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이건희 회장이 ‘여성 사장’ 발탁 지원 의사를 밝힌 후 ‘여성 임원’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다.

여성 최고경영자(CEO)가 배출되려면 여성 임원들이 있어야 한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우리나라 여성 임원층은 매우 얄팍하다. 얼마 전 한국여성정책연구원의 조사는 여성 임원 비율 4.7%의 현실을 밝혀냈다. 40%대에 이르는 선진국과 비교되는 것은 물론이고, 국내의 각종 입사시험 합격률과 비교해도 너무나 빈약한 수치다.

그러나 단순 비교해서 우리나라만 너무 뒤처졌다고 흥분할 문제는 아니다. 그동안 여성들이 조직에 들어갈 수조차 없었고, 어렵게 들어간 여성들도 출산, 육아문제 때문에 직장을 떠나는 일이 많았기 때문이다.

이제 여성들은 중간관리자 층을 형성하며 발돋움하고 있다. 이 여성들이 회사를 떠나지 않고 임원으로 잘 자랄 수 있도록 여성리더십 프로그램을 잘 운용해야 할 때다.

여성 리더를 키우기 위한 프로그램에는 우선 일·가정 양립을 지원하는 복지가 우선이다. 저출산 해소를 위해 정부에서 일·가정 양립과 가족친화 경영을 권장하고 있지만, 이는 여성들이 지속가능한 커리어를 유지할 수 있는 필요조건이기도 하다. 이 정책이 실제 정책 소비자인 워킹맘을 만족시킬 수 있도록 내실을 기해야 한다. 

둘째는 여성 신입사원이 많아진다는 건 필연적으로 조직문화의 ‘화학적 변화’로 이어진다. 남성 중심적인 조직이 ‘여성화’ 되면서 새로운 국면을 맞는다. 술자리가 줄어들고, 회식 시간이 짧아지며, 야근이 줄고, 업무 집중도가 높아지는 등 변화가 나타난다. 무엇보다 늘 하위 말단직에 집중돼 있던 여성들이 ‘다스리는’ 위치에 등장하는 것은 결정적인 변화다. 이런 변화를 조직의 침체나 무력화로 이해하는 것은 대표적인 부적응 사례다. 여성화돼 가는 조직의 현실을 인정하고, 성별 차이를 이해하고, 업무 생산성을 높여가기 위해 건강한 소통 구조를 갖춰야 한다.

셋째는 여성들 스스로가 긴장해야 할 일이다. 한 조직의 임원이 된다는 건 커다란 사명의 수행자가 되는 것이다. 후배들을 통솔하고 롤 모델이 돼야 할 것이고, 조직의 가치를 전수시키고 조직원을 통합시키는 관리자이기도 하고, 성과를 많이 내서 조직을 발전시켜야 할 책임도 있다. 그동안 여성들은 소극적이고, 수동적인 소위 ‘얌전한’ 여자로서의 처신에 익숙하다. 맡은 일을 잘하고 꼼꼼하고, 잘 보살피는 것만으로는 조직의 임원으로서 리더십을 갖추었다고 말하기 힘들다. 또 가정에 대한 부담이 가중되면서 같은 직급의 남성과 비교할 때 업무 몰입도가 떨어지지는 않는지, 조직 전체의 흐름을 판단하는 능력은 있는지 여성 스스로 점검해볼 일이다.

여성리더십은 이제 시대의 아이콘이다. 정치, 경제, 문화 모든 곳에서 탁월한 여성 리더가 빛을 발한다. 이런 맥락에서 거론되는 여성리더십이란 새로운 가치를 추구한다는 의미를 포함한다. 나눔, 배려, 상생, 원칙과 정의 같은 이 시대가 해결하지 못한 ‘소망 사항들’을 실천하는 새로운 리더의 면모가 있을 때 여성 리더는 그 존재 가치를 갖는다.

앞으로 멋지게, 신선하게 이 세상을 보듬으며 끌고 나갈 여성 임원, 여성 리더를 기다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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