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양성 인정과 여성운동의 본질 회복만이 대안

여성가족부(이하 여성부) 홈페이지가 다운되었다. 다른 행정부처에 비해 그리 주목을 받지 못하던 여성부가 논쟁의 중심에 섰다. 이유는 ‘노래 심의’ 때문이다. 트위터를 비롯해 블로그 및 카페에서는 심의제도 비판을 넘어 ‘여성부’ 폐지를 위한 서명운동까지 진행되고 있다. 며칠 전 커뮤니티 사이트에는 비슷한 질문이 동시에 올라왔다. 2PM의 ‘Hands Up’, 인디밴드 10cm의 ‘아메리카노’, 장혜진의 ‘술이야’ 음원에 왜 ‘19금’ 딱지가 붙어 있지요? 라는 내용이다. 여성부 산하 청소년보호위원회(이하 청보위)가 이들 노래를 유해매체물로 지정한 결과다. 유해판정을 받으면 청소년보호법에따라 '19세 미만 판매 금지' 스티커를 붙여 판매해야 한다. 또 밤 10시 이전에는 방송을 할 수 없다. 음악 사이트에 배포하거나 방송활동·공연 등을 하려면 지적된 가사를 수정해야 했다. 수많은 네티즌들은 “기준도 원칙도 없는 심의 제도를 더 이상 참을 수 없다”며 불만을 표출했고, 급기야 여성부 폐지 서명운동까지 벌이게 된 것이다. 새로운 미디어 매체로 등장한 SNS에서 네티즌들이 여성부 심의 결과를 조롱한 글을 보자. # 아메리카노가 19금이면? 미쓰에이-굿바이 베이비 (아기를 버려서 유해판정) GG-바람났어 (유부남이 클럽가서 청소년 유해판정) 티아라-롤리폴리 (가슴이 떨려와서 유해판정) 처진 달팽이-압구정 날라리 (신사동 사람들이 서러워서 유해판정) 현아-버블팝 (밤늦게 나가 놀아서 유해판정) 2NE1-내가 제일 잘 나가 (청소년들에게 자만심을 심어줄수 있어서 유해판정) 애프터스쿨레드-밤하늘에 (밤길을 여자 혼자 걸어서 유해판정) 지디앤탑-High High (청소년들이 날수있다는 환상을 가질수 있어서 유해판정) 2PM-핸즈업 (피로회복제를 귀로 잘못 넣을수 있어서 유해판정) 지디앤탑-집에 가지마 (뭘 할지 몰라서 유해판정) 빅뱅-러브송 (사랑노래 안부르면 전국의 노래방이 망할수 있어 유해판정) 엠블랙-모나리자 (눈썹 없는 청소년들이 이 노래로 놀림거리가 될수 있어 유해판정) f(x)-핫섬머 (외국인들은 길 걸을때 무조건 땀을 흘린다는 인식을 줄수 있어 유해판정) 바닷길-나만 부를수 있는 노래 (대중가요인데 가수만 부를수 있어서 유해판정) 2NE1-Hate You (청소년들에게 배타의식을 심어줄수 있어서 유해판정) 리쌍-TV를 껐네 (그냥 방송사들이 별로 안좋아할듯) 슈퍼주니어-Mr.Simple (Ms.Simple은 없다고 여성부에서 태클들어올듯) 비-부산여자(광주사람들이 싫어할수 있어서 방송불가판정) 달샤벳-블링블링 (청소년들이 명품에 빠질수 있어서 유해판정) 걸스데이-한번만 안아줘 (안는걸로 끝나지 않을수도 있어서 유해판정) 민경훈-She (boy가 서러워서 유해판정) 바비킴-사랑 그 놈 (바비킴은 남자인데 '놈'과 사랑을 해서 유해판정) 에이트-그 입술을 막아본다 (입술을 손으로 막는지 입술로 막는지 몰라서 유해판정) 소셜테이너들도 비판에 가세했다. 소설가 이외수, 공지영, 배우 김여진씨는 청보위의 잇따른 대중가요 유해판정에 쓴소리를 남겼다. 22일 이외수는 자신의 트위터에 "모 방송국. 술이라는 단어가 들어간 대중가요는 청소년들에게 유해하므로 금지곡으로 판정했다는 기사를 읽었다. 청소년들에 대한 애정의 쓰나미에 찬탄을 금치 못할 지경이다. 앞으로 교육방송을 제외한 모든 방송을 폐지시키는 건 어떨까"라는 글을 남겼다. 또 소설가 공지영은 "친구였던 여학생을 돌려가며 성추행한 학생들을 의사로 양성하려는 학교에는 한마디도 안하던 여성가족부. 이 한심의 끝은 어디일까요"라며 여성부를 비꼬았다. 배우 김여진도 "십대들 편의점 음식점 다 출입금지 시켜야겠다. 노래에서 '술' 단어 듣는 걸로 자극받는데 버젓이 진열된 실물 보는 것 큰 일 나는 거 아닌가? 취한 어른들 이마에 19금 스티커 다 붙이고 걸어 다니라고 하고"라는 트위터 글을 남겼다. 여성부의 해명은 궁색하다. 