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한 줄에 감성 담아내는 카피라이터 남선우
카피라이터 경력 10년차인 남선우(35·사진)씨는 카피를 만들어내는 과정이 집을 짓는 것과 같다고 말했다. 건축물에 비유하면서 사막 위에 집을 짓는 겉핥기식이 아닌, 견고한 집을 짓는 것이 지향점이라고. 물론 카피는 상품을 잘 알려서 팔리도록 돕는 것이지만, 해당 상품에 대한 이해 없이 단지 팔려야 한다는 강박관념에 사로잡혀 온갖 기교로 만들어낸다면 누가 봐도 허술한 카피가 되고 만다는 것이다. 만약 자동차 광고를 한다면 자동차 전문가가 돼보고, 책을 광고한다면 작가나 편집자의 입장이 되며, 음료수 광고를 한다면 세상의 모든 음료수를 다 먹어본다는 각오로 임한다는 남선우 카피라이터. 그는 “한 문장으로 누군가의 마음을 얻을 수 있다면 그거야말로 보람 있는 직업이 아니겠느냐”고 말했다.
-카피라이터가 돼야겠다고 생각한 계기를 알고 싶다.
“어릴 때 부모님이 책을 많이 사주셨다. 내 독서량의 절반은 어릴 적에 읽었던 것들이다. 소설이나 위인전집 같은 책들이 주류였던 것으로 기억된다. 책 덕분인지 어릴 때 독서발표 대회, 독후감 대회, 상상 글쓰기 대회 등 글짓기 대회에 나가면 상을 곧잘 타오곤 했다. 원래 글을 쓰는 일을 좋아하고 즐겨하는 편이었다. 카피는 긴 글로 표현하지는 않지만 그 짧은 문장 안에 함축적으로 의미를 담을 수 있어서 매력이 있는 것 같다. 사람들의 마음을 울릴 수 있는 감성이 깃든 카피말이다. 그렇게 감성을 자극하는 카피를 쓰고 싶었다.”
-카피라이터로서의 시작은 어땠나.
“대학(국문학 전공)을 졸업하자마자 IMF 외환위기가 터져서 당시 모든 대학 졸업생들이 취업이 어려운 상황이었다. 나는 고민 끝에 카피라이터 과정을 배울 수 있는 한국광고연구원에 들어가기로 마음먹었다. CF 감독, 광고기획, 카피라이터 등 광고인을 양성하는 곳이었는데, 내가 들어간 카피라이터 과정은 6개월 코스였다. 그런데 경기도 너무 안 좋고 수료를 해도 취업하기 힘들 거라는 이야기도 들려서 과정을 다 마치지 않고 바로 취업하기로 결정했다. 처음 들어간 곳은 메이저급 광고 회사는 아니었고 대학 광고를 전문으로 하는 곳이었다. 아마 알지도 모르겠는데 어느 대학 광고에서 ‘젊음만 가져오십시오. 나머지는 OO대가 책임집니다’라는 카피를 만든 곳이었다. 그 후로 여러 광고 회사에서 일을 하면서 지금 하고 있는 책 분야라든지, 자동차 등의 지면광고 카피를 써왔다.”
-카피라이터에게 필요한 역량은 무엇인가.
“아무래도 기획력과 디자인 감각이 아닐까. 책 광고를 예로 들자면 책의 기획 단계부터 편집, 출간, 판매, 홍보까지 책이 만들어지고 팔리는 전 과정에 참여한다. 물론 여기에 시장 분석이 바탕이 될 것이다. 이런 것들을 아우를 수 있는 기획과 지면에 광고 카피가 어떻게 실리면 좋을지 등을 종합적으로 사고할 수 있어야 한다. ‘스틱’(웅진윙스)이라는 책을 읽어봤으면 한다. Simplicity(단순성), Unexpectedness(의외성), Concreteness(구체성), Credibility(신뢰성), Emotion(감성), Story(스토리) 등 6가지 특성을 살려 카피에 반영하면 좋은 카피가 나온다는 이야기다. 나도 이 법칙이 들어맞는지 생각해 보면서 카피를 다듬곤 한다. 카피라이터를 하는 사람이거나 이 직업을 원하는 사람이라면 한번 읽어볼 만하다.”
-카피라이터를 꿈꾸는 청소년들을 위한 조언 부탁드린다.
“카피라이터라고 해서 국문과나 신방과 등 인문사회계열 전공을 할 필요는 없다. 전공과는 정말 무관한 직업이다. 카피라이터 중에는 공대나 농대 출신들도 있으니까. 길을 지나다가 우연히 간판을 보더라도 그냥 지나치지 못하는 사람들이 자질이 있는 것 같다. 재밌거나 눈에 띄는 상호를 단 간판을 유심히 보는 것이다. 또 영화나 책을 많이 보면 감성을 키우는 데 도움이 된다. 간단하게 소감이나 감상을 적어보는 습관도 좋은 것 같다. 일기를 쓰는 것도 좋다. 언제나 무엇인가를 적는 습관이 중요하다. 나중에 취업을 하려고 할 때도 이력서나 자기소개서를 독창적으로 써보라. 광고연구원에서 공부할 때 알게 된 건데 광고인들은 자기소개서를 ‘자기 판매 기획서’의 준말로 ‘자판기’라고 부르더라. 카피라이터들의 특징을 잘 말해주는 것 같다. 재미있으면서도 여러 가지 의미를 담을 수 있지 않나. 나는 자기소개서에 스스로를 ‘변비약’에 비유했다. 광고 분야의 꽉 막힌 부분을 변비약처럼 뚫어보겠다는 의미를 담은 것이었다. 알약 그림까지 그려 넣고 그 안에 나를 설명할 수 있는 말들을 집어넣었다. 이런 식의 독창적인 자기소개서는 광고 회사에 어필할 수 있다. 각종 광고 관련 공모전 입상 경험도 취업에 도움이 된다. 수시로 정보를 접하는 수고도 아끼지 말아야 한다.”
그는 현재 한 대형 출판사의 광고팀에서 일하고 있다. 2009년 KBS1 TV ‘우리말 겨루기’(291회)에서 우승했으며 한국통신광고대상, 박카스광고공모전 등 공모전에서 다수 수상한 실력자다.
남선우 트위터: @mecca94/ 페이스북 : www.facebook.com/mecca9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