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5월 24일 고등학교 동문 건축가들과 모교 교정에서 모임을 가졌다. 간호대 졸업 후 고등학교 보건교사로 있는 친구와도-직장 선택의 탁월함을 감탄하며-잠깐 반가움을 나누었다. 어떤 센스 있는 후배의 도시락 지참으로 모두들 감동과 함께 즐겁게 김밥과 과일을 노천강당에서 먹으며 추억을 나누었다.

동기도, 같은 대학도 아니지만 오로지 고등학교 동문이라는 이유로 우리는 끊임없이 추억을 나누었다. 중학교 평준화로 고등학교 시험이 없던 시절, 또 뽑기 시절, 공동 학군 시절 등 변화무쌍한 교육 시스템을 겪은 동기들과 이야기꽃을 피웠다. 이제 창립 125주년을 앞둔 우리의 고등학교 교정은 그 교정 자체로 우리에게-입시율이 어떻든-자부심을 가질 수 있게 했다. 이렇게 지역의 특정 용도의 시설과 공간이 그대로 존재함으로 그곳에서 우리는 후배와 역사를 나눌 수 있고 세대 간의 연결이 자연스럽게 이어질 수 있다.

최근 도시의 개발과 주거 시스템의 변화를 통해 대단위 개발, 뉴타운, 재개발, 재건축으로 모든 개발이 대형화되고, 효율성과 경제성을 앞세운 개발로 우리들의 골목길과 그곳에 있던 작은 공원, 음식점, 학교 등은 자취를 감추고 있다. 도심에서 자라나고 나이 먹은 덕분에 아직 다니던 초등학교, 중·고등학교가 일부 철거와 신축을 통해 그대로 건재하고 있어 가끔 그 근처를 일부러 배회하며 행복해한다. 다른 사람들도 그런 행복감을 누릴 수 있으면 좋겠다. 이것은 우리 건축가들에게-정책을 펴는 정부나 정치가들과 더불어-일말의 책임이 있다고 본다.

건축인들은 모이기만 하면 개발의 대형화와 주거의 초고층화에 대한 불합리에 대해 토론하고 대책을 논의하고 있다. 개선되기까지는 조금 시간이 걸릴 것이다. 물론 주장하는 사람들이 없으면 일이 이루어지지는 않지만 무조건 끝까지 자신의 주장만 내세우면 서로가 건강하지 못하고 행복하지 않은 과정을 겪게 된다.

이제 개발, 발전과 함께 친환경, 웰빙, 자연친화 등의 단어의 의미도 함께 고려하며 조화롭게 앞으로 나아가야 할 때다. 혼자 힘겹게 앞장서서 끌고 가야 할 때를 지나 서로서로 얼굴을 보며 이야기를 나누고 손잡고 앞으로 나아가야 한다. 잠시 쉬기도 해야 하고 그 자리에서 지금까지의 기준과 다른 기준도 연구해야 한다.

논과 밭, 나무가 단순히 숲으로 보였던 속도가 샐러드로 보이는 속도로 발전했지만, 이제는 논과 밭에 맨발로 들어가 보기도 해야겠다. 전통은 과거가 아니고 현재라고 우겼었다. 지금도 전통은 여전히 현재이지만 보존하는 것도 전통이라고 생각한다.

우리의 고등학교가 150주년을 맞을 때에도 건강이 허락하면 변함없이 찾아볼 수 있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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