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유럽 클래식 음악의 보고
지난해 체코프라하오페라극장 주역 가수들이 대거 내한해 서울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에서 한국-체코 합동으로 공연을 한 적이 있다. 그때 필자는 소프라노 주역으로 참여했는데, 체코 음악가들의 수준이 상당히 높다는 인상을 받았다. 올해에도 체코 음악가들이 국내에서 여러 차례 공연을 가질 예정이다. 체코 국립극장이 한국에서 9월에 공연할 예정이고 연극과 음악이 함께하는 독특한 형태인 야나첵의 ‘The Makropulos Case’를 들려줄 예정이다. 음악이야말로 그 나라를 알리는 가장 중요한 외교라는 주한 체코 대사의 메시지가 계속 귀에 맴돈다.
체코에는 ‘프라하의 봄’(Prague Spring)으로 불리는 유명한 프라하 국제음악 페스티벌이 있다. 매년 5월 12일부터 6월 초까지 약 3주간 이어지는데, 체코의 국민 작곡가라 할 스메타나의 서거일이기도 한 개막일엔 스메타나의 ‘나의 조국’이 연주되며, 폐막 때는 베토벤의 교향곡 9번 ‘합창’이 연주되는 것이 관례로 돼 있다. 체코 출신 최고의 마에스트로 라파엘 쿠벨릭이 지휘하고 베를린 필하모닉이 연주하는 스메타나 중에서 ‘몰다우’는 정말 최고의 연주다.
야로슬라브 올샤 대사는 한국에서 지휘자 금난새씨의 해설이 있는 음악회를 흥미롭게 본 적이 있다고 한다. “영어 자막이 없어서 무슨 내용을 이야기하는지 몰라 아쉬웠지만 한 가지 분명한 건 한국인들이 그것을 즐기고 있다는 것이었고 이러한 현상은 시대적인 흐름인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는 것이다.
야로슬라브 올샤 대사는 “프라하에서 1990년대 중반에 ‘장보고의 꿈’이라는 뮤지컬을 보았어요. 그 때부터 한국이라는 나라에 대해 관심을 가지게 됐습니다. 그런데 그 15년 후에 한국 대사로 오게 되어 정말 감개가 무량하더군요”라는 말을 남겼다. 역시 음악 같은 문화예술은 나라를 알리는 홍보에 아주 적격이다. 뛰어난 예술 실력과 유창한 영어로 중무장한 발군의 문화대사들이 더 많이 필요한 시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