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주제 폐지의 물꼬는 참여정부가 출범하면서 곧바로 트이기 시작했다. 여성부는 ‘호주제 폐지 추진’을 당면 현안 과제의 하나로 삼고 민·관 합동 네트워크 구축 등 추진 대책을 대통령에게 보고했다. 노무현 대통령은 호주제 폐지에 대한 사회적 분위기 조성과 공론화를 위한 적극적인 대화 노력을 당부했다.

2003년 봄, 당시 분위기는 호주제 폐지에 대한 국민적 인식과 합의 수준이 높아지고 있었으나 가족의 약화, 전통문화 단절 등의 이유로 유림과 중장년층 일부의 우려가 남아 있었다. 민법의 호주제 관련 조항에 대해 위헌법률심판이 제기됐고 국가인권위원회는 호주제가 헌법 조항에 반한다는 의견을 헌법재판소에 제출해 놓고 있었다. 

여성부 장관에 취임한 지은희 장관은 대통령 업무보고 직후 사회관계장관회의에 호주제 폐지 추진 대책 안건을 상정해 논의했고 연이어 국무회의에서 민·관 합동의 기획단 구성 운영에 대한 합의가 이뤄졌다. 4월 4일 대통령 보고에서 5월 6일 국무회의 때까지 걸린 시간은 딱 한 달. 이렇게 속전속결로 진행될 수 있었던 것은 민법(가족법)의 주무부처인 법무부의 파격적인 양보와 협조가 있었기에 가능했다.

강금실 법무부 장관은 법무부가 민법과 호주제의 주무부처이기는 하나 호주제 폐지 추진은 여성부가 앞장서 주도적으로 하는 것이 더 효과적이라는 입장에서 기획단의 주무 총괄을 여성부가 맡아 하도록 힘을 실어주었고 법무부는 법제정비분과를 주관해 협조하기로 했던 것이다. 

이렇게 해서 관련 부처와 시민사회단체가 참여하는 민·관 합동의 ‘호주제폐지특별기획단’이 구성됐다. 2003년 5월 구성된 기획단은 2005년 3월 민법 개정으로 호주제가 폐지될 때까지 존속했다. 이 기획단의 활동은 정무장관(제2)실 시절 세계화추진위원회의 ‘여성의 사회참여 확대 방안’ 이래 민·관이 협력해 이룩한 최대의 성과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민·관의 협력은 그렇다 하더라도 그동안 호주제 폐지의 과도기를 거쳐오면서 1990년 1월 호주상속제에서 호주승계제로의 변경 등 호주제도 개선이 있었다. 당시 정무장관(제2)은 민법(가족법) 개정안이 국회에서 통과되던 날, 주무 부처가 법무부임을 지나치게 의식한 간부들의 만류로 역사적인 현장에 함께할 수 없음을 안타까워했다. 주무부처의 영역을 침범하지 않으려고 주의를 기울인 정무장관(제2)실로서는 얼마 후에 ‘가족법 어떻게 바뀌었나’ 제하의 개정민법 해설 자료를 발간하는 것으로 만족해야 했다. 그러나 10여 년이 지나고 나서 상황은 반전되어 철벽 같은 주무부처의 벽은 허물어지고 호주제 폐지의 사실상 주무부처는 여성부가 되어 그 물꼬를 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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