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수 위주 풍토 바꾸고 가요계 질적 발전 이끌어
편곡자들은 자신이 맡은 가수 음색에 맞춰 가장 드라마틱하게 가요를 편곡한다. 박정현의 명예졸업에 일등공신인 BJJ 황성제 실용음악학원 대표나 거미와 함께 호흡을 맞춘 모던K(김도훈, 김형규)처럼 대중에게는 알려지지 않았던 ‘재야의 고수’들이 대거 참여하고 있다.
나가수 자문위원을 맡고 있는 MBC 라디오 남태정 PD는 “임재범의 ‘빈잔’, 정엽의 ‘짝사랑’은 편곡의 힘이 얼마나 큰지 보여주는 파격적 편곡이고, 이소라의 ‘사랑이야’는 원곡에 가까운 소박한 편곡으로 꼽을 수 있다”며 “요 근래 현장에서 원곡에 가까운 노래에 대해 성의 없다는 진단을 내리는 분위기는 아쉽다”고 전했다.
초대 출연자로 명예졸업을 한 김범수의 편곡자로 활약했던 작곡가 겸 가수 ‘돈 스파이크’는 가수 이상으로 유명세를 떨치게 됐다. 출연 초기에 부진하던 김범수가 남진의 ‘님과 함께’로 파격적인 변신을 하며 ‘비주얼 가수’ ‘김범수의 재발견’이라는 평가를 이끌어낸 일등공신이다. 그는 이후 MBC가 추석 연휴 기간 방송한 특집 프로그램 ‘나는 트로트 가수다’에서 남진의 편곡자로도 활약했고, 무한도전 ‘나름 가수다’에서는 박명수와 호흡을 맞췄다.
돈 스파이크는 이메일을 통해 “편곡은 가수들에게 가장 맞는 옷을 찾아 입히는 것과 비슷한 작업이다. 특히 나가수의 경우 디테일한 부분보다는 현장감을 중시하고, 관객들이 기다리는 폭발점, 무대효과까지 고려해야 해서 여느 때의 방식과는 다르다”고 설명하며 “나가수의 편곡은 스튜디오 편곡 작업과 달리 미묘한 차이가 너무 큰 결과의 차이를 가져오고 1주일 내에 작업해야 해서 시간적 여유도 부족하기에 베테랑 뮤지션들에게도 부담이 상당하다”고 귀띔했다.
가수 박정현은 매번 편곡자를 바꾸며 새로운 시도를 해서 호평을 받았다. 안준영(첫인상), 황성제(비오는 날의 수채화), 나원주(이젠 그랬으면 좋겠네), 하림(소나기)과 호흡을 맞췄다. 이밖에도 히트곡 제조기로 유명하지만 대중에게는 다소 생소했던 하광훈과 에코브릿지나, 흘러간 가수로 생각됐던 정지찬(그룹 자화상)과 정석원(그룹 공일오비) 등의 편곡자도 재조명 되고 있는 경우다.
차우진 음악평론가는 “기존에는 음원을 제공할 때 프로듀서·연주자·편곡자는 물론이고 작사 작곡자 정보도 안 줬다. 음악에는 창작, 감상, 비평의 세 영역이 있는데 우리나라에서는 음악을 재현(가창)으로만 봤던 것”이라며 “‘나가수’ 이후 가수 중심의 가요계 풍토가 변모해 만드는 사람들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게 할 수 있을지, 또 그들의 질적 변화가 가요 발전을 이끌 수 있을지 기대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