여성부는 “노래 가사에 술·담배라는 단어가 들어가 있다고 무조건 청소년 유해매체물로 판단하지 않는다”면서 “노래 가사의 전체적인 맥락을 고려해 그것을 조장하거나 매개하는 것에 해당하는 노래를 심의하고 있다”고 밝혔다. “2PM ‘Hands Up’의 경우 ‘온 세상이 함께 미쳐/get your drinks up/해 뜰려면 멀었다고, 그러니 한 잔 더 마시고 다시 시작하자고/오빠 믿어도 되지 OK?, Yes Sir/술 한 잔을 다같이 들이킬게/Don't stop, 오늘 밤은 떠오르는 모든 생각은 비워 버리고는 다같이 즐겨 봐’라는 가사에서 전체적인 맥락상 술을 지나치게 권하는 표현이 있다”고 말했다. 또 인디밴드 10cm ‘아메리카노’에 대해서는 “가사에 ‘이쁜 여자와 담배피고 차 마실 때/여자 친구와 싸우고서 바람 필 때 다른 여자와 입맞추고 담배 필 때’ 등 청소년에게 유해한 담배의 사용 매개 및 불건전교체 관련 표현으로 청소년들에게 유해성이 있는 것으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나는 가수다’에서 장혜진이 편곡해 불렀던 ‘술이야’도 술을 문제 해결의 수단으로 사용하고 술의 사용을 조장하는 표현이 가사에 들어있다는 이유로 청소년 유해매체물로 결정됐다. 여성부는 올해들어 벌써 169곡을 유해매체물로 심의했다. 이 수치는 작년에 비해 세배이상 증가했다. 자의적인 심의 가능성을 볼 수 있다. 해명을 들은 네티즌은 여성부를 조롱한다. “여성부는 오이, 가지, 고추 등도 유해물이니 먹는 것을 금지시키고, 급식에 버섯이 나오면 민망하니까 없애달라”, “2차함수 그래프 곡선이 여성의 가슴처럼 보인다 없애달라”, “조개, 전복은 아예 입에 대지도 말아야 할 음식인 거냐” 등 비꼬기도 했다. 또한 “이동통신사들이 광고하고 있는 4G(포지라 읽는다)망도 음란성 발음이니 없애달라”고 비꼬았다. 이런 상태에서 어제 판결된 법원의 심의 부적격 판정은 여성부를 더욱 난처하게 만들었다. 서울행정법원은 25일 SM엔터테인먼트가 여성가족부를 상대로 낸 청소년유해매체물 결정통보 및 고시처분 취소청구 소송에서 사실상 원고 승소로 판결했다. 재판부는 “술은 마약류나 환각류와는 달라 노래 가사에 문구가 포함돼 있다고 해서 유해성이 있다고 단정하기 어렵다”며 유해매체 결정을 취소해야 한다고 판시했다. 앞서 SM엔터테인먼트는 소속 그룹 ‘SM 더 발라드’의 음반에 수록된 노래 가사 중 ‘술에 취해 널 그리지 않게’ 등의 부분이 청소년에게 부정적 영향을 끼친다는 이유로 여성가족부 산하 청소년보호위원회로부터 청소년유해매체물 결정을 받자 지난 3월 소송을 냈다. SM의 소송을 대리하는 법무법인 ‘지평지성‘은 "청소년보호법상의 심의 규정을 보면 (노래 가사에) 술의 효능이나 제조 방법을 구체적으로 기술할 경우 제재를 한다고 돼 있지만, 이번 사건의 경우 '술'이라는 단어 자체를 문제삼은 것이기 때문에 법적으로도 근거 없는 처분이었다"며 "승소는 당연한 결과"라고 말했다. 여성부의 고위 관계자 역시, ‘최종 판결문을 아직 받지 못해 판단은 어렵지만, 법원의 판결을 존중한다‘는 입장을 나타냈다. 2001년 발족한 여성부가 최대의 위기를 맞고 있다. 한국 여성운동의 결실로 만들어진 여성부이다. 어려운 과정과 많은 이들의 노력 끝에 만들어진 여성부가 조롱거리로 전락한 현실은 여성계를 참담하게 만든다. 더구나, 여성부 철폐운동이 젊은 층에서 거세게 일어나고 있는 것은 예사롭지 않다. 친구를 성폭행한 고려대 의대생 사태에 대해서는 한마디도 못하는 여성부, 직장에서 ‘성희롱’ 때문에 억울하게 해고당한 여성 노동자가 백여일 이상 여성부 앞에서 풍찬노숙하는데도 무대응으로 일관하고 있는 여성부이다. 여성운동 현장과 철저하게 격리된 모습이다. 어느 누구도 여성부를 환영하지 않을때, 존재이유는 사라진다. 권위주의 상징, 그리고 시대에 뒤떨어진 아이콘이 되버린 여성부는 진지하게 고민해야 한다. 여성부의 존재이유와 앞으로 무엇을 해야할지에 대해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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