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야기는 호젓한 시골에서 행복하게 살아가던 은퇴한 에밀 부부에게 매일 오후 4시만 되면 찾아오는 불청객이 생기면서 벌어지는 에피소드를 담았다. 반가운 이웃이었던 베르나르댕은 조금씩 귀찮은 불청객이 되고 점점 그들의 삶 깊숙이 들어와 자신들만의 집에서 누리던 평화와 안식을 깨뜨리는 존재가 되며 급기야는 공포의 대상이 된다.
“오후가 되면 더 이상 아무것도 할 수가 없고 온 신경은 곤두서 있어. 드디어 네 시가 되면 여섯 시가 되는 것은 열 두 시간 같아. 그 시간이 우리의 일과 중에서 가장 중요하게 되고, 그 시간을 위해 우린 무장하고, 계획하고, 진을 빼지. 에밀, 우리는 이상한 시간 속에 살고 있는 거야.”(극 중에서)
연극에는 5명의 배우가 출연해 끊임없는 대사와 독백을 선보인다. 특히 김은희, 전중용, 이정수, 정수영은 두 쌍의 노부부 사이에서 오는 조화와 대립, 관계와 거리의 구도를 긴장감 있게 이끌어낸다.
오랜 시간 함께하며 서로에 대해 모르는 것이 없다고 믿고 있던 부부는 평온하던 일상에 사소한 문제가 반복되는 것으로 인해 각자의 이념과 방식으로 엇갈리는 모습을 보여준다. 이를 지켜보는 관객은 어느새 이것이 ‘그들만의 이야기’가 아니라 ‘우리들의 이야기’임을 깨닫게 된다. 이것이 작품이 가지는 스토리의 힘이다.
자신이 예의바른 사람이라 생각했던 전직 교사 출신의 주인공 에밀은 이후 자기 본성 안에 잠들어 있던 악마성을 발견하고 혼란을 겪게 된다. 이야기는 극단적 스트레스에 못이긴 주인공의 은밀한 살인으로 끝이 난다. 인생과 인간 자체에 대한 본연적인 질문에 대한 답은 관객의 몫이다.
공연은 서울 대학로 정보소극장에서 3월 6일까지 열린다.
김남희 / 여성신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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