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법은 경제…의식주 개선이 정치적 운명 좌우

10월 10일 노동당 창건 65주년을 기해 북한 김정일 정권의 후계자가 국제무대에 화려하게 등장했다. 북한 군부는 아버지와 나란히 김일성 광장 주석단에 선 ‘청년대장’ 김정은에게 충성을 맹세하는 대규모 군사 퍼레이드를 펼쳤다.

김일성-김정일 부자에 이어 손자까지 이어진 3대 세습. 설마 하던 일이 현실화되면서 궁금증은 커져만 간다. 북한은 왜 3대 세습을 택했는가, 왜 서른도 안 된 김정은이 후계자가 됐나, 과연 3대 세습은 성공할 수 있을까.

이는 어쩌면 외부 세계만의 의문이 아닐지 모른다. 북한 역시 3대 세습의 앞날을 확신하지 못하는 것은 아닐까. 과거 김정일이 역시 3대 세습에 대해 거부감을 표시했고 한때 북한 권력 내부에서 일던 후계 옹립 움직임을 중단시켰다는 소문이 들려왔다.

하지만 2008년 8월 김정일이 건강 이상으로 쓰러진 뒤 북한은 더 이상 후계구도를 미룰 여력이 없었다. 유일한 대안인 3대 세습이 본격 진행됐다.

3대 세습 이외의 다른 선택을 가로막은 것은 북한의 수령 이데올로기다. 북한 정권은 오랜 기간 법과 제도, 심지어 국가 위에 군림하는 매우 강력한 ‘수령제’를 만들어냈다. 수령은 인체의 머리로서 팔다리(주민)의 운명을 책임지고, 가정의 강한 아버지가 되어 식솔(주민)을 책임진다.

수령 이외의 권력을 부정해온 북한. 김일성-김정일의 혈통 밖에서 차세대 리더십을 찾을 수 없었으리라. 김정일의 세 아들 중 후계자의 자격을 갖춘 유일한 인물이 김정은이었다.

그렇다면 3대 세습은 성공할 것인가. 수령 3대 세습을 감행한 것은 어쩌면 북한의 취약성을 방증하는 것일지도 모른다. 북한 체제의 모순과 국내외에 산적한 위기 속에서 정권 내부와 주민들의 이해충돌을 중재하며 체제를 유지하려면 여전히 수령의 신권(神權)과 가부장적 권위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북한 주민들은 3대 세습에 대해 무관심하거나 냉소적이고 심지어는 반대하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고 북한 내부 소식통들은 전하고 있다. 2010년의 북한은 2대 세습을 추진하던 1970년대와 다르다. 주민들은 1990년대 최악의 식량난을 겪으면서 자신들을 구원해 주는 것은 ‘수령님’이 아니라 시장에서 발품을 팔던 자신들의 노력이었음을 깨닫게 됐다. 억압구조를 정당화하던 냉전 논리도 두 차례의 남북 정상회담을 통해 약화됐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체제와 수령의 권위에 도전할 정치세력은 사실상 전무한 상황이다.

김정일 위원장은 자신의 생전에 아들의 권력기반을 공고히 하기 위해 속도를 내는 듯하다. 다행히 북한 정권은 흔들리는 민심을 잡기 위해 안간힘을 쓰면서 그 해법을 경제에서 찾고 있다. 주민들의 의식주 개선이 정치적 운명을 좌우하는 일이라고 고백하고 있다. 그들이 주장하는 ‘강성대국’의 비전에 김정은 체제의 성공 여부가 달려 있는 것이다. 동시에 경제 발전을 위해서는 외교, 안보 환경을 개선해야 하고, 이를 위해서는 핵을 포기해야 한다. 선군정치의 계승자 ‘청년대장’ 김정은이 풀어야 할 숙제가 쉽지 않은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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