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에 대한 전문적인 분석에서 성폭력 종식 운동까지
‘지식인에 의한’ 전통 페미니즘 도전하며 경계 허물어
지난 2월 이집트 민주화 혁명 당시 언론이 철저하게 탄압되고 고립된 상황에서 이집트 여성들의 시위 현장 모습이 알려진 것은 이집트 여성단체의 페이스북을 통해서였다. 이곳에서 나온 소식과 사진들은 블로그와 트위터, 페이스북 등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타고 전 세계 여성들에게 전해졌으며 대표적인 여성 억압 사회로 알려져 있던 이슬람 국가에서 터져 나온 여성들의 목소리는 주목받았다.
이와 같이 인터넷의 발달은 여성운동 역사에 새로운 바람을 일으켰다. 주류 언론에서 소외되고 경제적 문제로 전문 여성 언론들이 축소되는 상황에서 여성들이 직접 여성의 목소리를 내기 시작했으며 전 세계를 하나로 모을 수 있는 인터넷 세상 속 링크를 타고 페미니즘은 국경을 넘어 새로운 목소리를 갖게 됐다.
이러한 움직임은 특히 젊은 페미니스트 사이에서 활발하다. 2000년대 이후 ‘페미니즘은 죽었다’라는 의견이 종종 대두되기도 하지만 블로그나 소셜 네트워킹 사이트를 중심으로 벌어지는 젊은 페미니스트들의 활약은 ‘여성 지식인의 사회운동’이던 전통적인 페미니즘에 도전하며 새로운 흐름을 만들어가고 있다. 1960~70년대 미국의 백인 중산층 여성에 의해 주도되어 각종 성과를 이뤄냈던 페미니즘은 오늘날 인종과 계층을 허물고 다양한 여성들이 참여하는 글로벌 페미니즘으로 진화하고 있다.
글로벌 페미니즘을 이끄는 인터넷상의 여성운동에서 특히 큰 활약을 보이는 것은 여성들이 운영하는 블로그다. 주류 언론들을 능가하는 정보력과 분석력을 가진 대표적인 페미니스트 블로그를 소개한다.
페미니스팅(http://feministing.com)은 인터넷에서 ‘페미니스트 블로그’를 검색하면 가장 먼저 등장하는 사이트 중 하나로 각종 랭킹 사이트에서도 수위를 점하고 있는 대표적인 페미니스트 블로그 사이트다. 2004년 여성단체에서 일하고 있던 제시카 발렌티가 주류 여성 운동이 젊은 여성들의 목소리를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고 생각해 동료 두 명과 함께 시작한 것이 시초다. 페미니스팅의 가장 큰 장점은 매달 200개 가까이 쏟아지는 정보량이다. 현재 10여 명의 전문 블로거들의 뉴스와 칼럼 외에도 일반인 블로거들을 위한 ‘커뮤니티 블로그’와 ‘캠퍼스 블로그’를 운영하며 다양한 콘텐츠를 확보하고 있다.
2003년 시작된 페미니스트(www.feministe.us)는 여성들에 의해 운영되는 가장 오래된 페미니스트 블로그 중 한 곳이다. 현재 5명의 전문 블로거에 의해 운영되는 메인 사이트 외에도 블로그 구축 사이트인 ‘워드프레스’(WordPress)와 소프트웨어 ‘티시스 테마’(Thesis theme), 좀 더 가벼운 이슈를 다루는 ‘틱톡’(tigtog) 등을 함께 운영하고 있다. 전통이 있는 사이트인 만큼 다양한 객원 필자들도 활동하며 고정적인 애독자들의 댓글 토론 또한 활발하다.
제제벨(http://jezebel.com)은 최근 젊은 페미니스트들에게 급부상하고 있는 블로그로 눈길을 끌고 있다. 2007년 유명 온라인 미디어 그룹인 ‘거커’(Gawker)에 의해 만들어진 제제벨의 장점은 페미니즘의 대중화를 구현하고 있는 것. 심각한 뉴스를 재미있게 전달하며 젊은 여성들의 공감을 얻고 있다. 또한 페미니즘과 관련된 소식뿐 아니라 유명 연예인, 패션, 섹스 등 가벼운 주제까지 다양한 스펙트럼을 소화하고 있는 점도 눈에 띈다.
파이널리, 어 페미니즘 101(http://finallyfeminism101.wordpress.com)은 페미니스트뿐만 아니라 페미니즘에 관심을 갖는 모든 사람들을 위한 정보의 창고 역할을 하고 있다. 2006년 시작된 이곳은 온라인에서 자주 제기되는 페미니즘과 관련한 논쟁적인 주장이나 의문점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페미니즘의 기본 이론을 토론하는 장소이자 중요한 이슈를 소개하는 장으로서 많은 이들에게 추천되고 있다. 처음 방문한 사용자라면 ‘이 블로그의 사용법’(How to Use this Blog) 메뉴를 먼저 읽어보길 권한다.
좀 더 다양한 여성들의 블로그를 방문하고 싶다면 블로그허닷컴(www.blogher.com) 사이트를 추천한다. 블로그허닷컴은 여성들에게 특화된 블로그 개설 플랫폼 사이트다. 2006년 처음 문을 연 이곳은 현재 월평균 2500만 명 이상이 방문하는 대형 블로그 커뮤니티로 발전했다. 페미니즘뿐만 아니라 요리, 건강, 생활, 섹스, 경제, 정치, 가족, 연예, 커리어, 스포츠 등 다양한 관심사를 가진 여성 블로거들이 활동하고 있으며 메인 페이지에서는 매일 주목할 만한 포스팅을 분야별로 소개하며 여성들의 토론의 장이 되고 있다.
비치 매거진 블로그(http://bitchmagazine.org/blogs)는 미디어 비평 잡지인 ‘비치 매거진’을 발간하는 ‘비치 미디어’의 블로그 사이트로 특히 문화예술 분야에서 강세를 보이고 있다. 2010년 시작한 이곳은 TV, 영화, 광고, 잡지 등 문화 관련 여성 뉴스와 미국 페미니스트 팝 문화를 만들어가는 인물들의 인터뷰를 싣고 있다. 뿐만 아니라 매주 새로운 책과 음악 등에 대한 리뷰도 볼거리다.
홀라 백(www.ihollaback.org)은 다른 페미니스트 블로그들과 다른 독특한 콘텐츠를 담고 있다. ‘당신은 거리 성폭력을 종식시킬 힘을 가지고 있습니다’라는 모토를 표방하는 홀라 백은 여성운동을 인터넷상에서 구현하고 있다. 거리에서 성폭력을 당한 사람들이 자신의 사연과 함께 가해자의 사진을 보내도록 하여 이에 대한 답변을 해주며 블로그 독자들과 함께 해결책을 고민한다. 미국뿐만 아니라 영국, 프랑스, 독일, 캐나다, 멕시코 아르헨티나, 크로아티아, 체코, 인도, 이스라엘 등 전 세계로 운동을 넓혀가고 있다.
위민 인 미디어 앤 뉴스(WIMN, www.wimnonline.org)는 여성 미디어 모니터 그룹의 블로그로 50여 명의 여성 블로거들이 미디어가 다루는 여성 뉴스를 매일 모니터링하며 특히 유색인종 여성, 저소득층 여성, 레즈비언, 젊은 여성과 노인 여성 등 소외 계층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WIMN은 미디어 속 여성의 대표성에 대한 분석뿐만 아니라 여성들과 사회단체에 대한 미디어 교육과 정책 개선에 대한 자문, 저널리스트들과의 협력 작업 등도 진행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