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걸 파워’ 지지했지만 사회변혁 메시지는 없어
“마음이 따르는 대로 자신의 삶 만들어가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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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년간 전 세계 시청자들의 사랑을 받아온 미국의 인기 토크쇼 프로그램인 ‘오프라 윈프리 쇼’가 5월 25일 막을 내렸다. 4561번째 에피소드인 이날 방송의 주인공은 다름 아닌 오프라 윈프리 자신이었다.

이날 방송에 홀로 등장한 오프라(사진)는 방송을 통해 자신의 삶을 되돌아보며 방청객과 시청자에게 깊은 감사를 표했다. “오늘 여러분은 차를 선물 받거나 치료를 받을 수 없겠지만 여러분께 내 삶을 지탱할 수 있도록 도와준 교훈을 남기고 싶다”면서 ‘소명(calling)’이라는 키워드를 전했다.

“소명이란 여러분이 가고자 하는 곳과 해야 할 일을 알려주는 삶의 등불입니다. 그리고 제가 여러분 모두에게 원하는 것이며 이 쇼를 통해 얻어가기를 바라는 것입니다. 여러분의 마음이 따르는 대로 살아가며 자신의 삶을 만들어 가세요. 여러분 마음속을 밝혀주는 것이 무엇인지 알면 세계를 밝힐 수도 있습니다.”

그는 또한 “사람들은 종종 자신이 가치 없는 사람이라고 생각하며 주어진 축복을 스스로 가로막고 있다”면서 “여러분은 이 땅에 태어났고 이곳에서 살아가고 있다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가치 있는 사람입니다. 외로웠던 시절은 이제 충분합니다”라는 말로 시청자를 위로했다.

여성매체들의 ‘오프라 윈프리 쇼’에 대한 평가는 찬사 일색의 주류 언론들의 평가와는 다소 다르다. 페미니스트 계간지 ‘미즈(Ms.)’의 ‘미즈 블로그’는 “오프라는 ‘걸 파워’의 가장 큰 지지자인 반면 페미니즘적 관점에서 보면 모순적”이라고 평가했다.

15년 전 오프라는 ‘타블로이드 토크쇼’라고 비판을 받던 ‘오프라 윈프리 쇼’에서 그동안 금기시돼왔던 근친상간, 강간, 가정폭력, 약물중독, 섹스, 우울증, 장애, 경제적 어려움 등 사회문제 및 여성문제를 직접 다루며 토크쇼의 새로운 지평을 열었다. 하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여성들의 임파워먼트(권한 부여)를 제한하는 데 일조했다는 비판도 받았다.

인류학자인 엘리자베스 트라우베 웨슬리얀대 교수는 “오프라는 상류층과 하류층의 문화를 섞어 새로운 계층의 문화적 전통을 이끌어냈다”고 표현했다. 오프라는 유명인들의 생활이나 자기 자신의 체험을 포함한 다이어트, 성형과 패션 메이크업, 집 꾸미기와 요리 등에 초점을 맞춘 에피소드 사이에 진짜 사회문제를 다루는 에피소드를 적절히 삽입했다. 이로써 자신의 쇼의 평균적인 시청자 층으로 꼽히는 진보적인 미국 중류층의 백인 여성들에게 다가갔다는 것이다.

엘레인 프라이스 러트거스대 아프리카학과 교수는 “오프라와 흑인과의 관계는 복잡 미묘하다”고 말한다. 오프라는 ‘흑인 킹메이커’의 역할을 수행해왔다. 비평가들의 찬사에도 불구하고 베스트셀러에 오르지 못했던 작가 토니 모리슨과 마야 안젤루, 명상가 이얀라 반젠트, 영화감독 타일러 페리, 천연화장품 업체 ‘캐롤스 도터’ 등은 ‘오프라 윈프리 쇼’에 힘입어 큰 성공을 거두었다. 나아가 대선에서 버락 오바마 대통령 당선의 ‘일등 공신’으로 꼽히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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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오프라 자신이 “자신의 쇼의 가장 큰 시청자는 백인 여성들”이라고 주장한 데서 보듯 그는 미디어 세계를 탐색하고 높은 평가를 유지하기 위한 각종 전략을 타깃 청중에게 구사한다는 비판을 받아왔다. 이런 모습은 17%를 차지하는 흑인 시청자들에게는 애증의 감정을 자아냈다.

페미니스트 블로그 커뮤니티 ‘페미니스팅’은 “‘오프라 윈프리 쇼’의 종영은 전설적인 인물을 잃는 것뿐만 아니라 주류 미디어에서 여성이나 유색인종에 대한 이야기를 잃게 되는 것을 의미한다”고 아쉬움을 표하면서도 ‘자조(self-help)’를 강조하는 오프라의 화법에 대해 “위험하다”며 문제를 제기했다.

페미니스팅에 따르면 오프라는 고통 받는 사람들을 억압받는 존재가 아닌 운이 없는 존재로 묘사하며 그들에게 부당함에 저항하도록 임파워먼트를 강조하기보다는 동정과 자선을 호소했다. 마지막 방송에서조차 윈프리는 시청자들에게 글로벌 사회의 문제의식을 일깨우기보다는 개인의 실패와 극복에 초점을 맞춰 “여러분의 삶을 책임져 줄 사람은 자신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이를 두고 “오프라는 시청자들에게 최고의 삶을 살라고 독려했지만 부당한 사회를 바꾸기 위해 도전하라는 메시지는 전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오프라 윈프리 쇼’의 종영 이후 그를 따르던 추종자들 사이에 ‘엠티 오프라 신드롬’을 걱정하는 목소리도 존재한다. 페미니스트 블로그 뉴스 사이트 ‘제제벨닷컴’은 “오프라 윈프리가 쇼에서 은퇴함에 따라 그의 팬들은 무엇을 읽고 쇼핑하며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지를 스스로의 힘으로 결정하는 상황에 직면했다”면서 “그를 사랑하는 사람이나 싫어하는 사람, 별 관심 없이 지켜보던 사람 모두 혼란에 빠져 새롭게 추종할 인물을 찾아야 하는 상황에 빠져 버렸다”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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