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교부-법무부 간 CEDAW 선택의정서 서명 줄다리기
외교부-법무부 간 CEDAW 선택의정서 서명 줄다리기
  • 황인자 / 영산대 행정학과 겸임교수
  • 승인 2010.10.01 11:43
  • 수정 2010-10-01 11:4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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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부가 출범하고 한 달쯤 뒤 국제무대에서 여성부의 설립을 알릴 수 있는 기회가 왔다. 한명숙 초대 여성부장관이 제45차 유엔 여성지위위원회(2001.3.6~17, 뉴욕)에 정부 수석대표로 참석하게 된 것이다. 여성부는 수석대표의 기조연설문 초안을 작성하면서 유엔 여성차별철폐협약(CEDAW) 선택의정서에 한국 정부도 서명할 것이라는 내용을 담고자 했다. 그리고 가능하면 여성부 초대장관이 유엔회의 참석 기회에 선택의정서에 서명하고 올 수 있도록 준비 작업을 서둘렀다. 비준가입은 나중에 하더라도 우선 서명이라도 하자는 것이다.

CEDAW 선택의정서는 CEDAW 규정 위반으로 권리를 침해당한 개인이나 단체가 권리구제청원(communications)을 내면 이에 대해 유엔이 가입당사국을 조사(inquiry)할 수 있는 절차(procedure)를 규정한, CEDAW와는 별개의 독립된 조약이다. 선택의정서는 1999년 말 유엔총회에서 채택되어 여성부 출범 직전에 발효하기 시작했는데 CEDAW 가입당사국인 한국은 아직 이 선택의정서에는 가입하지 않고 있었다. 여성부는 첫 유엔 무대에서 선택의정서에 대한 서명의지를 천명하고 실행하고자 관련부처인 외교통상부와 법무부와 협의에 나섰다.

외교통상부는 여성인권에 대한 한국정부의 의지를 국제적으로 보여줄 수 있는 좋은 기회라고 하면서 머지않아 호주제가 폐지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선택의정서 서명에 적극적이었다. 그러나 법무부는 한국은 호주제도로 가족성에 대한 CEDAW 유보조항이 남아 있어 선택의정서 가입은 시기상조인데다 유엔의 조사절차는 가입당사국의 주권을 침해할 소지가 있다는 이유로 서명에 반대했다.

여성부는 고심 끝에 기조연설 문안의 수위를 조정하여 ‘한국정부는 CEDAW와 관련하여 나머지 유보조항을 철회하기 위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으며 앞으로 여성부가 중심이 되어 우리 사회에 뿌리 깊은 호주제도의 근본적인 개선을 위해 관계기관 협의와 국민여론 수렴에 박차를 가할 것’이며 ‘한국정부도 가까운 장래에 CEDAW 선택의정서에 서명할 수 있도록 필요한 준비와 절차를 밟고 있다’는 내용으로 문안을 확정했다. 결국 선택의정서 서명은 불발로 끝났다. 그 후 여성부는 민·관 호주제폐지 특별기획단을 주도하여 결국 호주제 폐지를 이루어냈고 그 이듬해인 2006년에 한국 정부는 CEDAW 선택의정서에 가입하게 된다.

이로써 한국은 1984년 유엔 여성차별철폐협약에 가입한 이래 1996년 한국인 최초로 김영정 박사(당시 대한적십자사 부총재)가 유엔 여성차별철폐위원회 위원으로 선출되고, 2006년 CEDAW 선택의정서 가입 등에 이르기까지 여성인권 관련 조약과 감시기구에 적극 참여해 오고 있다.     

황인자/ 영산대 행정학과 겸임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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