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 8일은 ‘세계 여성의 날’이다. 1908년 3월 8일 미국 여성 섬유노동자들이 빵과 참정권을 요구하며 뉴욕에서 가두시위를 벌인 이후 여성의 권리 신장에 대한 요구가 증대하면서 1910년 독일 노동운동 지도자 클라라 체트킨의 제안에 따라 ‘세계 여성의 날’이 제정된 것이다. 가혹한 노동환경에 대한 개선과 인간답게 살 권리를 주장하는 여성들의 목소리를 상기하고 그 연대를 확인하는 의미에서 세계 여성의 날은 축제이자 새로운 도약을 준비하는 날이기도 하다.

그런데 세계 여성의 날을 전후해 한국에서는 우리 여성(노동자)의 현실을 알리는 두 가지 소식이 전해졌다. 하나는 2년 전 자살한 연기자 장자연의 편지가 공개된 것이고, 다른 하나는 대학 청소노동자들이 처우 개선을 요구하며 파업을 벌였다는 소식이다. 진위 논란은 있지만, 장자연의 편지는 여전히 우리 사회가 여성을 성적으로 착취하는 구조이고, 이 구조는 자본과 힘이 결합되어 매우 강고하게 뿌리내리고 있다는 점을 드러낸다. 또한 청소노동자들의 파업은 생존권과 인격권의 문제가 여전히 우리 사회의 주요한 이슈일 수밖에 없다는 점을 새삼 상기시키면서 주변을 돌아보게 한다.

세계 여성의 날에 한국의 미래 지성을 배출한다는 대학에서 청소노동자들이 파업을 결정했다. 대학 청소노동자들은 고용환경 개선을 요구하며 사측인 용역업체와 임금협상을 벌였는데, 시급으로 법정 최저임금인 4320원을 제시하는 사측과 생활임금인 5180원에서 4800원까지 양보한 노조 측과의 협상이 결렬되면서 파업이 결정된 것이다.

50~60대 여성이 대다수인 청소노동자들은 저임금과 열악한 근로환경에서 하루 10시간 넘게 고된 노동을 하는 경우도 많다고 한다. 그들이 잠시 지친 몸을 쉴 수 있는 공간도 제대로 마련되지 않아 창고나 계단 밑 빈 공간을 대기실로 쓰는 경우도 있는데, 습기나 환기문제 등으로 인해 어려움이 크다는 전언이다.

날이 갈수록 대학 간 경쟁이 심화되어 교육시설과 공간에 대한 투자가 확대되고 첨단 건물까지 들어서는 상황에서 청소노동자들의 열악한 근로환경이 여전하다는 데에는 유구무언이다. 더구나 그것이 최고 학부인 대학에서 일어나는 상황이라는 점에서 대학 구성원의 한 사람인 필자 역시 자괴감을 감출 수 없다. 특히 학교에서 자신들은 있는 듯 없는 듯 ‘유령’ 같은 존재라는 말에는 주변에 대한 관심과 배려가 부족한 대학 사회를 힐난하는 듯해 아팠다.

영국의 사회파 감독 켄 로치의 ‘빵과 장미’(2000)라는 영화가 있다. LA 빌딩 청소노동자들이 자신의 노동 현실을 직시하고 생존과 권익 신장을 위해 투쟁에 나서는 이야기를 다룬 작품이다. 영화의 제목 ‘빵과 장미’는 노동자의 생존권(빵)과 인격권 혹은 행복추구권(장미)을 상징한다. 우리 대학의 청소노동자들에게도 ‘빵’은 물론 ‘장미’까지 절실히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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