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부가 아이의 행복을 파괴한다고 절박하게 느낀다면
‘그럼, 그만둬!’라고 말할 수 있는 용기를 가져야 한다

 

문용린 서울대 교수    gabapentin withdrawal message board gabapentin withdrawal message board gabapentin withdrawal message boardsumatriptan 100 mg sumatriptan 100 mg sumatriptan 100 mgwhat is the generic for bystolic   bystolic coupon 2013
문용린 서울대 교수
gabapentin withdrawal message board gabapentin withdrawal message board gabapentin withdrawal message board
sumatriptan 100 mg sumatriptan 100 mg sumatriptan 100 mg
what is the generic for bystolic bystolic coupon 2013
ⓒ장철영 기자
그를 만나러 가는 길은 마음이 좀 불편했다. 지난 연말 큰 수술을 겪었고, 이로 인해 그동안 독자들의 열렬한 호응을 받았던 ‘도덕칼럼’ 집필을 본의 아니게 중단해야 했다. 학교도 휴직했다. 독자들의 궁금증도 풀어줄 겸 인터뷰를 시도했지만 장시간의 인터뷰가 아직도 회복기의 터널을 지나고 있는 그에게 부담이 될까 미리 염려됐다.

그는 30년 교육 현장에서 체득한 결론과 자기반성을 틈틈이 모아 한 권의 책으로 엮어낸 ‘행복한 성장의 조건’(리더스북)을 들고 오랜만에 독자들 곁으로 돌아왔다.

문용린 서울대 교수(교육학, 전 교육부 장관)의 얘기다.

“교육 개혁은 교육자만 하는 것이 아니다. 가깝게는 국회를 거치며 이번 무상 급식 논쟁에서 봤듯이 이런저런 정치적 계산이 섞이게 마련이고, 멀게 보자면 역사와 국민성에까지 연결된다. 가장 본질적인 것은 바로 학부모의 의식 변혁이다. 학부모의 의식이 바뀌는 만큼 교육도 비례해 발전한다고 생각한다. 행복은 공부를 잘해야 자동적으로 찾아온다는 패러다임에 대한 반성이 없이는 우리의 교육 문제는 절대 풀리지 않는다. 초·중·고 시절 ‘고진감래’ ‘와신상담’의 비장함보다는 누군가의 말처럼 ‘공부하는 게 제일 쉬웠어요’가 되도록, 즐겁게 장기적으로 아이가 공부할 수 있도록 부모가 끊임없이 노력하고 공부해야 하는 것이다.”

행복한 아이가 학업 성취도 높다

그는 국민의 이해와 호응이 없이는 교육 개혁의 실패는 되풀이될 수밖에 없는 고질병이라 진단한다. “사교육 문제에 대해 교육제도를 바꿔 통제하려 한 게 바로 우리나라 교육의 역사”라는 것. 그는 교육부 장관 시절 법안만 30여 개 냈지만 “개혁법안은 국회만 가면 여야 사이에서 왔다갔다하다 다 무너져버렸다”고 회고한다. 

“현 입시제도에서 어떤 묘약을 처방해도 교육문제는 해결될 수 없을 것이다. 또 30~40년 전 산업화 시대 식의 고진감래형 행복은 현재의 공부 패턴과도 맞지 않는다. 공부 잘해 명문대에 간 아이들은 대개 자기주도형 학습을 한 아이들이다. 공부하면서도 기쁘고 즐겁게 공부했다. 이제 우리는 아이들을 위해 공부보다는 ‘행복’을 더 걱정해야 한다. 아이들이 자살보다는 자기보호를 먼저 할 수 있도록 가르쳐야 한다. 만약 공부가 아이의 행복을 파괴한다고 절박하게 느낀다면 ‘그럼, 그만 둬!’라고 말할 수 있는 용기를 가져야 한다.”

그는 말끝에 “소년소녀 가장이 다 불행하겠느냐”고 반문했다. 그들을 살펴보면 아주 작고 사소한 데서도 행복과 희망을 찾으려 하는 아이들이 있다는 것.

