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자녀장학금·세살마을로 저출산 해법 제시…
‘가천모성보호기금’ 등 나눔경영 실천

 

“비록 지금은 새우잠을 자더라도 꿈은 고래의 꿈을 꾸십시오.”

지난 16일 인천 가천의대 길병원 이사장실에서 1시간을 훌쩍 넘겨 진행된 인터뷰에서 이길여(사진) 가천길재단 회장이 전한 메시지의 핵심이다. 나이를 짐작할 수 없는 꼿꼿한 몸가짐과 투명한 피부, 블랙 톤의 단정하고도 세련된 수트 차림의 이 회장은 인터뷰 내내 때론 부드럽게, 때론 단호하게 자신의 인생 역정과 이를 통해 얻어낸 교훈, 앞으로의 비전에 대해 열정적인 얘기들을 쏟아냈다. 이를 관통하는 한 가지는 그가 인터뷰하는 그 순간까지도 ‘고래의 꿈’을 간직하고 있기에 현재의 그가 존재한다는 사실이다.

좀 더 구체적으로 들어가면 평생 그의 머릿속을 떠나지 않은 것은 “나 같은 의사”를 만들겠다는 사회적 책무와 더불어 할머니와 어머니가 몸소 보여주었듯이 “선행을 베풀면 후대에 큰 복을 받는다”는 거의 종교에 가까운 경건한 신념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 모든 것이 조화롭게 합해지고 확대되면서 의사 본연의 길을 넘어 대학, 재단, 언론사까지 성공적으로 운영할 수 있는 원동력이 되지 않았을까.

“나 같은 의사 만들겠다” 일생 소신으로 삼아

-여성신문 ‘올해의 인물’에 선정되신 것을 진심으로 축하드립니다.

“여성신문이 22년 전 창간됐을 때부터 관심이 많았죠. 마음속으로 크게 발전하길 간절히 바랐고, 그동안 여러 가지 사업에 바빠 좀 더 관심을 기울이지 못한 것에 대한 미안함도 좀 있었어요. 그런 언론으로부터 이렇게 의미 있는 상을 받으니 참 감회가 새롭고 또 감사하군요.”

-“나 같은 의사”를 만들겠다는 강한 열정과 의지가 오늘의 발전을 이루었다고도 볼 수 있는데요, “나 같은 의사”는 어떤 의사인지요?

“그 의무를 다하다보니까 지금의 내가 됐다고도 할 수 있죠. ‘나 같은 의사’란, 모든 의사가 그렇겠지만, 환자를 불쌍히 여기며 마음으로부터 그와 함께 울어주고 또 기뻐할 수 있는 그런 의사입니다. 흔히 ‘가슴에 품은 청진기’란 말을 하는데, 그건 너무나 당연한 일입니다.

(이 회장이 현장 전문의 시절 청진기를 늘 가슴에 품고 다녔다는 일화는 유명하다. 차가운 금속이 환자의 가슴에 닿을 때 느껴질 거부감을 염려해서다. 이밖에 자신은 물론 직원들에게도 환자를 꼭 안아서 일으키고 손을 잡아주라는 등 환자와의 스킨십을 강조하고, 햇볕 잘 드는 곳엔 병실을, 그늘진 곳엔 의사 방을 만들라는 원칙을 고수해왔다. 길병원의 원훈은 ‘박애·봉사·애국’이다)

처음엔 산부인과 환자만 봤죠. 그러다보니 한계가 보이더군요. 환자는 내 가족이라 생각하니 환자의 남편, 시아버지가 병에 걸리면 고쳐주고 싶고 이러다보니 자연히 종합병원을 생각하게 된 거예요. 병원도 더 크게 짓고 의료기기도 더 첨단으로 갖추게 되고, 이렇게 자꾸 일이 커진 것 같아요(웃음).

남편과 꼭 손을 맞잡고 찾아오는 잉꼬부부가 있었는데, 남편이 인도네시아에 갔다가 교통사고로 죽었어요. 그때 그 환자가 친정엄마보다 내게 먼저 찾아와 울었죠. 후배 의사들이 이처럼 환자가 진정 어려울 때 찾아올 수 있는 의사가 되길 바라요.”   

-실질적인 저출산 위기 돌파 대안을 제시하고 또 실천하셨습니다.

