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제한 데이터 요금제 폐지?

지난 3월 17일 열린 방송통신위원회 2기 위원장 인사청문회에서 ‘무제한 데이터 요금제 폐지 검토’에 관련된 질문에 방송통신위원회 최시중 위원장이 “검토하겠다”고 답변함으로써 무제한 데이터 요금제 폐지안 주장에 한층 무게가 실렸다. 무제한 데이터 요금제 폐지 논란은 지난해부터 계속돼 왔다. 미국 이동통신사 AT&T는 지난해 6월 2일 아이폰4 출시를 앞두고 기존의 데이터 무제한 요금제를 폐지한다고 선언하면서 국내 이동통신사들도 데이터 무제한 요금제에 대한 재고를 시작한 게 사실이다. 매출의 견인차 역할을 해오던 데이터 무제한 요금제가 트래픽(인터넷 소통량) 급증이라는 문제를 불러왔기 때문이다.

데이터 무제한 요금제란 이동통신 3사가 와이파이(고정형 무선 인터넷)가 없는 지역에서도 무선 인터넷을 사용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 만든 요금제로, 매달 5만5000원 이상을 내면 스마트폰으로 무선 인터넷을 마음대로 사용할 수 있도록 돼있다.

무료 앱에 이통사는 ‘울상’

방송통신위원회의 ‘데이터 무제한 정액요금제 폐지’ 검토에 스마트폰 사용자들이 반기를 들고 나섰다. 데이터 무제한이라고 해서 가입했는데 고객과 상의도 없이 요금제를 폐지한다는 것은 말이 안 된다는 것이다. 현재 데이터 무제한 요금제 가입자는 600여만 명으로 전체 스마트폰 사용자의 절반이 넘는 수치다.

이동통신사들의 정액제 폐지 이면에는 다른 의도가 있다고 생각하는 사용자가 적지 않다. 최근 스마트폰 사용자들 사이에 무료로 통화를 하거나 문자 메시지를 보낼 수 있는 애플리케이션(응용 프로그램·앱) 사용자가 늘어 수입이 떨어지자 데이터 종량제로 주머니를 채우자는 것 아니냐는 것이다.

실제로 무료 문자 메시지를 보낼 수 있는 ‘카카오톡’의 가입자 수가 1000만 명을 돌파하면서 이동통신사들이 ‘카카오톡 차단’을 고려한다는 소문이 돌기도 했다. 무료 문자 메시지 애플리케이션에 이어 3G 망을 사용해 무료 데이터 통화를 하는 ‘다음 마이피플’이나 3G 망에 무임승차해 인터넷 전화요금으로 저렴한 서비스를 제공하는 ‘스카이프’ 같은 애플리케이션이 통화요금 수익을 갉아먹고 있으니 이동통신사의 입장에서 보자면 ‘눈엣가시’일 수밖에 없다. 현재 다음 등 포털 사이트에서는 데이터 무제한 요금제 폐지에 대한 반대 서명 운동을 벌이고 있다.

과다 요금과 데이터 트래픽

‘종량제’로 해결될까

데이터 무제한 정액요금제를 폐지하자는 주장의 요지는 소수 사용자가 지나치게 과도한 3G 트래픽을 점유함으로써 통화 지장 등 다수 이용자들의 불편을 초래한다는 것이다. 일각에서는 과부하에 걸린 데이터 무제한 요금제 대신 ‘종량제’ 형태의 요금제를 도입하는 것이 해답이라고 말한다. 종량제로 전환함으로써 과도한 데이터 사용량을 줄이는 동시에 적게 쓰는 사람은 적게, 많이 쓰는 사람은 많이 내는 요금제로 바꾸는 것이 해법이라는 것이다.

지금의 데이터 정액제는 적게 쓰든 많이 쓰든 무조건 4만5000원 내지 5만5000원 이상을 내야 하지만, 종량제를 도입할 경우 인터넷 사용량이 많지 않은 사람들은 통신비를 절약할 수 있게 된다. 하지만 요금제 변화만으로 통신비 절감에는 한계가 있다. 한국소비자원은 우리나라 음성통화요금이 1인당 월평균 통화시간이 180분 이상인 15개국 중 가장 비싸며 15개국의 평균 요금보다 무려 1.5배나 비싸다고 지적했다. 스마트폰 보급이 점점 증가함에 따라 데이터 사용량이 훨씬 증가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이동통신사들은 업무 등으로 인해 통화량이 많은 사용자와 데이터 사용량이 많은 사용자를 모두 만족시킬 수 있는 요금체계를 마련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