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보·마케팅 비용 줄이고 생필품 가격 안정 지켜내야
여성은 대략 12세부터 일생 500회 정도의 생리를 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개당 240원의 생리대를 하루 5개, 5일 동안 쓴다고 가정하면 한 달 6000원, 일생 300만원 정도가 든다. 여성들이 생리 기간 동안 다양한 유형의 생리대를 구매해야 하는 사정을 더하면 가격은 더욱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다.
통계청의 8월 소비자물가동향 지수에서 전월 대비 0.5%, 전년 동월 대비 8.2% 상승했음을 확인할 수 있다.
한국민우회가 추진했던 생리대 부가가치세 면제 운동의 결과 2004년 재정경제부(지금의 기획재정부)가 생리대에 대한 부가세 면제를 실시해 4~5% 정도 가격이 인하됐지만 제품 가격 인상으로 이마저도 효용을 느끼기 어려워졌다.
특히 프리미엄 제품이 인기를 끌고 있는 생리대 시장은 같은 브랜드 안에서도 큰 가격 차를 보인다. 한국소비자원에서 조사 중인 생리대의 서울시 전체 판매업소 평균 개당 가격을 살펴보면 유한킴벌리의 ‘화이트 울트라날개’는 232원, LG생활건강의 ‘바디피트 볼록맞춤울트라중형’은 246원, 한국피앤지 위스퍼그린 중형날개는 223원이다. 그러나 가장 저렴하게 판매되는 대형마트에서도 홍삼 성분이 함유됐다는 생리대는 개당 271원, 한약재로 냄새 걱정을 없애준다는 생리대는 개당 297원, 피부를 위한 웨이브 커버 등의 기능성 생리대는 개당 330원으로 최고 43%가량 비싸다. 이러한 프리미엄급 생리대의 시장점유율은 2009년 16.4%에서 2010년 18.3%로 점차 증가하고 있다. 한국소비자원 관계자는 “프리미엄 제품이 많이 나오면 개발 주기가 짧아져 생산 비용과 마케팅 비용이 많이 들고 가격 인상으로 이어진다”고 설명했다.
올해 6월 생리대 가격 인상을 단행했던 A업체 관계자는 “펄프 등 흡수 원료, 필름 및 포장재 등 주요 원자재 가격이 6~20% 상승해 약 5% 내외로 인상을 단행했다. 원자재 가격 이외에도 환율, 생산량, 판매량, 일반 관리비 등이 상승해 어쩔 수 없었다”고 밝혔다.
그러나 원자재 상승만을 생리대 가격 상승의 주요인으로만 보기는 어렵다. 실제 업체는 공급가를 1년에 한 번 정도 올린 반면, 소비자원이 조사한 바에 따르면 시중 생리대 판매가격은 꾸준히 상승선을 타고 있다. 유통업계의 구조적인 원인도 한몫한다는 이야기다.
판매 주체별 가격도 천차만별이다. 실제로 한국소비자원이 작성한 8월 생필품 가격분석보고서에 따르면 편의점과 마트, 전통시장, 동네 점포 등 165개 판매점의 생필품 101개 품목 중 최저 가격과 최고 가격이 두 배 이상 차이 나는 품목 43개 중에 생리대가 포함됐다.
소수 업체에 의한 독과점 구조를 형성하고 있는 점도 한 원인으로 볼 수 있다. 생리대 시장은 올해 4000억원대의 규모가 예상될 정도로 큰 시장이다. 그러나 생리대 시장은 주요 3개 업체가 93%의 점유율을 보이고 있다. 그중에서도 유한킴벌리는 ‘화이트’와 ‘좋은느낌’으로 단독 선두를 차지하고 있다. 한국피앤지, LG생활건강, 대한펄프 등의 업체가 2위 자리를 놓고 경쟁하고는 있지만 이들 브랜드를 모두 합해도 점유율은 50%가 되지 않는다.
생필품인 생리대 가격을 낮추기 위해서는 기업이 불필요한 비용을 줄여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한국여성민우회 여성건강팀 여경(鏡)씨는 “생리대를 만들고 부가세를 쓰는 문제보다도 필수품인 생리대에 대한 지나친 홍보와 광고로 가격이 소비자에게 전가되고 있는 것이 문제”라고 지적했다. 생리대 가격 인하를 위해 한국소비자원 관계자는 “대형 매장에서 생리대 가격 프로모션이 많고 할인이 빈번하다”며 “상시적 할인 마케팅을 줄여 가격을 낮출 수 있을 것으로 본다”고 의견을 내놓았다.
생리대 가격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기 위해서는 불편하더라도 면 생리대를 쓰는 것을 권하는 사람들도 많다. 박진형 여성환경연대 활동가는 “면 생리대는 처음 구입 가격이나 만들기 가격이 일회용 생리대보다 단가가 높지만 면 생리대는 평균 3~4년은 사용할 수 있다”며 “환경도 살리고, 건강도 돌보고, 주머니 사정까지 봐주는 면 생리대가 대안”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