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학기가 시작되는 3월은 항상 정신없고 부산하다. 특히 지난 3월은 눈이 핑핑 돌아갈 정도로 정신이 없었다. 해마다 신입생들을 만나 좋은 출발을 하는 것이 교수로서 늘 어려운 과제이기도 하지만, 이번에는 개인적으로 아이들이 각각 고등학교와 초등학교에 입학하면서 대학입시 준비와 이제 본격적인 공교육의 시작이라는 현실에 마주했기 때문이다.

아이들의 학교 성적과 대학입시의 성패가 엄마의 정보력에 달려있다는 말이 진리처럼 받아들여지는 세상에서 직장에 다니는 엄마들은 한없이 위축될 수밖에 없다. 교육 현실이 주는 긴장감에도 불구하고 입학식은커녕 학기 초에 개최되는 학부모회에도 참석하기 어렵고, 다른 엄마들과 소식을 나누기도 쉽지 않다. 그렇기 때문에 늘 아이들의 학교 소식에 목마르고 작은 정보라도 간절하다.

다행히 세상이 바뀌어 학교는 중요한 소식을 웹사이트 게시판에 올리고, 아이들이 적어오던 알림장도 인터넷으로 안내가 된다. 이제는 시험 일정도 엄마의 휴대전화 문자 메시지로 먼저 들어와 행여나 있을 수 있는 아이들의 은폐 시도를 원천적으로 차단할 수 있다. 인터넷과 휴대전화를 비롯한 디지털 미디어가 만들어낸 새로운 풍속도인 것이다.

이런 현상을 보면서 언제, 어디서나 디지털 미디어에 접근해 정보를 활용할 수 있다는 유비쿼터스의 이상이 구현되고 있음을 느끼게 된다. 그러나 들여다보면 디지털 미디어가 보편화되고 이용이 늘어도 여전히 불평등의 문제가 지속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매년 정보화지수가 공개될 때마다 제기되는 장애인이나 저소득층, 농어촌 지역민의 디지털 격차 문제는 차치하더라도, 디지털 미디어 이용의 ‘질’과 관련된 문제가 여전히 남아있기 때문이다.

지난 한 달은 이 문제를 다시 한 번 생각해볼 수 있는 기회였다. 3월 초 언론에 소개된 인터넷 모임이 엄청난 반향을 일으켰다. 기사에 나온 열성적인 엄마들은 인터넷에 카페를 열어 아이들을 보다 잘 키우고 잘 가르칠 수 있는 정보를 공유하고, 직접 교육 프로그램을 디자인해 실천하고 있었다. 이들은 스스로 정보의 주체가 되고, 그 정보를 함께 나누는 건강한 사이버 시민의 모습을 보여주었다.

그러나 한편으론 여러 가지 이유로 거기에서 소외될 수밖에 없는 계층들을 생각하지 않을 수 없는 계기이기도 했다. 입시제도가 복잡해지고, 새로운 제도가 추가되어 잦은 정책 변화로 혼란을 줄 경우 정보에서 소외돼 있는 계층이 받는 타격은 그렇지 않은 계층보다 훨씬 더 심각하기 때문이다. 더 나아가 정보에서 소외된 계층은 다시 사회적·경제적으로 소외되고, 이는 순환고리가 되어 우리 사회 전반에 영향을 주기 때문이다.

이 문제는 단순히 인터넷과 휴대전화의 보급률과 이용률을 높인다고 해서 해결되는 것이 아니다. 오히려 디지털 미디어로 구현되는 새로운 사회에 어떻게 참여하고 어떻게 활동하며, 어떻게 사람들과 관계를 맺을 것인가와 관련된 것이다. 또한 이는 정보에 접근하고 이용하는 문제를 넘어, 이제는 디지털 미디어를 통해 재편되고 있는 이 사회를 어떻게 잘 살아갈 것인가를 생각하게 하는 문제인 것이다.

그런 점에서 우리 학생들 그리고 아이들의 교육과 함께 시작한 3월은 여러 가지 고민거리와 생각해볼 거리를 잔뜩 안겨준 한 달이었다.

저작권자 © 여성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