“사실 난 싱글이고 나이도 많은데 저출산 문제에 대해선 요새 젊은이들보다 더 많은 고민을 한답니다. 결혼하지 않았기에 이토록 많은 일을 이룰 수 있었다고 말하는 사람들도 있지만, 정작 나는 나라가 번창하기 위해선 여성들도 행복한 결혼을 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산부인과 전문의 시절 아이를 셋 이상만 낳아도 바람직하지 않게 여겨 그 아이들이 ‘환영받지 못한 아이들’이 되곤 했죠. 이제 상황은 180도로 바뀌어 아이를 많이 낳는 부모님들이 진짜 고마운 분들이 됐죠. 그래서 이런 분들을 격려해줄 방법이 뭐 없을까 생각하다 올해 3월 ‘가천 다자녀장학금’을 만들어 경원대 신입생 중 3번째 이후 출생한 100명의 학생들에게 지급했죠. 제 총장 월급에 원고료, 강의료 등을 보태 만들었고, 이 때문에 생전 처음 월급 올려달라는 소리 한 번 해봤죠(웃음).

(이런 종류의 장학금으론 전국 최초인 경원대의 다자녀장학금은 이길여 총장의 사비 6억2000만원으로 조성돼 매년 시행될 계획이다. 올해엔 3번째로 출생한 학생 82명에게 입학금 100만원을, 4~7번째로 출생한 학생 18명에겐 입학금과 등록금 전액이 수여되는 등 총 1억6500만원의 장학금이 지급됐다)

또 지난 6월 ‘세살마을’도 발족시켰는데, 이는 ‘세 살 버릇 여든까지 간다’는 속담과 예전엔 온 동네가 힘을 모아 한 아이를 키워냈던 전통의 의미를 함께 담아 만들어낸 일종의 공동체 운동이자 사회캠페인입니다. 이 운동은 전 세계적으로 확산해도 좋다는 생각입니다. 제가 총괄 멘토로, 이어령 전 문화부 장관이 고문으로 세살마을을 대표하죠. 여기에 가천의대 뇌과학연구소, 길병원의 임상경험, 경원대의 육아연구 역량을 융합해 0~3세의 영유아를 행복하고 창의적인 인물로 키워내는 데 주력하고 있습니다.

올해 6월 뇌과학연구소는 39개월 여아의 뇌가 성인 뇌의 83% 수준까지 발달한다는 사실도 밝혀냈죠. 프로그램 중엔 미혼 학생과 군인을 대상으로 결혼과 부모 됨의 의미를 알려주는 ‘내일엄마·아빠교실’도 있어요. 과학적으로 검증된 연구 결과를 토대로 부모 교육 콘텐츠를 개발해 보급하려 합니다.

여성재단이 소외계층 여성의 모성보호를 위해 2001년부터 의료계와 공동으로 벌이고 있는 ‘새생명 새희망 나눔운동’ 캠페인에 길병원이 1호로 참여했죠. 특히 가천길재단이 아이 하나가 태어날 때마다 1만원을 적립해 ‘가천모성보호기금’이란 이름으로 재단에 전달한 지도 꽤 됐죠.”

어머니에게서 봉사·평등 정신 ‘유전자’ 물려받아

-많은 이들의 롤모델이 되셨지만 회장님께서도 가장 먼저 꼽게 되는 인생의 멘토가 있을 것 같습니다.

“한치의 망설임 없이 어머니를 꼽겠습니다. 많은 영향을 어머니로부터 받았고, 지금의 나는 어머니 때문에 있다고 생각합니다. 시골(그의 고향은 전북 옥구군 대야면 죽산리다)에서 의과대를 간다는 것은 상상도 못할 정도로 불가능한 일이었는데, 난 어머니의 전폭적인 지원 덕에 무사히 의사 공부를 마칠 수 있었어요. 어머니는 ‘내가 머리라도 잘라서 보내겠다’며 할머니와 아버지를 사생결단 설득해 나를 고등학교(이리공립여고)에 진학시켰고 두부 장사라도 해서 대학도 보내고 유학도 시킬 것이라고 맘 푹 놓고 공부만 하라고 격려하시곤 했어요. 1951년 경기여고, 이화여고 학생들을 제치고 서울대 의대에 입학하고 또 졸업할 수 있었던 것은 온전히 어머니 덕분이었어요.

