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관련 일을 하다보면 ‘어느 쪽’이냐는 질문을 많이 받는다. 물론 다른 일도 그런 경우가 많다. 그러나 통일이나 북한 문제는 그 정도가 좀 심하다. 여전히 우리들 마음 한편에 남아 있는 한국전쟁의 상처에서 비롯됐기 때문이라고 생각하지만 이제는 이편이냐 저편이냐를 넘어서서 ‘적’과 ‘아군’의 차원이 되어버린 경향이 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나는 북한을 싫어한다. 3대 세습, 핵실험, 연평도의 포탄도 싫고, 같은 말만 반복하는 TV 방송 그리고 침침한 평양 거리와 곳곳의 정치적 조형물도 짜증난다. 그러나 무엇보다 싫은 것은 가진 것 없는 사람들을 먹고 살기 어렵게 하는 것이고, 용서가 안 되는 것은 죄 없는 어린이들을 배 곯고 아프고 춥게 만들고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내가 싫어해서 욕을 해댄다고 해서 이 아이들의 고통이 해결될 수는 없다. 그렇게만 된다면 지금보다 열배 아니 백배 더 북한을 싫어할 수 있다. 사실 북한을 욕하면 해결될 것이라는 생각을 하는 사람들이 우리 주위에 많다. 그런데 그런 사람들이야말로 친북주의자라고 생각한다. 아이들과 힘없는 어른들이 배고프고 아프면 북한 당국이 정책을 바꿀 것이라는 말인데, 내가 보기는 북한을 지배하는 사람들은 그렇게 착하지 않다. 좀 더 심하게 말한다면 이러한 말을 하는 사람들은 오늘날 북한을 저렇게 만든 사람들과 큰 차이가 없다고 보고 있다.

사실 북한 문제와 관련해서 착잡한 것은 우리 자신이 점차 삐뚤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아는 교수님이 북한 어린이는 도와도 되지 않느냐고 했더니 어떤 학생이 자라서 군인 될 북한 어린이보다 차라리 아프리카 아이들을 돕는 것이 좋겠다고 했단다. 틀린 말이 아닐 수도 있다. 그러나 이러한 말들은 불쌍한 아이들을 도와야 하는 기본 인간성마저도 무너지고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다. 만일 이미 ‘때 묻은’ 대학생들이 아니라 ‘때 묻지 않은’ 어린이들마저 이러한 생각을 하게 된다면 세상은 끔직할 것이다.

반복되는 문제라고 해서 눈을 감기에는 북한 사람들, 정확히 말하면 가진 것 없고 그래서 배고프고 아픈 아이들의 고단한 하루하루는 정말로 심각하다. 여름 내내 우리를 괴롭혔던 비는 북한에 더욱 큰 고통을 주었을 것이다. 다시 날씨는 추워지고 보통 북한 사람들의 어려움은 더욱 커질 것이다. 자기 잘못 없이 배고픈, 아픈 그리고 추운 아이들이 아주 조금이라도 나아지기를 위해 내가 할 수 있는 정도에서 도와주자는 이야기다. 그리고 이 과정에서 나 스스로가 그리고 남쪽의 아이들도 북한 사람들이 동물이 아닌 사람임을 깨닫자는 것이다. 이것이 북한은 싫어하지만 북한 사람들, 북한 아이들을 도와야 한다고 주장하는 이유다. 그렇게 된다면 아직도 눈에 밟히는 지난해 신의주에서 만났던 윤진형 어린이의 올 겨울은 조금 더 따뜻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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