대학입시에 지장을 줄까 두려워 다음 방학 때 꼭 해주겠다고 약속을 하고서야 겨우 아르바이트를 그만두게 했다”고 토로했다.

청소년상담 전문가들은 성형은 나쁜 것이라고 무조건 반대하는 것은 오히려 청소년의 반발심을 불러일으킨다고 경고한다. 몸이란 무엇이며 내 몸으로 행복하고 건강한 삶을 산다는 것은 무엇인지에 대한 답을 함께 찾아가고 외모 가꾸기의 본질과 확실한 자기 주관을 갖도록 꾸준히 지도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것.

최은주 몸문화연구소 연구원은 “왜 다이어트나 성형수술을 하려고 하는가, 정말 원해서 하는 것인가 남에게 보이기 위해 하는 것인가를 진지하게 생각할 수 있는 기회를 마련해 줘야 한다”며 “함께 성형외과를 찾아 상담을 받으면서 수술의 효과와 부작용 등에 대해 명확히 파악하게 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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