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종차별 문제로 시작해 경제난까지 겹쳐 첩첩산중… 축구 경기도 무산

영국 런던 북부 토트넘에서 촉발된 시위가 현재 영국 전역으로 확산될 조짐을 보이고 있어 전세계가 술렁이고 있다. 지난 4일 29살의 흑인 청년 마크 더건(Mark Duggan)이 경찰이 쏜 총에 맞아 사망한 사건이 발생했다. 이를 계기로 5일 인종차별에 항의하는 300여명 규모의 시위가 일어났다. 그러나 인종차별에 분노한 시민들의 시위는 점차 실업난, 긴축 재정에 불만을 가진 이들까지 거리에 두건을 쓰고 나와 폭력적인 형태를 보이기 시작했다. 더건의 가족과 친구들이 모여 경찰서까지 ‘정의’라는 구호를 외치며 동네 경찰서까지 행진을 했던 평화적인 항의 시위가 토트넘을 넘어 런던 전 지역으로 퍼지면서 폭동으로 변하게 되었다. 토트넘 부근의 엔필드와 브릭스턴, 달스턴, 월섬스토까지 폭동이 이어져 이를 진압하려는 경찰과 유혈사태를 일으키고 있다. 7일까지 토트넘에서만 건물 1채와 경찰차 2대, 이층버스가 화염에 휩싸였다. 특히 엔필드에서는 10대 청소년들까지 거리로 나와 경찰차를 파손하고 상점에 난입해 약탈과 기물 파손 등의 불법 행위를 저지르고 있다고 현지 언론이 일제히 보도하고 있다. 현재 런던의 중심가인 옥스퍼드에서도 폭동이 이어지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폭동이 이어지는 이유를 찾는데 골몰한 현지 언론들은 대게 비슷한 결론을 내리고 있다. 토트넘은 영국에서 생활 수준이 낮은 지역 중 하나이며 인종 대립과 경찰에 대한 반감이 높은 곳으로도 알려져 있다. 이 곳에서 그 동안 쌓여왔던 차별에 대한 불만이 더건 사건을 계기로 폭발했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또한 영국의 경제가 악화 일변도를 보이고 실업률이 계속해서 증가하는 등 긴축 재정에 대해 불만을 품은 이들이 이번 시위에 가세해 폭동으로 이어졌다는 분석이다. 경찰도 강경 대응으로 나서고 있는 가운데 9일(현지시간)에는 총격을 받은 시민이 숨져 첫 사망자로 기록되었다. 데이비드 캐머런 영국 총리는 휴가에서 하루 일찍 돌아와 대책 마련을 위해 의회를 소집했으며, 런던 시내에 평소의 3배 숫자인 1만 6000명의 경찰을 배치했다. 또한 사태 파악을 위해 폭동이 있었던 크로이던 지역을 방문했다. 현재까지 캐머런 총리를 필두로 한 영국 의회는 폭동의 무리들이 상점을 약탈하고 일반 차량에 불을 지르는 등 범법 행위를 계속하는 이상 강경 대응 원칙을 고수할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가운데 시위와 폭동의 표면적 원인이 된 더건의 사망 사건과 관련해 경찰이 발표한 내용에 대한 의문이 제기 되었다. 경찰은 더건이 경찰을 향해 총을 쏴 이에 대응하던 가운데 사고로 그가 숨졌다고 발표했다. 그러나 이날 현장에서 검출된 탄환은 전부 경찰 지급품으로 추정된다는 의혹이 불거지고 목격자들이 ‘더건이 경찰에 직접적인 위협을 가하지 않았다’는 증언이 나왔다. 이번 시위로 인해 10일 웸블리 구장에서 열릴 예정이었던 네덜란드와의 국가대표간 축구 친선경기도 취소 되었다. 네덜란드 축구협회는 “런던 경찰이 네덜란드 대표 선수들과 서포터들의 안전을 보장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밝혔다. 또한 9일에 예정되어있던 칼링컵 경기도 연기되었으며 13일 개막하는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2011~2012에도 영향을 줄 가능성이 크다. 2012년에 개막 예정인 런던 올림픽에 대해서도 우려의 목소리가 높아지는 가운데, IOC는 사태의 추이를 지켜보겠다는 입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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