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월 1일부터 밤늦게까지 아이들을 돌봐주는 ‘엄마품 온종일 돌봄교실’(이하 온종일 돌봄교실)이 전국 1000곳에 설치됐다. 온종일 돌봄교실은 종래의 ‘초등 돌봄교실’ 서비스를 확대한 개념으로 오전 6시 30분부터 오후 10시까지 아이들에게 보육뿐 아니라 생활지도, 기초학습 등을 제공한다. 즉 맞벌이 가정과 저소득층, 한부모 가정 등 일하는 부모들의 자녀 양육으로 인한 취업애로 사항을 적극적으로 해결해주겠다는 취지에서 시작된 것이다.

온종일 돌봄교실이 제대로 운영된다면 일하는 부모는 아침부터 저녁까지 일터에서 일하고, 아이들은 집이 아닌 학교에서 부모가 아닌 보육교사와 종일 지내게 된다. 여기에 더하여 온종일 돌봄교실에서 학습 지도까지 하면 아이들은 같은 장소에서 방과 후 한 번 더 학교생활을 하게 된다.

그러나 온종일 돌봄교실은 우리에게 새로운 고민을 던져주고 있다. 과연 새벽부터 밤까지 학교에서 지내는 아이들은 행복할까, 일하는 부모는 자녀 문제에 신경을 안 쓰게 되어 일에만 집중하게 될까, 과연 이 시대 가족의 의미는 무엇일까?

흔히들 오늘날 가족의 문제점 중 하나로 가족의 해체현상을 꼽고 있다. 정서적 친밀성을 기반으로 한 가족은 상당 부분 약화됐고, 가족 구성원은 개인화되고 분화된 관계로 변화하고 있다. 이러한 현실에서 일터와 학교에서 각각 하루의 대부분을 지내는 부모와 아이들은 어떠한 끈으로 관계를 형성하게 될까? 사람의 생애주기는 교육에 집중해야 하는 시기, 출산과 양육의 시기, 직업을 통해 자신을 발전시키는 시기 등 주기별 과업으로 구성된다. 특히 아이들의 성장 시기에는 부모는 자녀 양육에 보다 중심을 둘 수 있도록 사회와 정책이 지원해야 한다.

따라서 지금 필요한 것은 사고의 전환이다. 부모의 노동시간에 맞추어 아이를 보육하는 방식에서 아이들의 보육시간에 맞춰 부모의 노동시간을 조정하는 방식으로의 변화가 필요하다. ‘남녀고용평등과일·가정양립지원법’에는 육아기 부모에게 근로시간 단축제도를 제공하고 있다. 즉 육아기 부모에게 근로시간을 단축해서 육아시간을 확보해주겠다는 내용이다. 또한 정부에서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최고의 장시간 노동시간을 기록하고 있는 우리의 노동시간 단축계획을 발표했으며, 유연근무제를 활성화해 노동시간의 유연적 사용과 선택을 지원하고 있다.

아이들을 새벽부터 밤까지 부모로부터 분리해 키우는 것보다 부모가 역할과 책임을 할 수 있도록 시간과 기회를 주는 것, 이것이 온종일 돌봄교실 이전에 우리가 생각해야 할 문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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