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수·여성계 등 일제히 비난… AIBA 결정 보류 발표

긴 싸움 끝에 2012년 런던올림픽 정식 종목 채택에 성공한 여자복싱이 이번에는 유니폼 규정으로 논란에 휩싸이고 있다. 논란의 시작은 지난해 국제아마추어복싱연맹(AIBA)이 올림픽 여자복싱 선수들에게 스커트 유니폼을 의무화하자고 발표하면서부터 AIBA 측은 경기연맹 측에 “여자 선수의 스커트 유니폼이 남자 선수들과 구별하는 데 도움을 줄 것”이라며 스커트 유니폼을 제안했다.

AIBA의 제안은 2004년 국제축구연맹(FIFA) 제프 블래터 회장이 “여자축구의 인기를 높이기 위해 선수들에게 타이트한 반바지를 입도록 해야 한다”고 발언한 것에 이은 것. 블래터 회장의 발언 역시 당시 전 세계적인 비난을 받은 바 있다. 이 제안이 발표되자 여자복싱 선수 및 여성계는 일제히 ‘여성=스커트’라는 AIBA의 편향된 여성의식을 비난하고 나섰다.

세계 챔피언을 3번이나 지낸 아일랜드의 여성복서 케이티 테일러 선수는 최근 BBC와의 인터뷰에서 “밤에 놀러 나갈 때조차 미니스커트를 입지 않는데 링 위에서 미니스커트를 입으라고 하다니. 절대 입지 않겠다”고 말했다.

여성뉴스 블로그 ‘제제벨닷컴’은 “AIBA 당국이 여성 선수들을 눈에 띄게 하고 싶다면 ‘여기 여자가 있어요’라고 알리는 데 더 효과적인 의상들이 있지 않으냐”면서 “핫핑크 반바지 엉덩이 부분에 라인스톤으로 이름을 새겨 넣는 건 어떤가? 혹은 아예 비키니 톱을 유니폼으로 채택하는 건?”이라며 비꼬았다. 또한 “런던의 성도착자 커뮤니티에서는 내년 올림픽에서 여성 권투 선수들의 스커트 밑을 로 앵글로 찍은 사진을 기대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논란이 커지자 AIBA는 5일 성명을 통해 “런던올림픽 여자복싱 유니폼은 아직 결정되지 않았으며 면밀한 검토를 거쳐 내년 1월 최종 결정될 것”이라며 한 걸음 후퇴하는 입장을 발표했다.

여자복싱은 2009년 4월 올림픽 정식 종목으로 채택됐으며 2012년 런던올림픽에서 3체급(플라이급, 라이트급, 미들급)에 각 12명씩 전체 36명이 출전할 예정이다. 국제올림픽위원회(IOC)는 2005년 의학상의 안전과 보급 부족을 이유로 여자복싱의 정식 종목 채택을 거부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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