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들어 지적장애여성을 대상으로 한 성폭력 사건이 언론과 인터넷, 대중매체를 통해 연이어 보도되면서 이슈화되고 있다. 공주에서의 수년간 마을 주민 9명에 의한 성폭력, 청주에서의 학교 동창생과 교사에 의한 성폭력, 대전에서의 채팅 상대 고등학교 남학생과 친구 16명에 의한 집단 성폭력 등 인륜과 도덕을 저버린 인면수심의 가해자들에 의해 자행되는 장애인 성폭력 범죄가 끊이지 않고 있다.

전국 장애인성폭력상담소 18곳에서 여성가족부에 보고한 장애인 성폭력 상담 통계를 보면 2008년 피해자 1177명에서 2009년도 2379명으로 배로 증가했고 그 중 60% 이상이 지적장애인이다. 

장애인 성폭력 사건 발생의 근본 원인은 장애인에 대한 무시와 차별, 그리고 피해자의 열악한 생활환경에 있다. 특히 지적장애인 성폭력 피해자의 대부분은 가족, 학교, 지역사회의 지지 체계가 거의 없거나 열악한 환경과 무관심 속에 방치돼 있으며 가해자는 고소할 힘이 없고 취약한 환경의 사람을 성범죄 대상자로 선택한다. 피해자에게 범행 의도를 숨기고 접근해 물건이나 먹을 것, 감언이설 등으로 유인하며 피해자는 가해자의 이런 행동을 관심과 호의로 받아들인다. 혹은 약간의 위압적인 분위기에도 주눅이 들어 겁을 먹고 순종적인 태도를 보이는 특성이 있어 모르는 사람이나 아는 사람 상관없이 폭행, 협박을 사용하지 않아도 쉽게 간음으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다.     

성폭력 범죄는 둘만의 사적인 공간에서 일어나는 것이 보통이고 지적장애가 있는 피해자가 유일한 증인이며 목격자인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런데 성폭력 사건 수사기관과 재판부는 피해자가 성폭력 피해 상황에서 거부 의사표현이나 끝까지 저항하지 않은 이유를 따지고 비교적 정확하고 일관된 피해 진술을 하는 피해자는 장애 정도가 ‘항거불능’ 상태가 아니라는 것을 문제 삼으며 지적장애의 특성을 전혀 고려하지 않거나 반영하지 않는다. 반면 가해자가 범행을 부인하거나 강제로 하지 않았다는 주장은 그대로 믿고 인정하는 경향이 높아 가해자의 범행은 축소, 왜곡, 정당화되어 무혐의 처분, 무죄 판결이 속출하고 있다.

지적장애인이 성폭력 범죄의 표적이 되는 것은 지적장애인 개인이나 가족의 책임이 아니라 사회적 최약자인 지적장애인을 정부와 이 사회에서 보호하지 못하는 데 그 원인과 책임이 있다. 대도시를 비롯해 작은 마을 단위까지 이 사회 곳곳에서 자행되는 장애인 성폭력 사건에 대해 언제까지 침묵하며 수수방관할 것인가.

정부는 이제라도 지적장애인 실태조사를 실시해 인구수를 파악하고 보호자 유무, 경제수준, 가정환경, 가족보호체계 등을 전반적으로 조사하여 성범죄에 노출될 위험과 가능성이 있는 취약한 상태로 집에 방치돼 있거나 길거리를 배회하는 지적장애인을 보호·지원할 수 있는 법적·제도적 지원체계를 마련해야 한다.

또 장애인 성폭력 사건과 장애인 성폭력 피해자 특성을 반영한 올바른 수사 및 재판을 통해 장애인의 성과 인권을 유린한 가해자를 처벌하여 장애인 성폭력 피해자의 인권이 회복되고 보호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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