의대 재학 중 방학 때 집에 내려갈 때면 수만 개의 명칭을 외우기 위해 해골과 뼈를 사람 모양으로 실로 꿰매어 만든 것을 가지고 방에서 공부하곤 했죠. 시골에서는 사람 뼈가 집에 있으면 동네가 망하고 부정 탄다고 아주 질색을 하는데, 할머니와 동네 사람들에게 이를 들켜 곤욕을 치를 때 이들을 막아서서 나를 지켜준 분도 역시 어머니였죠.

어머니가 가르쳐준 인생의 가장 큰 교훈은 베풂과 나눔을 통해 얻어지는 봉사와 평등정신입니다. 엄동설한, 집에 찾아오는 거지들에게도 어머니는 깍듯이 차린 밥상을 내 손에 들려 대문까지 나르게 하곤 했죠. 손이 떨어져나갈 것 같은 그 칼바람에 굉장히 고통스러운 일이었지만 후에 깨달았죠. ‘넌 부모 잘 만나 지금은 호강하지만 저들을 우습게보지 마라’는 무언의 가르침이란 것을.

지금의 길병원이 이토록 발전하고 있는 것도 어머니의 덕을 베풀라는 가르침 덕분이죠. 다른 병원들이 대도시나 신도시로 진출할 때 우리 길병원은 거꾸로 철원, 백령도, 양평 등 의료 사각지대로 진출했어요. 그리고 의사, 간호사 등 직원들을 이들 병원에 순환 근무케 했죠. 아무도 안 내려가려 해서 내가 말했죠. 난 돈 들이며 봉사하는데 자네들은 월급 받으며 봉사할 수 있으니 얼마나 좋으냐고. 그들이 순환 근무를 마치고 난 후엔 ‘우리나라 같은 하늘 아래 어떻게 이렇게 다르게 사는 사람들이 살까’라는 말을 하더군요. 그러곤 사람이 달라지는 거예요.”

‘여장부’라 불리는 이 회장이지만 어머니에 대한 기억을 끄집어낼 땐 아직도 눈가에 물기가 어리면서 목소리가 메이곤 한다. 어머니의 소설책 읽는 소리를 늘 들으며 자랐다는 그는 어머니가 보통 멋쟁이가 아니었다고 회상했다. 당시 유행하던 ‘상해 스타일’로 까만 통치마·흰 저고리에 안경을 쓰고 스타킹을 신었던 어머니는 춤도 잘 추셨다. 어머니의 평생 소원은 중국 상하이에 한번 가보는 것이었지만 뇌졸중으로 쓰러져 20여 년을 누워있다 98년 작고할 때까지 꿈을 이루지 못했고, 딸에게는 “생전에 너무 바빠 어머님을 즐겁게 해드리지 못했다”는 회한을 남겼다.

 

이길여 회장(경원대 총장)이 “아이 많이 낳는, 우리 사회에 진짜 고마운 학부모들을 격려해주자”란 취지에서 시작한 ‘가천 다자녀 장학금’. 총장 월급을 적립해 시작한 다자녀 장학금은 올해 3월 경원대 신입생 100명에게 첫 지급됐다. 사진은 이 회장(앞줄 가운데)이 장학금 수여식 후 수혜 학생,  학부모들과 함께 한 모습.abortion pill abortion pill abortion pillgabapentin generic for what gabapentin generic for what gabapentin generic for whatwhat is the generic for bystolic bystolic coupon 2013 bystolic coupon 2013
이길여 회장(경원대 총장)이 “아이 많이 낳는, 우리 사회에 진짜 고마운 학부모들을 격려해주자”란 취지에서 시작한 ‘가천 다자녀 장학금’. 총장 월급을 적립해 시작한 다자녀 장학금은 올해 3월 경원대 신입생 100명에게 첫 지급됐다. 사진은 이 회장(앞줄 가운데)이 장학금 수여식 후 수혜 학생, 학부모들과 함께 한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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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 비결은 “일 많이 하고, 운동 많이 하고, 많이 웃고”

-젊음과 건강을 유지하고 계신데, 비결이 궁금합니다.

“직원들은 내 생물학적 나이가 49세라 하더군요(웃음). 예전엔 나이를 말하지 않고도 그럭저럭 넘어갈 수 있었는데, 요즘은 인터넷에 다 공개돼서 좀 불편하긴 해요. 건강은 건강할 때부터 챙겨야 한다는 것은 너무 흔한 얘기죠. 우선은 정신적 건강부터 챙기라고 말해주고 싶습니다. 다른 말로 하자면 젊어서부터 건강한 삶을 살라는 얘기도 되죠. 긍정적으로 적극적으로요.

