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정폭력 피해자에게 오히려 '원인 제공자'라니...
위장결혼 방지 위해 폐쇄체류 정책 편 정부도 ‘범인’

5월 24일 새벽, 23살의 베트남 여성 황티남씨가 칼로 수 십 차례 난자를 당해 사망했다. 남편이 휘두른 폭력으로 인해 스물 세 살의 여성은 태어난 지 19일 된 아기 바로 옆에서 죽임을 당한 것이다. 이 소식을 접하면서 드는 생각은 “대체 얼마나 더 이주여성들이 죽어야 하는 것인가? 이렇게 죽음으로 이주여성들이 처한 현실을 드러내고 있는데…. 얼마나 더! ” 하는 것이었다. 작년 탓티황옥, 강체첵씨의 죽음에 이어 불과 10개월 만에 이주여성의 참혹한 죽음을 또 다시 접했다. 장례식을 치르면서 만난 많은 이주여성들은 슬픔과 함께 불안함을 토로했다. “무서워요, 정말….” 눈물을 글썽이며 말을 맺지 못하는 그녀들과 함께 울 수밖에 없었다. 이주여성들의 슬픔과 두려움과는 다르게, 탓티황옥씨의 죽음 때와는 다르게 언론에서는‘이상한 침묵’이 흘렀다. 유족이 입국할 때도 탓티황옥씨 때는 사진기자들로 발디딜 틈이 없었는데, 황티남씨 어머니가 들어오실 때는 단 한명의 기자도 공항에 나오지 않았다. 그나마 이번 사건에 대한 보도를 보면 망자가 된 이주여성이 베트남에 돈 보내는 문제로 자주 다투었다는 내용과 몸을 잘 씻지 않아 다툼이 잦았다는 것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아하! 이쯤 되고 보니 ‘피해자 유발론’이라는 망령이 있음을 떠올리게 된다. 여성운동은 1994년 성폭력특별법, 1997년 가정폭력특별법, 2004년 성매매방지법 제정을 이뤄냈지만 우리 사회는 여전히 여성폭력 사건이 일어나면 피해자를 원인 제공자로 보고 싶어하는 것이다. 탓티황옥씨 남편은 정신병력이 있어서, 강체첵씨는 친구를 도와주다가 살해됐으니 누가 봐도 여성이 불쌍하고 억울하다는 100% 공감대가 형성되었을 것일게다. 그러나 황티남씨를 살해한 남편은 인상 좋다는 말을 들을 정도로 아무 문제도 없어 보였고 직장도 안정된 직장에 다니고 있었다. 이처럼 별 문제가 없어 보이는 남자가 부인인 여성을 때리고 죽이기까지 했을 때는 분명히 여성이 잘못했을 테니 찾아보자는 것이었을 것이다. 어쨌든 파탄의 원인 제공자로 망자를 지목한 이상 정작 살면서 실제로 무슨 일이 있었는지는 아무도 알려고 하지 않았던 것이다. 마치 여성폭력은 정상범위를 벗어난 문제 있는 남성만이 일으키는 것이라고 믿으며, 아내폭력 원인이 우리 사회의 지극히 성차별적인 사회에서 일상적으로 일어나는 사회적 범죄임을 애써 보지 않으려 한다.

 

지난 2일 국가인권위원회 배움터에서 열린 이주여성 추모제. 이주여성들과 여성단체들은 베트남 이주여성 황티남씨를 비롯 가정폭력으로 사망한 6명의 이주여성을 기렸다.
지난 2일 국가인권위원회 배움터에서 열린 이주여성 추모제. 이주여성들과 여성단체들은 베트남 이주여성 황티남씨를 비롯 가정폭력으로 사망한 6명의 이주여성을 기렸다.
사건 소식을 듣고 바로 청도로 내려가 장례식 준비를 하면서 망자의 친구들을 만나 많은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다. 망자가 같은 베트남 출신으로 한 마을에 살고 있는 친구에게 보낸 남편에게 맞았다는 문자, 구타 당한 흔적이 있는 사진을 보냈다는 증언과 함께 자료를 확보할 수 있었다. “(황티)남이는 남편 도박과 폭력 때문에 너무 힘들게 살다가 죽었어요, 우리가 다 알아요.” 또 이웃들의 증언에 따르면, 하루는 황티남씨가 밤이 늦었는 데도 들어가지 않고 밖에 있어서 “왜 집에 가지 않느냐?” 고 하자 “남편 친구들이 집에 있다”고 이야기 하는 것을 들었다고 한다. 이때 황티남씨는 임신 중이었다. 남편과 이혼하고 싶다고 친구들에게 하소연을 했는데, 친구들은 "아기가 있으니 참고 살아보라"고 했다고 하면서, 황티남씨가 죽은 후에 “괜히 우리들이 말려서 친구가 죽게 됐다”고 미안해하면서 울었다. 아내폭력 피해자의 목소리, 이주여성 당사자의 목소리를 듣지 않으려는 사회구조가 결국 비극적인 사건을 만들고 있는 것이다. 현재 이주여성이 국적을 취득하거나 체류 연장을 하려면, 그 과정에 한국인 배우자의 조력이 필수적이다. 이같은 국적체제는 한국인 배우자에게 당연히 이주여성에 대한 우월적 지위를 부여해 결국 이주여성을 아내폭력 등 인권침해적인 상황-죽음까지-을 견디어야 하는 무력한 위치로 내몰고 있는 것이다. 적극적인 보호 의무를 부담해야할 국가는 자신의 방조로 국제결혼을 양산하고서는, 국가가 나서서 가정 내의 불평등한 위계구조를 만들어 아내폭력을 조장하고 결국은 남편이나 부인을 가해자 혹은 피해자로 만들어가고 있는 것이다. 정부는 이주여성 인권보호보다 가족유지와 동화에 초점을 둔 정부의 사회통합 정책과 위장결혼 방지라는 이름 아래 추진되고 있는 폐쇄적 체류 정책이 결국은 정부가 그토록 보호하고자 하는 가족을 오히려 파탄시키고 있음을 분명히 알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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