퀴즈. 코끼리를 냉장고에 넣는 방법을 다섯 글자로 줄이면? 답은 ‘조교 시킨다’.

최근 ‘위대한 조교의 탄생’이라는 영화 한 편을 보는 듯한 사건이 진행 중이다. 조교에게 ‘안 되는 일도 가능하게 하는’ 교수의 힘은 무엇일까?

폭행과 각종 비리 혐의를 받은 여교수의 등장과 서울대 측의 전격적인 파면 조치. 서울대의 파면 조치는 과거 줄기세포 연구로 세상을 떠들썩하게 했던 황우석 박사 이후 두 번째다.

세계적인 소프라노인 이 여교수의 사건을 보면서 ‘권력’의 위험성에 대해 생각해보게 된다. 지금까지의 권력이란 약육강식의 세계에서 약자를 누르고, 자기 마음대로 할 수 있는 강제력을 의미했다. 많은 사람 위에 군림할 수 있는 자원과 힘을 가진 권좌에 앉는 것을 ‘성공’이라는 이름으로 불러왔다. 이런 치열한 경쟁 게임에서 약자는 서럽고 고달프기에 남을 이기기 위해 목숨을 걸게 된다.

여성의 눈으로 세상을 바라볼 때, 이런 경쟁 중심적 세상은 더 이상 행복하지 않다. 남을 누르고 약자 위에 군림하는 권력의 한계는 명확하다. 타인이 행복하지 않으므로 나도 행복하지 않다는 공동체의 감수성을 가지고 있다. 성숙한 여성주의자들은 자신에게 권력이 집중될까, 혹시 남에게 나의 권력이 영향을 주어서 타인의 자율성을 침해할까, 경계하고 삼가는 마음을 갖게 된다.

여성주의 리더십은 권력의 지배나 집중이 아니라, 약자를 품는 모성과 권력의 해체를 지향한다. 배려, 나눔, 섬김, 헌신, 감성 등은 여성주의 리더십의 덕목들이다. 

여성주의를 미래 문명의 대안 가치라고 말할 수 있는 근거도 여기에 있다. 지금까지 세상이 약육강식의 경쟁구도를 만들며 소수의 승자가 독식하는 가부장제 사회였다면 미래는 배려하고 공존하는 공동체를 지향하고, 그 동력이 여성의 문명적 가치에서 나올 수 있기 때문이다.

아랍권 일대에 불고 있는 재스민 혁명은 절대권력의 종말을 보여주고 있다.

리비아의 카다피는 강력할지 모르지만 세계는 그를 ‘광인’으로 보고 있다. 독점하고 지배하고 군림하는 권력은 더 이상 존속할 수 없는 것이 이 시대의 흐름이다. 앞으로는 다양한 차이를 가진 개인들이 어떻게 평화롭게 협력하고 공존할 수 있을까 하는 것이 전 세계인의 현안이다. 글로벌 시대의 이런 흐름이 여성주의 리더십과 맥을 같이하고 있는 만큼 여성들은 진정한 여성성의 가치를 더 찾아내고 발휘해나가야 할 것이다.

성남시 이숙정 의원 사건, 서울대 김인혜 교수 사건을 보면서 성공한 여성들이 남성들 세계의 구악을 그대로 답습하는 것 같아 안타깝다.

개인적으로 어려운 시간을 겪고 있을 이 여성 리더들을 여성이라는 이유로 그들의 과실을 과장하거나 더 혹독하게 단죄하는 데는 찬성하지 않는다. 그러나 이 시대 여성들의 지향과 우리 사회의 미래가 담겨 있는 그들의 성공에 큰 흠이 남는 것이 안타깝다.

앞으로 많은 여성이 더 큰 성공을 이뤄나갈 것이다. 이 성공한 여성들이 구시대의 함정에 빠지지 말고 섬김과 배려의 감성을 체화한 새로운 리더십을 발휘했으면 한다.

여성들은 권력을 내려놓음으로써, 나눔으로 낮아짐으로써 더욱 강해지고 성공하는 새로운 시대의 주인공들임을 잊지 않았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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