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도 압축성장 기성세대 부조리 투영돼
“이젠 행복한 인재상 만들 때” 수면 위로

 

13일 대전 KAIST에서 이번 사태를 논의하기 위해 학부총학생회 비상총회가 열렸다. 서남표 총장도 참석한 비상총회에서 학생들이 참석 인원을 파악하기 위해 비표를 들어 보이고 있다.   sumatriptan patch http://sumatriptannow.com/patch sumatriptan patch
13일 대전 KAIST에서 이번 사태를 논의하기 위해 학부총학생회 비상총회가 열렸다. 서남표 총장도 참석한 비상총회에서 학생들이 참석 인원을 파악하기 위해 비표를 들어 보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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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합포토
올해 들어서만 4명의 학생이 연이어 자살한 카이스트(한국과학기술원, KAIST) 사태가 전 사회를 충격으로 몰아넣고 있다. 과열 경쟁을 부추긴 학내 시스템이 직접 원인이 된 카이스트 사태는 수재의 죽음이 부각됐다는 점만 빼면 우리 교육의 부조리한 현실을 그대로 대변한다. 카이스트 사태는 빙산의 일각이고 이번 사태를 계기로 교육에 대한 인식 변혁이 일어나야 한다는 여론이 재점화되고 있다.

교육부 장관을 역임한 문용린 서울대 교수(교육학)는 이번 사태가 우리 교육의 ‘거꾸로’ 행보를 여실히 보여준 실례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옥스퍼드, 하버드 등 세계 유수의 명문대들은 입학까지는 경쟁이 극심하지만 일단 입학하고 나면 동아리, 스포츠 등 여가활동을 장려하면서 일생의 계획을 세울 수 있도록 도와준다며 이는 곧 “너의 모든 능력으로 인류에 봉사할 기회를 찾으라”는 무언의 메시지라고 말한다. 그런데 카이스트에선 반대로 이미 ‘우수함’이 입증된 학생들에게 징벌적 등록금제를 동원해 또 다른 극심한 성적 경쟁을 부추김으로써 “창의성을 발휘하고 학문에 몰입할 자유”를 오히려 박탈했다. 아이들을 불행하게 만들어놓고 성적으로 행복해질 수 있다는 착시현상을 일으켰다는 것이다. 그가 가장 강조하는 것은 발상과 인식의 전환.

“중요한 것은 아이들에게 학점 따는 방법이 아니라 삶을 가르쳐야 하는데 이 기본을 너무 무시했다. 행복하게 공부할 수 있어야 비로소 사회에 보탬이 되는 인재가 될 수 있고 남을 행복하게 해줄 수 있다.  불행하게 공부하면 남을 불행하게 만드는, 사회에 해가 되는 인재가 될 수밖에 없다. 우리 사회가 이런 행복 교육을 제대로 하지 못해 청소년 자살률이 세계적으로 높다. 그 연장선상에서 40대 자살률도 세계 최고인 것이다.”

‘교육개혁은 왜 매번 실패하는가’를 공저한 정병호 한양대 교수(문화인류학과, 공동육아와공동체교육 공동대표)는 특히 대학 사회에 광범위하게 퍼져 있는 영어 전용 강의를 들어 “이는 비단 카이스트뿐만 아니라 우리 사회 전체가 비상식을 넘어 비정상에 익숙해져 있다는 것을 시사한다”며 “무한 경쟁을 노골적으로 조장하는 데는 교육계뿐만 아니라 국가와 지자체도 공모하고 있다”고 날을 세운다. 그는 이러한 성적 경쟁이 마치 ‘전쟁’과 같다며 “한 세대 청소년들을 전부 한 줄로 세워 인위적 경쟁을 시키고 모두가 열광하는 국가적 스포츠 이벤트와도 같다”고 일갈했다. 어느새 유치원에 입학하면서 대학입시를 걱정하고 대학 신입생이 되는 순간 취직시험을 걱정하는 경쟁 노이로제에 걸렸다는 것. 신자유주의로 전 세계가 글로벌 경쟁에 돌입했지만 한국은 이 면에서 다른 나라와는 비교가 불가능한 독특한 맥락을 가지고 있다. 그 중심엔 고도 압축 성장을 이뤄낸 기성세대의 강박증이 있다.

“교육을 통해 신분상승을 체험한 기성세대가 그 성취의식 혹은 피해의식, 그리고 헝그리 정신으로 지금의 젊은 세대에게 과잉 집착하고 있다는 게 문제다. 우리 사회 주요 리더십은 다 이 속성을 가지고 있다고 보는데, 이 풍요와 자유의 시대에 이런 리더십은 일종의 당뇨나 고혈압 같은 사회적 만성질환이라고 생각한다.”

조한혜정 연세대 교수(문화인류학)는 치열한 경쟁을 뚫고 대학에 입학한 아이들을 위한 “지속 가능한 삶”을 얘기한다. 대학이 아이들의 상태부터 파악하고 경영을 해야 하는데 여전히 아이들을 ‘공부기계’나 되듯이 무한경쟁으로 몰아붙이고 있다는 것.

“우리 대학 사회를 두고 외국과 비교하는 것은 무의미하다. 그들의 초중고 생활과 우리 아이들의 초중고 생활은 달라도 너무 다르다. 우리 아이들은 학창 시절 내내 넉넉한 마음과 기댈 언덕이 없이, 소통이 단절된 채 달려왔다.”

그는 이번 카이스트 사태의 해결을 주시하면서 “카이스트의 주체, 즉 학교 당국과 교수, 학생이 이 문제를 풀어나가는 방식이 그 공동체의 역량으로 이어질 것”이라며 이들이 “제대로 소통”하기를 바랐다.

13일 국회 교육과학기술위(교과위) 소속 야당 의원들은 2006년 서남표 총장 취임 이후 9건의 학생 자살이 이어진 점 등을 들어 “서 총장이 일방적인 의사 결정으로 학내 구성원과 국민의 신뢰를 잃었는데도 책임을 통감하고 있지 않다”며 김영진 의원(민주당)이 대표 발의한 서 총장 해임촉구 결의안을 국회에 제출했다. 이에 앞서 12일 열린 교과위 전체회의에서 권영진 의원(한나라당)은 학생들의 상담 건수는 나날이 증가 추세인데도 정신상담센터 전화번호는 결번으로 나오는 등 학생들의 복지에 소홀했다는 점을, 김유정 의원(민주당)은 “카이스트의 지난 3개월간 학생 자살률은 10만 명당 51명 수준”이라는 점을 들어 서 총장을 압박했다. 김 의원에 따르면 카이스트의 자살률은 미국 명문대 중 가장 자살률이 높은 것으로 알려진 MIT와 비교해도 훨씬 높은 수치다. 일례로 MIT가 가장 혹독하게 학사 운영을 했던 1980년대에도 학생들의 자살률은 10만 명당 19명이었다는 것.

한편 대전 카이스트에선 서 총장이 자진 사퇴 의사가 없음을 분명히 밝힌 가운데 학생들이 총장 사퇴를 촉구하는 서명운동에 돌입했다. 13일 현재 카이스트 측은 이번 사태로 논란이 된 징벌적 수업료, 전공과목에만 한한 영어 강의 실시, 학부과정 학업 부담 20% 경감 등 일련의 학사제도 개선안을 공표했다가 5시간 만에 백지화해 첨예한 갈등이 예고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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