“일전에 본 초등학교 4학년짜리 아이는 2학년짜리 여동생과 살면서 ‘내가 돈 많이 벌어 여동생에게 맛있는 것 사줄래요’ 하더라. 어느 수준에선가 자기의 미래에 대해 작은 희망이라도 가지면 행복한 법이다. 반면 남부러울 것 없는 부잣집 아이가 부모 기대치에 못 미쳐 허덕이다 보면 소년소녀 가장이 가질 법한 희망도 못 갖게 마련이다.

직업 종류만도 3만 개인데 왜 국영수에만 집착하나

부모들이 왜 아주 작은 희망이라도 자신의 소중한 자식들에게 주려하지 않는지 도통 이해할 수 없다. 가령 당신의 자녀가 성적은 중간쯤이라도 공부 못한다고 죄기보다는 ‘넌 이런 걸 참 잘해’ 칭찬해줘 봐라. 아이를 행복하게 만들 뿐 아니라 이렇게 돼야 자긍심은 물론 존경과 사랑, 타인에 대한 배려와 걱정 등 긍정적인 덕목이 가능해지는 것이다. 이 세상엔 3만 개의 직업이 존재하고, 한국에만도 그 종류가 1만8000여 개에 이른다고 한다. 어느 분야를 택하든 그 분야에서 상층부로만 올라가면 되지 않겠느냐고 그는 반문했다.

이런 맥락에서 그는 4년제 대학에 전공 학과만도 120여 개 규모인데 반해 한 해 60만 명이 치르는 수능시험에서 상층부 2만5000명이 이 120개 학과에 골고루 가야 인재 배분이 잘된 입시제도라는 평가를 받을 것이라고 단언한다. 그런데 현실은 어떠한가? 법대, 의대, 경영대, 컴퓨터 관련 학과 등 소위 전도유망하다는 인기 학과에 상위권이 대거 몰리게 된다. 그래서 명문대 법대를 진학한 아이에게 “너 왜 여기 왔느냐?”고 물으면 “성적이 돼서 왔고, 부모와 학교가 가라 해서 왔다” 혹은 “여기밖에 갈 데 없어 왔다”는 타의에 의한 선택이 극명히 드러난다고 한다. 그의 표현대로라면 “학생 당사자 입장에선 아무 열망이 없는 상태”에서 ‘병목현상’만 일어난 꼴이다. 광복 이후 100여 차례 입시제도는 다양하게 변화했지만 인재의 균형적인 분산은 아직까지 불가능한 이유이기도 하다. 이런 현상의 가장 큰 맹점은 아이 자신이 어떤 인생 계획도 세울 수 없다는 현실이다.

“인생 계획이 없으니 ‘일단 대학은 들어가고 보자’ 식이다. 고3 여름방학 때 인생 계획을 써보라고 하면 70% 이상이 백지를 낸단다. ‘아직 수능도 안 봤는데 어떤 대학 어떤 학과에 진학해 어떤 직업을 가질지 어떻게 아느냐’고 항의하기도 한단다. 12~15년간 다른 생각 안 하고 국·영·수만 생각했으니 당연한 결과다. 반면 미국의 경우 초등학교 때부터 직업관을 갖기에 대학 진학률이 분산되기 시작한다. 나름대로 뚜렷한 생각을 가지고 수의사, 로봇 만드는 사람, 카레이서 등을 꿈꾼다. 그 결과 대학 가겠다는 아이가 20% 정도로 입시 병목현상이 확 줄게 된다. 일본의 경우는 65%가 대학 진학 대신 다른 길을 선택하고 대만은 그 비율이 70%에 이른다. 그런데 우리나라는 고등학교 진학자의 85%가 대학을 선택한다.

그러면서도 인생 진로 교육은 거의 없다. 20년 가까이 이 세상을 산 아이가 성적으로 대학을 선택하는 현실…결국 어떻게 세상을 살아야 행복한지에 대한 감각이 무디거나 거의 없을 수밖에 없는 게 현실 아닌가.”

그래서 그는 일침을 놓는다. “교육 개혁=입시제도 개혁”이라는 착각은 하지 말라고. 초·중·고 시절부터 다양한 체험 교육으로 ‘인생’을 알 기회를 줘야 한다는 것이다.

