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만1200원과 경로우대카드가 전부

집 사주는 부모는 A,

용돈 타 쓰는 부모는 F

인터넷의 한 커뮤니티에서 부모를 능력별로 점수 매겨 놓은 것을 보면, 결혼할 때 집을 사주는 시부모는 A학점이고 전세금을 마련해주면 B학점, 함께 살자고 하면 C학점, 함께 살면서 용돈까지 달라고 하면 F학점이라고 한다. 웃을 수 없는 현실이다. 자신을 ‘맞벌이 신혼댁’이라고 밝힌 한 여성은 “출산 후 복직하면서 시댁에 아이를 맡겼는데 100만원씩 드린다”며, 용돈은 용돈대로 드리고 가전제품 바꿀 때도 전액 부담하는데 월 100만원씩 드리는 것이 부담스럽다고 털어놨다. 반면 ‘예은엄마’라는 닉네임의 주부는 자신은 용돈을 10만원밖에 못 드려 안타깝다며 부모님 용돈을 많이 줄 수 있는 사람들이 부럽다는 댓글을 남겼다.

실제로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2010년 가구당 월평균 소득은 약 363만2000원. 경제활동을 안 하는 부모님이 소형 아파트에서 따로 살 경우, 각종 공과금과 난방비, 의료비, 휴대전화 요금, 식품 구입비 등만 해도 최소 50만원이 넘게 지출되며, 기타 의류 구입비와 문화생활비, 용돈까지 합해지면 지출 규모는 이보다 훨씬 커지게 된다. 부모님이 특별히 건강상에 문제가 있지 않다고 하더라도 생활비를 온전히 자녀가 부담하기엔 무리가 따르는 게 사실. 특히 요즘처럼 한 가정 한 자녀 세대가 노년을 맞을 경우, 자녀가 짊어져야 할 부담은 가중될 것이 뻔하다.

복지부 ‘자립형 노인 일자리’ 추진

현재 보건복지부에서 노인을 대상으로 하는 복지정책은 저소득이나 독거노인, 노인장기요양보험이나 노인돌봄서비스, 치매·안검진 사업과 같은 의료 복지사업이 대부분이다. 자식도 있고 치매나 요양이 불필요한 노인을 위한 것은 기초노령연금(월 소득 74만원 미만인 65세 이상 노인에게 지급) 9만1200원과 철도와 지하철, 박물관과 공원 등에서 전액 또는 일부를 할인 받을 수 있는 경로우대카드가 전부. 그 외 노인 일자리 사업이 있으나 공공사업 분야의 경우 월 20만원의 지원금이 나올 뿐이다. 특히 지금 70~80대 노인들은 국민연금제도에서 소외된 세대라 수혜를 기대하기도 어렵다.  

최근 복지부는 노인 적합 직종을 발굴해 고령자 친화형 전문 기업으로 지정하고 시설비, 운영비 등을 지원하는 ‘자립형 노인 일자리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문화제 발굴원이나 급식 제조, 편의점의 시니어 인턴 등 큰 힘을 들이지 않아도 연륜과 경험이 경쟁력이 될 수 있는 분야에서 노인의 노동력을 활용하자는 것이다. 편의점이나 매표소 등에서 일하는 시니어인턴십의 경우 정부가 30만~45만원의 임금을 보조하게 되며, 베이비시터나 도시락 제작 업체의 경우 최대 3억원 이내의 설립 자금을 지원, 전문직 퇴직자를 활용할 수 있는 상담과 컨설팅 분야의 기업체에는 초기 일자리 창출비로 8000만원 이내의 보조금을 지원한다. 이는 공공영역의 재정 지원에 의존하던 기존 노인 일자리를 민간과 협력해 공동 투자하는 방식으로, 기업에는 노인 고용에 대한 부담을 덜어주고 노인에게는 경제력과 자신감을 심어주고자 하는 취지가 담겨있다. 물론 이러한 정책적 지원이 자리 잡을지는 좀 더 지켜봐야 할 것이다.

2010년 기준 기대수명은 80.5세. 의학과 과학의 발전을 볼 때 앞으로 기대수명은 점점 늘어날 터. 은퇴 후 40년의 계획이 없으면 자녀에게 경제적 부담을 짊어지울 수밖에 없다. 자녀 양육에 드는 지출과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치솟는 부동산 가격을 언제까지 부모의 양 어깨에만 짊어지울 수 있을까. 은퇴 후 안락한 삶을 누리기에 국민연금보험에 거는 기대는 버겁다. 고령화 사회를 위한 사회제도의 재정비가 시급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