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편이 미디어업계에 재앙인 이유

4개의 종합편성채널(TV조선, JTBC, 채널A, MBN)과 1개의 보도전문채널(뉴스Y)이 12월1일 일제히 개국했습니다. 많은 언론과 전문가들이 종편 출범으로 미디어업계 지각 변동을 예상합니다. 지상파에 버금가는 규모의 방송사가 한꺼번에 4개나 출범했으니 그럴 만도 하죠. 하지만 종편사들을 제외한 대다수 언론사들은 종편 출범이 미디어업계 재앙으로 이어질 것을 우려합니다. 때문에 종편을 둘러싼 논란도 점차 가열되고 있습니다. 종편을 둘러싼 논란을 상징적으로 보여줬던 게 지난 12월1일의 ‘풍경’이었습니다. 이날 4개의 종편사가 출범했는데, 종편 출범에 반대하며 파업에 돌입한 언론사 노조가 45개사에 달했습니다. 종편을 둘러싼 논란이 그만큼 치열하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차별화된 콘텐츠 표방한 종편 … 하지만 ‘조중동 방송’에 대한 우려가 더 커 종편사들은 기존 방송사와는 차별화된 새로운 콘텐츠를 통해 미디어 산업 전반에 부가가치를 만들어내겠다고 강조합니다. 출범 며칠 전부터 조선 중앙 동아 매일경제신문은 이런 점을 강조하면서 지면을 통해 대대적으로 자사 채널 및 프로그램 홍보에 나섰습니다. 이들은 종편 출범은 곧 미디어빅뱅으로 연결될 것이라며 긍정적 전망을 내놓고 있습니다. 하지만 해당사들을 제외하곤 우려의 목소리가 높습니다. 지난 1일 경향신문과 한겨레 한국일보는 이른바 ‘조중동 방송’에 반대하는 뜻으로 1면 및 2면 광고를 싣지 않았습니다. 국제신문과, 경남도민일보 등 일부 지역 일간지들도 신문 1면 하단에 백지광고를 게재했습니다. 경영이 넉넉하지 않은 이들 신문사들이 가장 단가가 높은 1면과 2면을 백지 상태로 내보냈다는 건, 이들이 종편 출범에 얼마나 위기의식을 느끼는 지를 단적으로 보여주고 있습니다. 이들 언론사들은 왜 이렇게 종편 출범에 반대할까요. 대다수 언론은 종편이 보수·수구적 색깔의 조중동이 대주주인 점을 들어 여론 편중이 더 심화될 것이라고 우려합니다. 또한 각종 특혜로 출범한 종편이 건전한 경쟁보다는 미디어 업계 과당 경쟁을 초래할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합니다. 아무래도 과당경쟁을 하게 되면 미디어 공공성은 약화될 수밖에 없겠죠. 45개 언론사 노조가 1일 총파업을 한 것도 이 점을 가장 염려했기 때문입니다. 첫 방송부터 방송사고에 선정적 보도 논란 … 출발부터 삐걱 어쨌든 우여곡절을 거친 끝에 종편이 출범했습니다. 하지만 출발부터 삐걱거리고 있습니다. 그런데 이런 점은 이미 개국 전부터 충분히 예상했던 부분이기도 합니다. 왜냐구요? 종편사들은 대부분 시험방송을 거의 하지 못한 채 개국했습니다. 방송 사상 초유의 일이죠. 왜 그랬느냐? 11월 중순이 돼서야 방송 스튜디오를 완공하고 제작 장비를 설치했기 때문입니다. 개국 이틀 전에야 채널 협상을 마무리 한 것도 삐걱거리는 원인이 되고 있습니다. 이렇게 준비를 제대로 하지 못한 채 개국을 하다 보니 이런 저런 사고가 터질 수밖에 없죠. TV조선은 지난 1일 오후 3시40분 첫 프로그램이 시작되자마자 방송 화면이 둘로 나뉘는 사고가 발생했습니다. 출연자의 상반신이 화면 하단에, 하반신이 화면 상단에 나오는 장면이 10여분간 지속됐죠. 개국 첫날 이런 사고가 발생했다는 건, 방송 사상 이례적인 일입니다. 동아 종편인 채널A는 심야방송을 연예인들이 나오는 <개국 축하쇼> 등 재방송으로 때웠습니다. 조중동 종편은 24시간 종일방송을 할 수 있음에도 밤 12시께부터 오전 6시까지는 방송을 편성하지 못했습니다. 종편은 아니지만 연합뉴스 보도전문채널인 뉴스Y의 경우 1일부터 4시간 방송, 10시간 방송, 18시간 방송 등 단계적으로 방송한 뒤 오는 19일부터 종일 방송에 들어간다고 밝혔습니다. 