대한민국, 기초학력은 최고 창의·인성 교육은 낙제점

그래서 답답해서 물어보았다. 그의 말처럼 “이렇게 세상을 살면 즐겁고 행복하고 또 유능해지겠다는 감각을 길러준다는 측면에서 미국의 교육이 성공했다”고 한다면 왜 오바마 대통령이 한국의 교육 시스템을 부러워하느냐고.

“자기네가 가지지 못한 장점을 한국은 가지고 있다고 봐서 그럴 것이다. 미국은 초·중·고 과정에서 창의 체험, 인성 교육을 잘하는 나라다. 학교에서 아이들을 놀리는 것 같지만 이 분야에선 세계 최고다. 그러다 보니 학력에 신경을 별로 못써 학력 수준이 전 세계 15~16위 정도다. 반면 우리나라의 학생 진로 교육은 거의 제로다. 기초학력은 세계 최고라고 목에 힘줄 일이 아니다. 교육은 학력과 진로 둘 다 잘해야 하는 것이다.”

그는 “부모들이 정신 차려 아이가 행복하게 공부하도록 도와줘야 한다”고 재차 강조한다. 행복하면 괴로움도 이길 수 있다는 것. 등산에 비유하자면 산에 올라가지 말라는 얘기가 아니라 올라가더라도 가능한 한 기분 좋게, 긍정적 마인드를 가지고 등산하고, 또 자기 동기화를 하게 해서 등산 과정 중의 고통을 상쇄하도록 이끌라는 얘기다. 그리고 이를 위해선 절대적으로 아이와 늘 원활한 소통 상태를 유지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또래 학부모들과의 정보 소통엔 그토록 집착하면서 자신의 소중한 아이에 대해 무지한 부조리한 현실에 혀를 찬다.

“아빠의 무관심, 할아버지 할머니의 경제력, 엄마의 정보력이 소위 SKY 대학을 보낸다는 것은 신화다. 엄마의 정보력이야말로 자신의 아이에 대한 것이 아니라 학원에 대한 정보력이다. 인정하긴 불편하겠지만 이 정보력이라는 것도 아이 성적이 상위 5~10%에 해당되는 학부모에게만 맞는 얘기지 중하위권 성적을 가진 아이와 학부모에겐 맞는 얘기가 아니다. 어떤 면에선 우리 아이가 대치동 학원가의 들러리를 서는 정도에 그칠 수도 있다.

문제는 학부모들이 내 자식을 중심에 두고 보기보다는 내 자식이 엘리트층에 속해야 한다는 강박감에 사로잡혀 있다는 데 있다. 많은 학부모들이 우리 아이가 중·고등학교에 가고 수능 시험을 볼 때쯤이면 아주 많이 달라질 거라는 가정을 그대로 가지고 가지만, 이는 희망사항에 그치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아이의 정체를 정확히 알아야 한다는 것이다.

아이가 좋아하고 잘하는 게 무엇인지 정확히 찾아야 한다. 체육·미술 등에선 적성을 인정하지만 국·영·수 과목을 잘하고 못하는 건 왜 소질로 안 받아들이나. 그건 누구나 다 노력만 하면 할 수 있다고 보는 전제를 꼼꼼히 다시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그와의 인터뷰를 마무리해 가면서 아직 초등학교 2학년밖에 안 된 내 아이에게 내가 가하는 폭력 아닌 폭력을 자성해 보았다. 그러면서 떠오른 명제는 ‘모든 길은 로마로 통한다’는 것이다. 일류대를 가든 안 가든 자신이 진정 열망해 마지않는 분야에 매진해 일가를 이루게 된다면 이게 바로 행복한 성공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이를 위해 가족을 비롯한 가까운 주위 사람들과 지역공동체의 격려가 얼마나 필요한지 절감했다.

이런 면에선 이 교육계의 거두도 예외는 아니다. 그는 지난 연말 15년 전부터 앓아온 신장 문제로 대수술을 받았다.

허약해진 몸으로 병상에 누워있자니 기분이 자꾸 가라앉는 것은 그도 어쩔 수 없었다. 그러던 중 한 의사가 무심코 던진 한마디를 통해 회복의 끈을 잡으면서 그는 자신이 평생 연구해온 교육이론이 결국 진리임을 재차 체감했다고 한다

저작권자 © 여성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