나보고 사람들이 건강하다고 하는데, 그 원인을 꼼꼼히 생각해보니 어려서부터 건강한 생각을 많이 했던 것 같습니다. 여기에 일 많이 하고, 운동 많이 하고, 많이 웃고, 나름대로 삼다(三多) 원칙이 주효했던 것 같아요. 조금 나태해지려 하면 ‘내가 어떤 마음으로 의사가 됐는데’ 스스로 채찍질도 하고요.

후배들에겐 ‘몸가짐도 자기 위치에 맞게 하라’고 주문하죠. 내가 한창 젊었을 때 여의사에겐 결혼도 못하고 일만 하는, 뚱뚱하고 화장도 전혀 안 하는 그런 고정적인 이미지가 있었어요. ‘여의사가 얼마나 못났으면 결혼을 못했겠느냐’는 선입견이었죠. 그래서 후배 여의사들한테 ‘슬리퍼 신고 다니지 마, 깨끗하고 단정하게 하고 다녀’라고 말하곤 하죠. ‘환자는 의사라고 우러러 보는데 머리도 안 빗고 옷도 그렇게 입고…아무개 보고 멋 좀 내라고 해’ 잔소리도 하고요.”

이 회장이 의사의 길을 가기로 결정하게 된 계기는 어릴 때 절친한 친구였던 순이의 죽음, 그리고 30대 중반 나이에 죽음을 맞은 아버지 때문이다. 건강했던 아버지는 48년 동짓달 초사흗날 급성폐렴으로 손 한 번 써보지 못한 채 허망한 죽음을 맞았는데 이를 두고 사람들은 “일본에서 병이 났더라면 병원에서 치료받을 수 있었을 텐데…” 하며 못내 아쉬워했다. 그는 자전적 에세이 ‘간절히 꿈꾸고 뜨겁게 도전하라’에서 이를 두고 “그 뒤로 의사가 되겠다는 내 삶의 목표가 흔들린 적은 단 한 번도 없었다”고 술회했다. 

-마지막으로 요즘 젊은이들에게 꼭 하고 싶은 말씀이 있다면.

“무엇보다 꿈을 가져야 합니다. 꿈은 생명수나 마찬가지입니다. 여기에 더해 열정을 가져야 합니다. 꿈이 커야지 이루는 게 많고, 그 열매는 고스란히 자신에게로 돌아옵니다. 꿈과 열정이 있다면 안 되는 게 없다고 확신합니다. 그런데 지금 젊은 세대는 인내심, 자제력, 헝그리 정신이 우리 때보다 많이 부족한 것 같아 안타깝습니다. 부모들의 과보호도 한 원인이겠죠. 그리고 우리 사회에서 성공한 사람들은 왜 성공했는지 곰곰이, 깊게 생각해보시기 바랍니다. 주위를 잘 살펴보세요. 국가와 사회, 스승과 부모에 고마움을 충분히 느끼는 사람들이 성공하게 마련입니다.”

내년 경원대와 가천의과대 통합을 앞두고 1200억원을 투자해 비전타워를 완공, 국내 명문 사립대 10위권 진입을 선포하는 한편, 인천과 수도권 서부에 암센터가 전무한 현실을 고려해 가천의대 길병원에 첨단 암센터를 준공하는 등 내년의 행보가 더욱 주목되는 이길여 가천길재단 회장. 아들을 바라마지 않던 부모님의 기대를 저버리고 딸로 태어났지만 인술 인생 50년을 넘기면서 “여자라서 즐거웠고 의사라서 행복했다”는 고백이 가슴에 와 닿는다.

인터뷰 말미에도 그는 “생각하는 것을 즉각 행동으로 옮길 수 있어서 난 너무너무 행복한 사람”이라는 말을 스스럼없이 했다. 그러면서 이어지는 말, “새로운 사업을 시작할 때마다 ‘이게 과연 우리 사회에 얼마나 이바지하고 또 어떤 영향을 끼칠까’ 늘 고민한다”고 했다. 일과 가정 양립 등 여러 가지 일에 치여 사는 후배 여성들에게 위안의 말 한 마디를 부탁하니 즉각 답이 돌아왔다. “잠을 줄이세요”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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