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상황에서 공식적인 역사서는 물론이고 마르크스주의적 관점에서 쓰인 역사책에서도 소외됐던 산파 여성·점쟁이 여성·식민지의 원주민 여성 노예·여성 마술사를 주인공으로 등장시킨 책이 등장해 반갑다. ‘캘리번과 마녀’(실비아 페데리치 지음, 도서출판 갈무리)는 자본주의의 역사에 있어서 남성이 임금 노동자로 탈바꿈된 것만큼 여성이 가사 노동자이자 노동력 재생산기계화가 됐다는 점 역시 중요하다는 것을 역설하는 페미니즘 역사서다.
저자는 책을 통해 자본주의의 물질적 토대를 닦았던 폭력적인 시초축적 과정에서 마녀사냥이 결정적인 역할을 한 사건이었음을 밝힌다. 공동체의 존중을 받는 지혜로운 인물에서 악마의 사주를 받기 때문에 죽여야 하는 마녀로 전락하는 과정이 중세 말, 근대 초기 정치·경제·문화적 변화에 대한 다양한 사료와 함께 생생하게 펼쳐지고 있는 것이다. 이는 오늘날 여성들이 처한 차별적·억압적인 현실이 어디에서 기원하는지를 우리에게 알려주기 때문에 더욱 의미가 있다.
김남희 / 여성신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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