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처럼 휴가 같지 않은 휴가를 보낸 적도 없다는 사람들이 많다. 전국을 할퀴고 간 수마의 흔적이 아직도 지워지지 않았다. 사상, 생업 중단, 주택 파괴, 단전·단수 등 전쟁터가 따로 없고, 난민생활이 따로 없다. 아무리 104년 만의 폭우라고는 하지만 이 거대한 도시가 하루 반 만에 수중 도시처럼 가라앉는 모습을 본 사람들 마음속에는 또 다른 공포와 허무가 찾아왔다.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가 열렸고, 경제규모가 10위권에 들고, 반세기 만에 원조 수혜국에서 공여국으로 지위가 바뀌었고, 세계 일류 도시를 향해 박차를 가하고 있는 서울이라고 알고 있던 우리의 자부심이 여지없이 무너졌다. 이젠 빗소리만 들어도 두려운 집단 심리증세가 생겨났다.

이번 서울의 수재는 배수 능력을 초과한 강수량에 있었다고 한다. 또 마구잡이 난개발로 산이 곳곳에서 무너져 내렸다고 한다. 이런 엄청난 재해가 일어났는데도 주무 기관들은 서로 책임을 떠넘기며 공방을 벌이는 한심한 모습이다. 피해는 엄청난데, 책임 지는 사람이 없다. 

TV 화면에 등장한 시민들은 체념한 듯 담담하게 말한다. “공원이 생기면 뭐해요? 비 오면 잠기는데….” “강남 살면 뭐해요? 수재민으로 난민처럼 사는데….”

무엇보다 이번 수재의 가장 큰 피해자는 생업을 잃은 영세상인들, 반지하의 세입자들 같은 우리의 어려운 이웃들이다. 평생 성실히 노력해온 사람들이 며칠간의 폭우로 날벼락을 맞고  생계 기반을 잃는 사회는 정말 고도의 ‘위험 사회’다. 

‘배수 용량을 넘어선 강수량’이 이번 수재의 원인이었다는데, 배수시설을 강수량에 맞춰야지, 강수량을 배수 용량에 맞출 수는 없는 일이다. 물도 제대로 빠지지 못하는 도시라면, 도시계획, 도시행정 같은 말은 무의미해 보인다. 그 많은 예산과 그 많은 전문가들은 왜 서울시의 배수시설을 업그레이드 하지 못했으며 산사태를 예방하는 방재 대책을 세우지 못했을까? 기후변화 속도가 빨라지고 있다는데, 앞으로 더 많은 비가 올 가능성은 너무나도 많을 것이고, 그때마다 우리들은 재해를 당해야 할 모양이다.

이번 수재는 허망한 파괴 현장과 함께 삶의 기준에 대한 질문을 던진다. 도시의 조건이란, 민생이란, 시정이란, 행정이란, 안전이란 하는 질문을 해본다. 자연재해로부터의 안전, 범죄로부터의 안전, 아이들을 지킬 수 있는 안전은 좋은 도시의 기본이 아닐까 싶다.

소박해도 튼튼한 도시, 안전한 도시에서 살고 싶다.

노점 행상에서 시작해 서초동 지하상가 한편에 터를 잡은 떡집 할머니나, 엘리베이터가 멈춰 24층 아파트를 매일 걸어 오르내려야 했던 사람이나, 반 지하 전셋집에 물이 목까지 차오른 사람이나 같은 마음일 것이다. 다시는 대한민국에 살면서 이렇게 어처구니없이 생명과 재산을 잃는 딱한 모습을 보게 되지 않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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