먹을거리로 세상을 바꾸는 ‘다음을 지키는 사람들’
2000년 7명의 주부가 모여 환경과 건강한 먹을거리에 대한 고민으로 모임이 시작됐다. 이 모임의 초창기부터 활동했던 김지연(43)씨는 “가정 내에서 개인적인 실천을 하는 것에 한계를 느낀 이들이 모여 공동의 문제를 해결하고 함께 공부해보고자 모였다”고 회상했다.
다지모는 2002년 40명의 활동 회원과 다수의 지원 회원으로 ‘다음을 지키는 사람들(이하 다지사)’로 변신했다. 김씨는 “처음엔 아이를 키우는 엄마들이 모여 시작했으나, 다음 세대에 대한 관심과 애정은 성별과 결혼 유무를 떠나 공동의 책임과 해결 문제라는 자연스러운 인식하에 많은 사람들이 지지해주어 이름도 바꾸게 됐다”고 설명했다. 연령대는 비혼 20대부터 대학생을 둔 50대, 손자를 키우는 60대 회원까지 다양했다. 2005년에는 회원들의 의견을 보다 효율적으로 충족하기 위해 분과를 마련했다. 구체적으로 식품안전위원회, 광고모니터팀, 강사준비 모임 등이 그것이다.
현재 다지사의 강사로 활동하는 장명선(39)씨는 ‘아토피를 잡아라’라는 책을 읽고 다지사를 알게 됐다. “교수들이 쓴 책인 줄 알고 표지를 열었는데 ‘아줌마들’이 쓴 책이라는 것을 알고 호기심이 생겼다”는 장씨는 그 책을 열심히 보다 다지사에 찾아가게 됐다. 장씨는 “엄마들의 의견이 이렇게 중요하게 쓰인다는 것을 그때 처음 알고는, 공부를 하고 활동을 하며 신이 났다”고 회상했다.
장씨 같은 이들이 하나둘 모여 환경과 먹을거리라는 주제로 운동을 시작했고 자연스럽게 패스트푸드로 관심이 모아졌다. 이들이 펼친 안티 페스트푸드 운동은 패스트푸드의 반환경적인 문제와 어린이 세트 메뉴의 문제점(칼로리와 미끼상품)들을 지적했고 TV 내 어린이 방송 시간대의 광고를 모니터링하며 아이들의 건강한 식습관을 저해하는 기업들에 개선을 요구하는 활동을 펼쳤다. 나쁜 광고상도 제정했고 초등학교 앞 문방구에서 동전을 넣고 뽑는 소위 ‘뽑기’에 유해성 물질이 많다는 것도 세상에 알렸다.
장씨는 “모니터링 과정에서 가족들과 함께 참여했더니 아이들이 문제의식이 깊어져 먼저 좋은 먹을거리를 찾게 됐다”고 좋아한다.
다지사는 2003년께 (사)환경정의의 다음지킴이국 안에 자리를 잡게 됐다. 다음지킴이국은 내부에서 이슈활동을 조직하고, 다지사의 외부 활동은 ‘강사모임’을 중심으로 이뤄지고 있다. 환경강사 양성 과정에서 공부한 회원들을 중심으로 활동했던 ‘강사모임’은 학교와 기관, 여러 단체에서 강의를 진행 중이다.
강사모임에서 활동하는 회원들은 7~8명 정도. 김씨는 “2000년 처음 환경과 먹을거리라는 주제가 신선했다면, 2011년 현재는 그 연관성과 필요성을 모르는 이가 드물다”고 말한다. 예전보다는 적은 수지만 강사모임의 활동은 바른 먹을거리 운동으로 사회를 변화시키고 있다. 매주 목요일 정기모임을 진행하고, 기타 모임들은 환경 관련 단체의 강의와 강의에 필요한 교육들을 찾아 진행한다.
장씨는 “주부였고 특별한 강사 경험이 없어 처음에는 망설였지만 ‘먹을거리’라는 주제로 하는 강의라 그간의 경험을 토대로 자신감을 가졌다”며 더 열심히 참여하고 있다. 이들은 친환경 급식을 하는 초등학교에서 초등학생을 대상으로 강의를 하기도 하고 부모님들에게 집에서 만들어 먹는 음식의 중요성에 대해 강의하기도 한다. 초등학교 저학년에게는 실험 위주로 재미있는 교육을, 초등학교 고학년에게는 질문지를 줘서 체크하게 하는 등 수준에 맞춘 강의를 한다.
이렇게 강의를 하며 기관 등에서 받은 강의료의 10%를 적립해 꾸준한 활동의 기반을 마련했다.
이들의 향후 활동에 대해 김씨는 “인식의 양적인 확대가 이루어진 만큼 질적인 확대도 필요하다는 생각에 이를 바탕으로 하는 활동들을 할 것이며, 유치원과 학교뿐만 아니라 각 지역의 아동센터와의 연계를 통해 아이들의 실제 건강한 몸과 환경을 위한 구체적인 생각과 방법을 익힐 수 있는 교육들을 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장씨는 “먹을거리에 대한 교육은 ‘한 번의 경험’이 중요하다”며 “아이가 안 먹는데 어떻게 하냐고 말하기 전에 실천하고 설득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또 “아이들에게 자신의 몸을 아끼고 사랑하는 방법을 가르쳐주는 게 부모의 도리라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