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 여성 마리넬 크익 “노래로 새 삶에 도전해요”
이주 여성 마리넬 크익 “노래로 새 삶에 도전해요”
  • 김남희 / 여성신문 기자
  • 승인 2011.12.02 11:07
  • 수정 2011-12-02 11:0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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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이주여성인권센터 10주년 기념 후원 무대에 서

 

“한국에 오고 10년이 넘는 세월, 제가 노래를 참 좋아했다는 것을 잊고 살았어요. 그런데 우연히 주위의 권유로 나간 노래대회에서 ‘내 안에 이런 소리가 있었나’ 하고 놀란 거예요. 일하고 아이들 돌보느라 연습할 시간도 많지 않지만, 감동을 드릴 수 있게 최선을 다 할게요.”

이주 여성의 인권과 사회안전망 구축을 위해 활동하고 있는 비영리민간단체 한국이주여성인권센터(대표 한국염)가 창립 10주년을 맞았다. 이를 기념해 6일 저녁 7시 서울 강남구 동광교회에서 기념식과 함께 후원공연 무대도 마련했다. 두레방밴드, 팝페라 가수 최의성과 함께 무대에 오르는 마리넬 크익(34·사진)씨는 “나와 같은 이주 여성을 위해 일하는 단체에 작은 도움이라도 줄 수 있게 되어 기쁘다”는 소감을 전했다. 

사실 마리넬 크익씨는 전문 가수는 아니다. 그러나 지난해 12월 아리랑TV가 주최한 ‘전국 다문화 장기자랑 대회 왕중왕전’에서 대상을 차지하며 노래 실력을 검증받았다. 당시 그는 1998년 한국으로 시집와 14년을 함께 산 남편과 이혼하고 처음으로 이 노래자랑에 도전했다. 지금은 영어 강사로 일하며 14살과 9살 난 딸 둘을 홀로 키운다.

그는 “남편의 양육비 지원도 없이 싱글맘으로 아이 둘을 길러야 하니 일하고 아이 돌보는 것 외에는 다른 생각을 할 틈이 없었지만, 주변 사람들의 추천으로 우연히 대회에 출전하게 됐다”며 “1등을 하니 한국에서의 내 삶에도 새로운 기회가 열리는 것 같아 정말 기뻤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대상 상금 대신 받은 필리핀 왕복 비행기 티켓 3장으로 10년 만에 두 딸과 필리핀 친정 여행을 하기도 했다.

크익씨는 한국 남성과 동남아 여성 간 결혼이 본격화된 1990년대 후반에 시집온 국제결혼 1세대다. 다문화가정에 대한 체계적 지원이 이뤄지기 전에 이주했기에 우여곡절도 많이 겪었다. 그는 “여전히 싱글맘 이주 여성을 위한 프로그램은 없다”며 “가끔은 나도 우리에게는 다른 가족도 없이, 온 세상에 셋만 있는 것 같은 생각에 불안해진다”고 토로했다.

한국에서의 정착 과정에서 그를 힘들게 한 또 하나는 언어 문제다. 크익씨는 “처음 한국에 왔을 때는 남편이 ‘내가 못 알아듣는 영어는 하지 마라’며 영어도 못 쓰게 해 정말 답답했다”며 “지금도 의사소통 때문에 힘들어하는 다른 친구들이 많을 것이다. 그런 친구들에게 한국말을 가르쳐주는 봉사도 하고 싶다”는 포부도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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