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 직속 여성특별위원회가 폐지되고 2001년 1월 29일 여성부가 신설되면서 행정자치부 여성정책담당관으로 있던 필자는 여성부 권익증진국장으로 자리를 옮겨 보건복지부로부터 이관한 여성에 대한 폭력 관련 업무의 인수 총괄을 맡게 됐다. 여성부는 가정폭력·성폭력 피해자의 보호 및 윤락행위 등 방지업무를 보건복지부로부터 인수해 집행하게 된 것이다. 관련 법령과 문서, 예산과 인력 등의 인수인계 작업이 일사천리로 진행됐다. 이 과정에서 인수인계하는 두 부처 간에 의견 충돌이 생겼다. ‘1366 전화’가 문제였다.

‘1366 전화’에 대해 보건복지부는 가정복지 종합상담전화로 보아 인계할 업무가 아니라고 주장한 데 반해, 여성부는 가정폭력, 성폭력 등 폭력 피해 여성들이 1년 365일 24시간 상담 및 긴급구조를 받을 수 있는 핫라인으로 보아 인수를 강력하게 요청했다. 보건복지부는 완강했다. 인수에 비상이 걸렸다.

전국적으로 통일된 국번 없는 특수전화 1366 전화 개설에 기여한 ‘한국여성의전화’ 관계자들로부터 1366은 폭력의 위기에 처한 여성들을 돕기 위해 설치된 핫라인이라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소관에 다툼이 있는 만큼 설치 근거가 되는 법령이 명확하질 않아 이리저리 찾아보니 가정폭력특별법에 근거한 것으로 사실상 확인됐다. 확인된 내용을 근거로 보건복지부에 거듭 1366을 이관해 줄 것을 요청했다. 그래도 복지부는 1366은 가정폭력만 다루는 전화가 아니라 저소득 모자가정 상담, 이혼문제 등 가정복지 전반에 걸쳐 두루 상담하는 종합전화로 운영돼 왔기에 이관할 수 없다고 요지부동이었다.

할 수 없이 여성부는 청와대에 1366 이관문제를 조정해 줄 것을 요청했다. 당시 청와대는 김대중 대통령의 새천년 메시지에 따라 신설된 여성부가 업무 이관을 조속히 마무리하기를 기다리고 있던 참이었다. 여성계의 분위기로는 1366 전화는 당연히 여성부 업무에 포함돼야 하는 것이었다. 자연스럽게 여성부에 힘을 실어 주는 이러한 분위기에 힘입어 청와대의 조정으로 1366 전화는 여성부로 이관됐다.

여성부는 1366을 원스톱 시스템의 여성 긴급전화로 체제를 정비해 나갔다. 그 결과 여성부가 인수하기 직전인 2000년 8만1355건이던 이용 건수가 지금은 2배 정도 늘어 16만 건이 넘고 인수 직전 7억원에 불과했던 예산도 거의 4배 가까이 증액됐다. 그리고 근거법령을 명확히 해 가정폭력특별법(가정폭력방지및피해자보호등에관한법률)에 여성긴급전화의 설치·운영 조항을 신설했다. 이주 여성을 위해서는 별도의 긴급전화 ‘1577-1366’을 설치했다. 한국의 1366은 국제사회에서 효과적인 여성폭력 핫라인 모델로 벤치마킹 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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