앞서 언급한 것처럼 지상파와 달리 종편과 보도전문채널은 24시간 종일 방송을 할 수 있지만, 정작 자체 준비부족과 졸속 추진 등으로 ‘24시간 방송’을 제대로 하지 못하는 아이러니한 상황이 발생한 겁니다. 종편과 보도전문채널 출범이 얼마나 졸속으로 진행됐는지를 단적으로 보여주고 있는 셈입니다. 편성 내용을 놓고도 논란이 벌어지고 있습니다. 종편 채널들은 개국할 당시 12월4일까지의 편성표만 구체적으로 확정해 놓은 상태였습니다. 개국 이틀 전에 채널 확정하고 시험 방송도 못한 상태에서 편성표도 제대로 확정하지 못했다는 얘기죠. 한마디로 말해 총체적인 부실방송이었다는 말입니다. 이런 종편을 굳이 무리하게 출범시키려 하는 MB정부의 의도가 뭘까요. 궁금해지는 대목입니다. 보수 및 친기업 편향이 우려되는 드라마와 프로그램 방송 예정 더 큰 문제는 보수·친기업 편향이 우려되는 드라마와 교양 프로그램을 개국 특집으로 준비하고 있다는 점입니다. 동아일보가 대주주인 채널A는 박정희 전 대통령을 주인공으로 한 50부작 드라마 <인간 박정희>를 내년 2월부터 방송할 예정입니다. ‘박정희 미화’ 우려와 함께 내년 총선과 대선을 앞두고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의 아버지를 주인공으로 삼은 드라마를 내보내는 게 온당하냐는 논란이 제기됩니다. 조선일보가 만든 종편 도 ‘기업가 열전’이라는 프로그램을 선보일 예정인데, ‘대기업 총수 미화’ 논란이 벌써부터 우려되고 있습니다. 가장 염려되는 건 보도부문입니다. 많은 언론과 전문가들은 조중동의 보수·수구적인 논조를 종편사들이 그대로 이어갈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습니다. 종편사들은 방송 보도본부와 신문 편집국이 한 공간에 ‘통합’되는 통합뉴스룸 형식을 도입했는데요, 이는 ‘조중동’ 신문의 논조가 종편사에 그대로 이어질 가능성이 그만큼 크다는 얘기입니다. 한마디로 ‘여론 다양성 확대’라는 종편 출범 취지가 무색하다는 얘기입니다. 정리하면 이렇습니다. 종편 출범으로 미디어환경이 황폐화 될 가능성이 높다는 겁니다. 미디어업계만 그런 게 아닙니다. 지금 기업들은 기업들대로 각종 광고와 홍보비용을 요구하는 종편 때문에 골머리를 앓고 있습니다. 종편사들은 조중동 신문을 등에 업고 “1년에 100억을 달라”는 식으로 얘기하는 것으로 알려졌는데요, 이런 강압적인 방식의 광고영업 때문에 광고시장에 일대 혼란을 주고 있습니다. 이런 ‘조폭식 광고영업’이 가능한 이유가 바로 방송광고판매대행법 없이 종편이 개국했기 때문입니다. 시민들이 여론왜곡과 편파보도 감시에 나서야 방송광고판매대행법이 없는 데다 대체입법마저 국회에서 공전을 거듭하다 보니 종편사들이 직접 광고영업을 할 수 있게 된 겁니다. 직접영업에 따른 폐단이 발생하고 별다른 제재방법도 없구요. 이러다 보니 기업들만 곤란을 상황에 놓일 수밖에 없습니다. 그냥 무시하자니 ‘조중동 신문’의 보복(?)이 두렵고, 그렇다고 요구하는 바를 다 들어주기에는 요구자체가 너무 과도합니다. 이런 상황은 종편으로 인해 한동안 광고시장의 혼란이 더욱 가중될 가능성이 크다는 얘기입니다. 결국 시민들이 종편의 여론왜곡과 편파적 보도를 감시할 수밖에 없습니다. 시민단체를 중심으로 모니터단을 구성하고, 시민들이 종편 시청거부 운동에 돌입하는 등 적극적인 방식으로 종편의 폐단을 극복해 나가는 방법 밖에 없다는 얘기입니다. 그런 노력과 함께 정치권으로 하여금 방송광고판매대행법 제정을 위한 압박도 해야겠지요. 또한 올바른 언론을 지향하기 위한 다각적 노력도 병행할 필요가 있습니다. 45개 언론사 노조가 총파업을 한 것도 이런 점을 염두에 뒀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기억해야 할 것 하나. 총선이 내년 4월이란 점입니다. 이 점을 잊지 말아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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