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 동반 자살·청소년 자살·영유아 유기
“신빈곤 사회 부실한 가족 지원책 마련을”

하루 40명, 두 시간에 3명꼴로 자살하는 나라가 한국이다. 지난해 1만4000명이 생명을 버렸다. 이 같은 자살률은 1988년, 1998년, 2008년을 거치면서 10년마다 두 배로 뛰었다.

지난 6월 생활고가 삶보다 무거워 50대 가장이 부인과 초·중학생 두 아들과 함께 ‘가족 동반 자살’을 선택했다. 가족의 유서에는 “아이들을 맡길 사람이 없어 데려간다”고 쓰여 있었다. 두 아이가 등교하지 않은 일주일 후에야 이 가족의 죽음은 사회에 알려졌다.

2009년부터 2011년 상반기까지 가족 동반 자살은 모두 33건이었다. 이 중 사회구조적 문제인 빈곤, 실직, 빚, 신용불량, 생활고와 더불어 건강, 우울증의 복합적 원인으로 죽음을 선택한 비율이 72.7%에 달한다. 이러한 사회현상은 전형적인 빈곤층 내 현상이 아니라 서민층으로부터 급격히 몰락해 극도의 생활 궁핍에 시달리는 점에서 ‘벼랑 끝 계층’이라고 볼 수 있으며 열심히 일해도 빈곤에서 벗어날 수 없는 신빈곤층의 증가와 무관치 않다.

청소년 자살은 또 어떤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평균 자살률이 10만 명당 11.2명인 것에 비해 한국은 28.4명으로 1위를 달리고 있다. 10대 아동사망 원인의 1위가 자살이다. 청소년 자살자는 2004년 101명, 2005년 135명, 2006년 108명, 2007년 142명, 2008년 137명 등으로 2006년을 빼면 해마다 상승곡선을 그리고 있다. 특히 학생 수가 감소하는 점을 고려할 때 자살률 증가 추세는 더 뚜렷하다. 가족문제, 학교성적문제가 주요 자살원인이었다. 청소년들은 가족과 학교, 사회와의 소통을 간절히 원하고 있다. 또 자신이 낳은 소중한 아이를 사회적 시선으로부터 키울 자신이 없어 영아를 유기하는 십대 미혼모 영아 유기도 역시 증가 추세에 있다.

우리나라의 사회지지망은 OECD 평균인 19.8%보다 크게 낮은 8.1%에 불과하다. 가족에 대한 사회지출 역시 OECD의 국내총생산(GDP) 평균 2.4%인 것에 비해 0.2%로 가족 기능의 사회적 지지가 매우 취약하다. 공식적인 사회지지망이 미흡해 빈곤으로 떨어진 후 빈곤에서 벗어날 확률은 한국 사회에서 6%에 불과하다.

희망의 출구가 끊어진 사회이기 때문에 가족 동반 자살, 청소년 자살, 영유아 유기 같은 사회현상이 나타난 것이다. 개인 차원의 자살이 아닌 ‘사회적 차원의 타살’로 접근해야 늘어나는 자살을 막을 수 있고 적극적인 대처가 가능하다. 벼랑 끝 계층이 고립감과 절망감에서 벗어날 수 있도록 사회지지망, 특히 부실한 가족 중심의 지원책 마련이 시급하다. 지금의 정책과 제도를 다시 점검해 사각지대를 좁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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