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거정부(cohabitation), 혹은 분점정부(divided government)에 대한 관심이 민선5기 지방선거 이후 급격하게 높아지고 있다. 집행부와 지방의회와의 권력분점뿐만이 아니라 시민들의 생활에 큰 영향을 줄 수 있는 광역단체장과 교육감의 정책 가치의 차이, 광역단체장과 기초단체장과의 분점 현상 또한 흥미롭다. 우리나라 인구의 절반 가까이를 차지하고 있는 서울과 경기도는 이러한 권력분점을 가장 분명하게 보여주고 있다. 단체장과 지방의회와의 분점뿐만이 아니라 진보적 교육정책을 내세우는 교육감과 광역단체장, 그리고 다른 정당 소속 다수 기초단체장의 분포는 출범 이전부터 크게 주목을 받았다. 특히 1995년 지방자치 실시 이후 이렇게 분점 현상이 광범위하게 나타난 경우는 한 번도 없었기에 관련 전문가뿐 아니라 지역 주민들도 주의 깊게 바라보고 있었다.

최근 불거지고 있는 무상 급식을 둘러싼 서울과 경기도에서의 요란함은 이미 예고된 전투(?)였다. 조속하게 전면적인 무상 급식을 실시하려는 지방의회 및 교육감의 요구에 단체장이 제동을 걸면서 뜨거워지고 있는 이 전투의 결과는 쉽게 예상할 수 없다. 또한 대규모 예산이 투입돼야 하는 오세훈 서울시장의 ‘디자인 서울’ 정책이나 김문수 경기도지사의  ‘GTX’사업 등 단체장의 주요 사업들이 이미 서울시와 경기도의회에서 한두 차례 불꽃 튀는 논쟁이 일어났고 지금도 만만치 않은 긴장감이 흐르고 있다. 어떤 방향으로 이러한 논쟁과 전투가 진행되든 시끄러울 수밖에 없다.

이러한 시끄러움을 보면서 일부 언론과 전문가들이 벌써부터 정치권의 무능과 지방선거 축소, 그리고 교육감 선거의 무용론을 제기하고 있다. 막대한 예산을 들여 만들어가는 지방자치와 민주주의를 다시 검토해보자는 주장이다.

그러나 민주주의는 요란해야 한다. 80~90%의 지지를 받는 정책이 결정과 집행 과정에서는 효과적일 수 있지만, 51%의 지지를 얻기 위해 치열하게 토론한 정책이 주민들의 세금을 더욱 알뜰하게 쓰면서 삶의 질을 높일 수 있다. 분점정부 시기 예산과 정책 운용 실태를 분석한 미국의 많은 연구는 이렇게 요란한 민주주의 시기 동안에 더 높은 정책 만족도를 보이고 있었음을 확인시켜 주고 있다. 요란한 민주주의가 더 많은 견제와 검토, 비판을 통한 대안의 정교화를 통해 예산을 절감하고, 정책의 질을 높여 나가도록 이끌어 준다는 것이다.

고전적인 삼권분립의 정신을 상기해 보지 않더라도 견제 받지 않은 권력은 부패하기 마련이고, 비판에 인색한 정책이 막대한 후유증을 남기고 혈세를 낭비한 사례를 우리는 쉽게 기억해낼 수 있다. 끊임없이 드러나고 있는 지방자치단체의 부패와 무능, 호화 청사 건립, 치적 홍보를 위한 낭비성 축제와 시설 건립 등은 ‘조용한’ 민주주의가 주는 경고다. 효율과 신속한 결정이 이익을 창출하는 기업이나 최고경영자(CEO)들에게는 중요한 기준이 될 수는 있어도 다양한 가치를 존중하고 소외된 약자들과의 조화로운 삶을 창조하려는 지방자치를 만족시킬 수 없다.

시민들이 요란한 민주주의를 즐길 수 있을 때 지방자치, 민주주의는 성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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